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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델 정혜임은 모델이라는 직업에 대해 '나만 갖고 있는 분위기를 표현해내는 직업'이라고 표현했다.
 모델 정혜임은 모델이라는 직업에 대해 "나만 갖고 있는 분위기를 표현해내는 직업"이라고 표현했다.
ⓒ 정혜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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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을 살아가면서 가장 어려운 일 중 하나는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일일 것이다. 특히 마음에 들지 않는 자신의 어느 모습을 마주하고 인정하는 것은 더더욱 난도가 높은 일이다. 그런 의미에서 끊임없이 겉으로 보여주어야 하는 직업인 모델이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법'에 대해 바라보는 시선은 상당히 흥미로웠다.

지난 18일 우신사, 힐다 주얼리 등 브랜드에서 패션모델로 활발하게 활동하는 모델 정혜임과 나눈 인터뷰가 그랬다. 다음은 모델 정혜임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 어린 시절을 어떻게 보냈는가? 그때는 뭘 하고 싶었는지?
"믿기지 않겠지만, 어린 시절 탁구 선수였다. 초등학교 3학년부터 중학교 3학년까지 7년간 운동선수로 살다가 고등학교 때 심한 슬럼프를 겪으면서 그만두게 됐다. 그제야 숙소가 아닌 집에서 학교에 다니며 평범한 고등학생 생활을 하기 시작했다.

그때는 '무언가를 하겠다, 뭐가 돼야지' 이런 마음보다는 운동 말고는 뭘 해야 되는지, 뭘 할 수 있을지 고민을 많이 했었다. 그러다가 어머니의 권유로 일본어를 배우기 시작해서 일본어를 특기로 대학교도 다니고 유학도 가게 됐다. 그렇게 대학교 생활을 하다가 처음으로 승무원이 되고 싶다는 목표가 생겼다.

그래서 승무원 준비를 하고 면접도 봤는데, 수영이라는 변수가 있었다. 내가 수영을 못하는지 그때 처음 알았다. 수영에서 계속 떨어지면서 맨날 울고 고민했던 기억이 난다."

- 모델 일을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는지 궁금하다.
"대학생 때 다니던 미용실에서 미스코리아 대회에 나가보라는 제안을 받았었다. 미스코리아 대회를 내가 나갈 수 있을까 의문이 들었지만, 제안을 받고 대회 준비를 하기 시작했는데 그 과정에서 스태프 분에게 우연히 피팅 모델 제의를 받게 됐다. 처음에는 취미로 시작한 일이었지만, 점점 욕심이 나서 메일도 보내고 지원도 하다 보니 일이 하나둘 늘어 지금이 됐다. 지금 생각해 보면 얼마나 좋은 우연이었는지 모른다."

- 모델이 되려면 어떤 과정을 거쳐야 하는가?
"옛날에는 아카데미도 다녀야 되고 오디션도 봐야 하는 정해진 코스가 있었다. 요즘은 개인 SNS가 활성화되어 있고 자기 자신을 어필할 수 있는 공간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꼭 키가 크다고 모델이 되는 것도 아니고 작다고 모델을 할 수 없는 것도 아니다. 자기만이 보여줄 수 있는 다양한 모습을 어떤 방법으로든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 사실 지금도 내가 알지 못했던 모습들을 촬영하면서 만나는 경우가 많다."

- 촬영이 있는 날과 없는 날의 하루 일과가 궁금하다.
"아무래도 식사에 제일 영향이 있는 것 같다. 많이 붓는 편이라서 촬영 있는 전날엔 가볍게 식사하고, 수분 섭취를 줄인다. 대신 촬영 없는 날에는 집에서 먹고 싶었던 것을 플레이팅까지 신경 써서 맛있게 먹고 만족감을 최대한 높이는 식사를 한다. 예전에 잘못된 식습관으로 고생을 했던 적이 있어서 먹는 거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 약속이 있는 날엔 친구도 만나지만 집순이라 혼자서 시간을 더 많이 즐기는 편이다."

- 촬영할 때 표현력, 특히 표정과 몸을 쓰는 능력이 중요하다고 들었다. 촬영할 때 어떤 부분에 신경을 많이 쓰는가?
"모델마다 브랜드에 따라서, 판매되는 게 무엇인지에 따라서 무드가 다르다. 나를 모델로 쓰는 브랜드들은 나의 무드를 좋아해서 선택해 준 것이다. 그래서 내가 잘할 수 있는 것, 잘 보여줄 수 있는 걸 하자는 생각을 많이 한다. 주얼리 촬영에서는 확실히 섬세한 손끝 동작이 결과물에서 많이 보여서 손 연기 디테일에 신경을 써야 한다."

- 헤어, 메이크업 아티스트, 포토그래퍼와의 호흡도 중요할 것 같다. 
"현장에서 그분들과 한 팀이라고 생각하고 일한다. 어떤 일을 하든 함께 일하는 사람들과의 호흡이 중요한 데 특히 모델이라는 직업은 내가 몰랐던 걸 함께 일하시는 분들이 끌어내 주기도 하니까 더 영향도 크고 중요한 것 같다."
 
모델 정혜임은 "좋은 결과물들을 얻는다고 해서 전부 다 내 몫이 아니기 때문에 현장에서 모두가 노력한다는 것을 (모델들이) 알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모델 정혜임은 "좋은 결과물들을 얻는다고 해서 전부 다 내 몫이 아니기 때문에 현장에서 모두가 노력한다는 것을 (모델들이) 알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 정혜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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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일을 하면서 '내가 이 일을 하고 있구나' 하고 가장 크게 느끼는 순간은 언제인가?
"좋은 작업물이 나왔을 때가 가장 큰데, '좋은 작업물'이라는 말에 많은 의미가 담겨 있다. 나의 장점이 잘 나왔을 때, 내가 가지고 있는 분위기가 제일 잘 살려져 있을 때 좋은 작업물이 나왔다고 많이 이야기한다. 신기한 것은 현장에서의 분위기나 같이 일하는 분들과의 호흡이 잘 맞으면 무조건 그런 좋은 작업물이 나온다. 그렇게 다 같이 고생해서 작업한 결과물로 판매가 잘 되었을 때 성취감이 크게 느껴지는 것 같다."

- 반대로 모델로 일하면서 가지게 되는 고민들도 궁금하다.
"계속 카메라에 비치고 보이는 직업이다 보니까 꾸준한 관리가 제일 중요해서 늘 다이어트해야 된다는 생각에 한계가 느껴질 때가 있다. 그래도 무슨 일을 하든 고충은 조금씩 따르기 때문에 내가 잘할 수 있고 좋아하는 일을 한다는 거에 대한 감사함이 크다.

또 일을 하다 보면 내가 너무 한정적인 이미지에만 머무르는 거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나는 나 자신을 밝은 사람이라고 생각하는데 우울해 보이는 분위기를 업체에서는 좋아하니까 너무 이미지에 묶여 있는 것 아닌가 싶기도 하다. 그걸 탈피하고 싶은데 아직은 잘 안된다."

- 모델이 되기 위해서 가져야 하는 자질이 있다면 어떠한 것이 있는가?
"어떤 분야의 전문가라면 자신감 있고 전문가답게 하는 게 맞다. 현실적으로는 자기를 가꾸는 게 제일 중요하다. 자기 관리를 해야 된다. 잘 될 수 있다고, 지금 관리하지 않으면 일이 없다고 자기 최면도 많이 거는 것 같다. 관리는 정말 장기간의 투자가 필요한 것 같다.

또 모델이라는 직업이 외적으로 많이 보여지는 직업이지만, 그만큼 내면의 인성과 겸손함도 많이 필요한 직업이다. 촬영장에 가면 모델이 주인공이 되는 경우가 많다. 그럴 때 거만하게 보이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좋은 결과물들을 얻는다고 해서 전부 다 내 몫이 아니기 때문에 현장에서 모두가 노력한다는 것을 알고 있어야 한다."

- 모델이라는 직업을 한 마디로 표현한다면.
"누구도 나를 대신할 수 없는 직업이다. 모델마다 분위기도 다르고 장점이 다 달라서 모델이라고 해서 다 똑같은 것을 찍는 게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내가 하는 거를 누군가 대신해서 찍을 수 없고, 내가 지금 내는 분위기를 나 말고 다른 사람이 낼 수 없다. 나만 갖고 있는 분위기를 표현해내는 직업이라고 생각한다."

- 모델의 관점에서 '나를 사랑할 수 있는 방법'이 뭐라고 생각하는가?
"화면이나 모니터에서 맨날 보는 내 이미지에 질리고 한계를 느낄 때가 있었다. '왜 이렇게밖에 못하지? 이쪽 얼굴은 왜 잘 안 나오지? 저 모델은 다른 브랜드도 찍었던데?'라고 못난 생각들을 많이 했었다. 그렇게 자존감은 떨어지고 자신감이 없어지니까 촬영 작업물들도 당연히 좋지 않을 수밖에 없었다.

지금은 혼자 최면도 걸고 멘탈 관리도 계속해 준다. 주어진 시간에 열심히 하고 좀 나태해지면 채찍도 하고 나를 사랑하려고 열심히 노력하다 보니까 좋은 기회들이 자연스럽게 따라오더라. 나도 나를 사랑한 지 얼마 안 됐다. 예전에는 솔직히 다른 모델을 보면 따라 하고 싶고, '저 모델같이 해야 되나?'라고 생각했었다면 지금은 '쟤는 저걸 잘하지만 나는 이걸 잘해' 이렇게 생각한다. 솔직하게 인정하고 나니 괜찮아진 것 같다."

- 앞으로 꼭 이루고 싶은 목표가 하나 있다면.
"나이가 들어도 모델로서 그 나이에 맞는, 그 나이에 내가 할 수 있는 무드를 꾸준히 내면서 촬영하고 싶다. 아직은 시작 단계이고 더 멀게 바라보는 일이지만 최근에 방송에 나오고 싶다는 목표가 생겼다. 방송에서도 다양하고 밝은 좋은 모습을 많이 보여주고 싶다."

태그:#모델, #정혜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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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의 인생에 기여하고 싶어서 글을 쓰는 저널리스트(journalist)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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