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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매일 이용하는 교통, 그리고 대중교통에 대한 소식을 전합니다. 가려운 부분은 시원하게 긁어주고, 속터지는 부분은 가차없이 분노하는 칼럼도 써내려갑니다. 교통에 대한 모든 이야기를 전하는 곳, 여기는 <박장식의 환승센터>입니다.[기자말]
KTX 이음의 개통으로 중앙선 연선에서의 서울과의 거리는 가까워졌지만, 지역 사이의 심리적 거리는 멀어졌다는 불평이 나온다.
 KTX 이음의 개통으로 중앙선 연선에서의 서울과의 거리는 가까워졌지만, 지역 사이의 심리적 거리는 멀어졌다는 불평이 나온다.
ⓒ 박장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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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5일 개통해 서울에서 안동까지 중앙선의 새 선로를 내달리는 KTX-이음 덕분에, 중앙선 열차가 지나는 지자체 사이의 거리가 가까워졌다. 특히 지역 주민들의 편의 증대를 넘어, 가까워진 서울과의 거리를 토대로 코로나19가 완화되면 관광 산업 역시 활성화할 수 있다는 자신감 역시 커지고 있다.

문제는 단거리 승객들은 오히려 KTX 개통 이후 불편을 겪고 있다는 점이다. 단거리 구간을 이용하는 승객들은 무궁화호의 운행 횟수가 KTX 운행 횟수만큼 감축된 데다, 최저 운임마저 비싸 울며 겨자 먹기로 KTX를 이용하거나 시외버스를 이용해야만 하는 상황이라며 쓴소리를 내는 상황이다.

어르신, 학생도 많은데... 무궁화호 너무 줄었다

KTX 개통 이전 중앙선에 운행되었던 '서울행' 열차는 하루 아홉 편이었다. 청량리~안동 구간을 오갔던 무궁화호가 하루 일곱 번, 청량리에서 영주까지 운행하는 새마을호가 하루 두 번 오갔다. 하지만 KTX 개통 이후에는 새마을호가 사라진 데다, 무궁화호가 4개 편으로 줄었다. 절반 이상의 일반열차가 KTX에 밀려 사라진 셈이다. 

문제는 KTX의 요금 탓에 무궁화호를 KTX가 대체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한국철도공사와 각 지자체는 KTX의 요금을 장거리 기준에 맞추어 홍보했다. 실제로 서울~원주, 제천~안동 등 중장거리 구간의 요금은 KTX를 시외버스에 견주어 볼 때 약간 비싸거나, 오히려 저렴한 수준이다.

하지만 단거리 요금을 보면 문제가 다르다. 현재 책정된 KTX 기본요금은 기존선 기준 80km에 8400원. 무궁화호가 2600원에 40km인 것에 비하면 기본요금과 기본요금에 딸린 거리가 너무 길다는 지적이 나온다. 단적으로 제천에서 영주 가는 요금과 단양에서 영주 가는 요금이 8400원으로 똑같다. 불만이 터져 나올 수밖에 없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해 버스의 운임이 오르거나 운행 편수가 줄어든 상황이다. 소백산을 넘는 영주~단양 간 버스는 하루 한 편으로 줄고, 안동에서 영주를 잇는 완행 시외버스도 시외우등으로 전환되며 7000원이 넘는 요금을 징수하고 있다. 주머니가 가벼운 학생들과 노인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KTX를 타야만 하는 상황이다.

지자체도 문제를 인식하고 있다. 영주시 관계자는 "무궁화호가 많이 사라지는 상황이다 보니 일반열차 추가에 대해 건의를 했다. 한국철도공사 측에서는 이용객이나 주민들의 이용 추이를 보고 검토하겠다고 이야기했는데 부족한 부분이 많다"며, "지역에 어르신이 많고, 학생들의 주말 이용도 많은 만큼 추후 한국철도공사에 건의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다른 연선의 한 지자체 관계자 역시 "전국적으로 모든 KTX의 기본요금을 1분 거리이던, 20분 거리이던 똑같이 책정해놓아 불합리하다고 여기고 있다"며, "하지만 한국철도공사에서는 '어디는 깎아주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이야기를 하고 있어 요금 현실화를 추진하기에 힘에 부치는 상황"이라고 이야기했다.

이어 "KTX와 무궁화호가 선로 문제 탓에 큰 시간 차이가 나지 않는다고 주민 입장에서는 생각을 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철도공사 입장에서도 복합적인 문제가 있잖겠냐"면서, "더욱 자료를 찾아 분석 및 현황 파악을 거친 뒤 한국철도공사에 요금 현실화에 대한 건의를 하겠다"고 말했다.

'장거리 이용객 배려'라지만... 지역 면담 어렵다
 
KTX의 개통으로 인해 중앙선을 오가는 일반열차의 수는 5편 가까이 줄었다. 제천 - 안동 구간에서는 절반에 가까운 양이다. 사진은 중앙선 이설 이전의 모습.
 KTX의 개통으로 인해 중앙선을 오가는 일반열차의 수는 5편 가까이 줄었다. 제천 - 안동 구간에서는 절반에 가까운 양이다. 사진은 중앙선 이설 이전의 모습.
ⓒ 박장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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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X의 최저운임 기준은 2005년 이후 변하지 않았다. 이용객이 적어 타개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여론이 일자, 최저운임을 개통 당시 새마을호와 비슷한 수준으로 맞춘 것이다. 2005년 개정 당시 요금은 새마을호보다 300 원 비싼 7000 원 정도였다.

현재 새마을호와 KTX 최저 요금의 차이는 새마을호가 4800원, KTX가 8400원으로 두 배 가까이 벌어졌다. 새마을호의 최저요금과 거리는 일반열차의 공급 축소에 따라 꾸준히 인하되었고, KTX는 해당 운임 기준을 그대로 한 채 요금 개정 때마다 가격이 소폭 인상되었기 때문. 

하지만 이미 2014년부터 '일반열차의 공급이 줄어들고 KTX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KTX의 최저운임이 비싸 단거리 고객이 불편을 겪는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특히 전라선의 경우 전주시나 남원시, 곡성군 등 열차를 이용하는 지자체에서 요금을 낮춰달라는 요구를 숱하게 해왔다.

그러나 한국철도공사의 입장은 "장거리 이용객을 배려하기 위해 KTX의 최저 운임 기준을 낮추기가 어렵고, 일반열차 편이라는 대체재도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전라선은 일반열차와 KTX가 14편씩 운행되고 있어 단거리 이용객을 무궁화호나 ITX-새마을에, 장거리 이용객을 KTX에 유도하는 정책을 현재도 쓰고 있다.

문제는 KTX를 대체할 만한 일반열차가 없거나 일반열차 공급이 적은 노선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당장 2017년 개통한 강릉선 KTX의 예가 그렇다. 강릉선 KTX는 원주에서 평창을 거쳐 강릉에 이르기까지 120km 구간에서 일반열차 없이 KTX 단독으로 운행된다. 정부는 조만간 개통하는 이천~충주 간 중부내륙선, 송산~홍성 간 서해선 등도 KTX를 단독 운행한다는 계획이다.

현행 요금 체계의 범주 내에서 KTX 전용선이 계속 개통된다면 나올 심각한 문제도 있다. 과거 지역의 주요 도시로 향했던 수요가 철도 개통 이후 대도시로 빠져나가는 '빨대 현상'의 가속화이다. 기차를 타고 서울 등 대도시로 나가는 요금과 지역 거점으로 가는 요금이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면 시민들의 선택은 어떻게 될지는 불 보듯 뻔하지 않은가.

고속철도 요금을 낮게 책정해 다른 지역 간의 연계를 강화하는 케이스도 있다. 대만 고속철도의 장거리 운임은 한국보다 약간 비싼 데 반해 기본 운임은 40대만 달러(한화 약 1500원)에 불과하다. 이에 따라 타이난, 타오위안, 타이중 인근 지역에 거주하는 시민들이 고속철도로 출퇴근을 하는 경우도 적잖다. 

요금 개정 절차 돌입한 국토부, 문제 해결 단초 될까

당장 중앙선 일반열차 공급 축소로 인한 불편을 호소하는 지자체도 나섰다. 경기도 양평군의회 의원들은 지난 1월 25일 한국철도공사를 항의 방문했다. 이들은 양평역, 용문역, 양동역에 정차하던 중앙선 무궁화호가 대폭 감축되어 지역 주민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며, KTX와 무궁화호의 정차역 확대, 운임 현실화 등을 요구했다. 

긍정적인 소식은 최근 국토교통부에서 일반열차 전체에 대한 철도 요금 개선 방안에 대한 연구 용역 절차에 돌입했다는 것이다. 용역에 따르면 타 교통수단 운임 수준 등을 따져 적정 운임 수준을 분석한다는 과제도 있어, 현재의 KTX 운임 체계가 변경될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

한국철도공사 측은 "KTX는 중·장거리 운송을 담당하고 있으며, 운행에 드는 최소한의 비용을 보전하고 장거리 이용객 좌석을 보호하기 위해 최저운임을 8400원으로 적용하고 있다"며, "운행 지역과 관계없이 동일하게 적용하고 있는 최저운임을 일부 노선에서만 할인하는 것은 어려운 면이 있다"고 알려왔다.

일반열차의 공급이 줄어든 제천~안동 구간에 일반열차 투입 계획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현재 가용 차량 부족으로 일반열차 증편이 어려운 여건"이라며, "현재로서는 증편을 검토한 바가 없다"고 덧붙였다.

태그:#중앙선, #KTX-이음, #요금, #교통복지, #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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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교통 기사를 쓰는 '자칭 교통 칼럼니스트', 그러면서 컬링 같은 종목의 스포츠 기사도 쓰고, 내가 쓰고 싶은 이야기도 쓰는 사람. 그리고 '라디오 고정 게스트'로 나서고 싶은 시민기자. - 부동산 개발을 위해 글 쓰는 사람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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