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생전 마지막으로 찾아뵈었던 김용담씨.
 생전 마지막으로 찾아뵈었던 김용담씨.
ⓒ 변상철

관련사진보기



26일 김용담씨가 돌아가셨다. 지병인 암을 이기지 못하고 병원에 입원한 지 4일 만에 끝내 돌아가시고 말았다. 김용담씨는 지난 2011년 시민단체 '지금여기에'와 인연을 맺었고 2014년 광주고등법원에서 재심 무죄를 선고받았다.

제주에서 먹고 살기 힘든 시절 일본으로 밀항을 결심한 김용담씨는 1964년 밀항에 성공해 도쿄의 한 신발공장에서 일했다. 3년간 불법체류자 신분으로 일을 하던 김용담씨는 외출 중 일본 경찰의 불심검문에 걸려 신분이 탄로 났고, 결국 한국으로 강제송환 됐다.

제주로 돌아온 지 4년이 되던 해에 보안대에 끌려간 김용담씨는 그곳에서 간첩 사실을 시인하라는 보안대 수사관들에게 수십 일간 엄청난 고문을 받았다. 각목을 무릎에 끼워 넣고 수사관들이 허벅지를 밟는 통에 무릎이 빠지는 고통을 당했고, 수차례 전기 고문으로 까무러치기 일쑤였다고 했다. 너무 고통스러운 나머지 수사관들에게 달려들었다가 기절할 정도로 맞기도 했다.

그는 그때의 전기 고문으로 형광등도 갈지 못하고 전기면도기도 쓰지 못하는 트라우마를 겪게 되었다.
  
김용담 씨가 당한 고문사실을 기록한 자술서
 김용담 씨가 당한 고문사실을 기록한 자술서
ⓒ 변상철

관련사진보기



결국 간첩죄로 옥살이를 하고 나온 그는 고문 후유증으로 다리를 다치고, 뇌경색을 앓아 휠체어에 의지해 살게 되었다.

그는 자신의 무죄를 입증하려고 2013년 휠체어에 의지해 일본으로 건너가 결국 자신의 상부선이라는 강아무개씨가 대한민국 국적의 사람이라는 확인서와 증언을 받아내 재심을 신청했다.

2014년 3월 광주고등법원에서 재심이 결정되었고 두 달 뒤인 5월 무죄가 선고되었다. 무죄를 선고한 재판부(재판장 서경환)는 판결문에서 군 수사기관과 검찰의 책임을 다음과 같이 밝혔다.
 
피고인은 불법 구금된 상태에서 군 수사기관에서 임의성 없는 자백을 하였고, 검찰 송치 후 검사의 피의자 신문 단계에서도 이러한 상태가 계속되었으나 검사가 지금까지 그 임의성에 관한 의문점을 없앨 만한 입증을 하지 않고 있으므로...
 
불법이 자행되는 과정을 의심할 충분한 여지가 있었는데도 검찰이 인권 보호나 진실규명에 눈 감았다고 피해자 가족은 분노했다. 바로 이 점이 수사기관과 검찰이 조작 간첩의 공범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지난 2013년 일본 도쿄에서 자신의 무죄를 입증하기 위해 휠체어를 타고 증인을 찾으러 다니던 김용담씨와 그의 가족들.
 지난 2013년 일본 도쿄에서 자신의 무죄를 입증하기 위해 휠체어를 타고 증인을 찾으러 다니던 김용담씨와 그의 가족들.
ⓒ 변상철

관련사진보기



장례식장에서 만난 가족은 돌아가신 김용담씨의 사진을 바라보며 이렇게 말했다.

"불법 수사가 아니라는 점을 입증하지 못했다면 보안대(현 군사안보지원사령부)와 검찰은 아버지 앞에 사과해야 하는 거 아닙니까? 아버지 고문한 사람 중 한 놈도 사과한 사람 없고, 검사 누구도 사과하지 않았어요. 사과 한마디 못 받고 돌아가신 아버지가 얼마나 원통하실지..."

코로나19 확산으로 사람의 발길이 어려워진 장례식장은 더욱 쓸쓸하기만 했다.

2014년 5월 광주고등법원에서 무죄 선고 후 근처 식당에서 물 잔에 물을 가득 채워 건배하며 기뻐했던 가족들의 모습이 떠올랐다. 과거사가 정리되고, 공권력의 개혁이 이뤄지길 간절히 바라본다. 그것이 생전에 국가의 사과를 받지 못하고 먼저 세상을 떠나신 김용담씨의 바람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2014년 광주고등법원에서 무죄 선고 후 술 대신 물잔으로 건배하며 기뻐하는 가족들.
 2014년 광주고등법원에서 무죄 선고 후 술 대신 물잔으로 건배하며 기뻐하는 가족들.
ⓒ 변상철

관련사진보기


 

태그:#수상한집, #평화박물관, #지금여기에
댓글7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내가 살아가는 세상이야기를 나누고 함께 변화시켜 나가기 위해서 활동합니다. 억울한 이들을 돕기 위해 활동하는 'Fighting chance'라고 하는 공익법률지원센터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언제라도 문두드리세요.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