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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쌓인 대종교 3대종사 묘소. 왼쪽부터 서일, 나철, 김교헌 대종사
 눈 쌓인 대종교 3대종사 묘소. 왼쪽부터 서일, 나철, 김교헌 대종사
ⓒ 조종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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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의 언론통제로 나철 대선사의 순국(교) 사실은 국내에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 더욱이 조선 총독이나 일본 총리에게 보내는 글이 보도될 리 없었다.

대종교 총본사는 고인의 유언에 따라 11월 20일 백두산 기슭인 만주 화룡현 청파호 언덕에 봉장하였다. 이곳에는 뒷날 제2대 교주 무원 김교헌과 대종교인으로 무장항일운동의 정신적 지주 백포 서일의 무덤이 함께 자리잡게 됨으로써 대종교의 성지가 되었다. 

중국의 신해혁명에 참여하고 상하이에 독립운동 기지를 마련하는 등 분방하던 신규식은 나철 대선사의 순국 소식을 듣고 만장을 지었다. 

 전조 오백년간 무쌍의 국사요
 대종교 사천년 후에 제일의 종사로다.

 前朝五百年 無雙國士
 大敎四天載後第一宗師. (주석 1)

 
대종교 3대종사 묘역임을 알리는 표지석. 비석에는 ‘대종교 대종사’라 새겨져 있는데, 안내문에는 ‘반일 지사’로 적어 놓았더군요.
 대종교 3대종사 묘역임을 알리는 표지석. 비석에는 ‘대종교 대종사’라 새겨져 있는데, 안내문에는 ‘반일 지사’로 적어 놓았더군요.
ⓒ 조종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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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규식 등 독립운동가들은 순국 이듬 해인 1917년 3월 15일 상하이에서 추모식을 갖고, 「애사(哀詞)」를 지어 봉송하였다. 신규식의 작품이다.

            애 사

 이 나라가 병듦이여
 세상 도의가 어이하여 무너지는가?
 아득도다 교화가 퇴폐함이여
 백성들 기운이 한갓 시들기만 하도다.
 천제께서 천사를 세상에 내려 보냄이여
 대종교가 이에서 부활하였도다.
 요기가 하늘을 뒤덮는 시대를 만남이여
 마의 장벽이 견고하여 개뜨릴 수 없도다.
 온갖 고난 물리치고 천겁을 지나옴이여
 우리 대종교 가까스로 단예가 생겨났도다.
 종사가 정성이 지극치 못하다 말하심이여
 입산하여 여러 해 수도를 하시었도다.
 창생의 고통을 들으심이여
 목욕재계하고 사흘간 하늘에 빌었도다.
 사단 촌민의 병이 다들 나음이여
 함께 와서 천진을 참배하는도다.
 황조께서 천지사방을 보우하심이여
 신조의 교화가 서쪽에까지 미쳤도다.
 고국산천으로 고개를 돌려 바라봄이여
 눈앞에 호리가 종횡하는 도다.
 슬프다 우리 민족의 원통함을 호소함이여
 해와 달도 참담하여 빛을 잃었도다
 삼성사당에 친히 나아감이여
 백성 위해 속죄하고 자진하셨도다.
 비보가 국내외에 전해짐이여
 중추일에 망국의 한이로다. 
 예수의 형벌 받음과 비교함이여
 그 정상이 더욱 슬프도다.
 천애이역으로 망명해 사는 우리들이여
 그 슬픈 소식을 접하고 통절하였도다. 
 대종교의 중훙이 채 이뤄지지 않음이여
 우리 종사의 역책이 어찌 이리 빠르뇨?
 뒤에 죽을 우리들 의지할 곳 없음이여
 선가를 바라보며 뛰따라 오를 수 없도다. 
 겨레의 기상이 아직 사그라지지 않음이여
 선생의 뜻 이을 자 적지 않으리라.
 하늘의 영령께서 도우심이여
 우리나라가 힘입어 광복되리라.
 백두산이 숫돌처럼 동해가 띠처럼 됨이여
 영혼이 천고토록 불멸함이여!
 오셔서 애사를 들으심이여
 온천하가 한 소리로 통곡하는 도다. (주석 2) 


주석
1> 『예관신규식전집(1)』, 263쪽.
2> 앞의 책, 265~267쪽. 

 

덧붙이는 글 | <[김삼웅의 인물열전] 민족의 선각 홍암 나철 평전>은 매일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국난기와 국망기에 온몸을 바쳐 구국과 독립을 위해 나섰는데, 역사가 제대로 평가하지 않고 국민에게 잊혀진다면 어찌 건강한 사회라 할 것이며, 그것은 누구의 책임일까?
태그:#나철, #나철평전, #홍암, #홍암나철평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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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독재 정권 시대에 사상계, 씨알의 소리, 민주전선, 평민신문 등에서 반독재 언론투쟁을 해오며 친일문제를 연구하고 대한매일주필로서 언론개혁에 앞장서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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