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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휴가 지난 날이여서인지 더 이상 쓰레기를 버릴 수 없을 정도로 너무 많이 쌓여있었다.
▲ 쓰레기 분리수거장 모습 연휴가 지난 날이여서인지 더 이상 쓰레기를 버릴 수 없을 정도로 너무 많이 쌓여있었다.
ⓒ 고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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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다음 날. 다용도실에 있는 와인병과 피자 박스, 귤 상자와 과자 껍데기 등 가득했던 쓰레기를 가지고 동네 분리수거장에 갔다. 쓰레기를 버린 지 불과 며칠이 지나지 않았지만 연휴를 지나고 나니 냄새도 나고 빨리 말끔하게 없애버리고 싶었다.
    
하지만 분리수거장에서 도착하자마자 수많은 쓰레기를 본 순간 공포 영화만큼은 아니지만 무서웠다. 쓰레기가 나를 잠식해버릴 것 같은 공포감도 느껴졌다.

쓰레기를 한 두 번 본 것도 아닌데 왜 이런 생각이 들었을까? 항상 정리 되어 있는 분리수거장만 보다가 산처럼 쌓여서 그런 마음이 들었는지는 알 수가 없었다. 생각해보니 5년 전에 인도에 갔을 때와 비슷한 느낌이다.

인도의 번화가의 거리는 쓰레기와 동물들의 오물로 가득 차 있었고 시내를 지나가면 산처럼 무언가를 쌓아 놓은 것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그건 바로 쓰레기 산이라고 했다. 그 말을 들은 순간 쓰레기에 잠식되어 버릴 것 같은 공포감이 들었다. 오늘 분리수거장에서 본 느낌과 일치했다.

연휴여서 쓰레기가 정리되지 않고 계속 쌓여서 더 그런 것도 있을테다. 하지만 분명 바닥과 분리수거 그물 안에 아무렇게나 뒹굴 거리고 있는 수많은 쓰레기들은 너무나 익숙하게 내가 먹고 마시고 사용했던 것들이었다.

이미 포화 상태로 분리라는 것은 의미가 없고 쌓인 곳에 그냥 얹어 놓는 것이었다. 높이 쌓인 종이탑은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 같았다. 보고 싶지 않는 것을 억지로 본 느낌이 들었다. 또 다른 한편으로는 내가 해결할 수 없다는 한계를 느끼기도 했다. 

그 중에서 분리는 되었지만 음식물이 그대로 남아 있는 상태에서 버려진 것들이 눈에 띄었다. 대부분 배달음식 일회용 쓰레기와 버려진 테이크아웃 용기들이였다. 배달음식의 특성상 기름진 것들이 많고, 떨어지지 않은 찌꺼기들이 그대로 들러붙어 있는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분리수거라는 말이 무색해지는 순간이었다. 음식물이 묻어 있으면 분리수거가 안 되는 것으로 알고 있기 때문이다.

순간 내 손에 들려 있는 피자 박스도 열어 보았더니 음식물이 묻어 있었다. '나만 묻어 있겠지', '나 하나면 괜찮겠지'라고는 하지만, 사실 모두 다 그렇게 한다. 그래서 결국에는 분리수거가 의미 없어지는 것이다. 쓰레기를 버려서 집안은 깨끗해졌지만 마음만은 더 무거워진 채로 집으로 돌아왔다.

어떻게 쓰레기를 줄일 수 있을까

나는 매일 물건을 산다. 또한 쓰레기도 함께 산다. 많이 사는 만큼 많이 나온다. 소비를 줄이고 싶으나 생각보다 어렵고, 코로나로 식구들이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짐으로 뭐든지 많이 소모한다. 물건을 사지만 죄책감도 함께 사게 된다.

특히 남편이 아이들 주려고 사오는 맛있는 주전부리는 쓰레기가 더 많이 나온다. 종이 박스 안에는 일회용 용기, 일회용 수저와 각종 소스를 담는 플라스틱 용기와 음료수병 등등이 담겨있다. 사올 때마다 잔소리를 하지만 아이들이 좋아하니 어쩔 수 없다는 남편의 말에 반박하기도 어려웠다.

어떻게 하면 쓰레기를 줄일 수 있을까? 일단 소비를 아예 안할 수는 없기에 패스트푸드를 줄이고, 쓰레기가 덜 나오는 집밥을 많이 먹으며, 쓰레기를 잘 버리는 일을 실천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음식도 먹는 양을 조금 줄이고, 여러 가지 반찬을 하기 보다는 한두 가지라도 맛있게 요리해서 먹어야겠다.

또한 분리할 때 조금 더 신경 써서 해야겠다. 음료수 라벨은 떼어내고 테트라펙이나 우유팩은 잘 찢어서 말리고, 각종 비닐도 가능하면 씻어서 배출해야겠다. 분리수거하면서 가장 많이 느끼는 건 시간이 많이 걸린다는 것과 물을 많이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나마 물 부족 국가가 아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였다. 하지만 좀더 노력하여 물도 줄이는 방법도 생각해봐야겠다. 번거롭고 귀찮지만 이제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되버렸다.
 
집에서 비닐과 종이팩과 테트팩. 캔을 씻어 말리고 있다.
▲ 분리수거 집에서 비닐과 종이팩과 테트팩. 캔을 씻어 말리고 있다.
ⓒ 고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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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가 시작됐다. 희망과 소망을 마음속에 품어 장밋빛 미래만을 추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구 환경을 위해 해야 할 일에는 목소리를 내고, 나 자신도 적극적으로 실천하면서 더욱 빛날 2020년을 만들고 싶다. 더 이상 쓰레기를 무서움과 공포로 생각하지 말고 앞으로 더욱 노력해야겠다. 

덧붙이는 글 | 브런치나 개인 블로그에도 올립니다.


태그:#실천, #쓰레기, #분리수거, #환경, #희망과 소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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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작은 꽃부터 사랑스런 아이들, 만나는 모든 사람들에게 배우려고 합니다. 부족하지만 매일 글을 쓰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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