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요즘 나는 밤에 잠을 자다가 너댓번은 일어난다. 왼쪽 어깨 통증 때문인데, 병원을 다니고 있는데도 좀처럼 나을 기세가 보이지 않는다. 병원을 다닌 지 벌써 6개월이 되었다. 

"어깨 좀 어때요?"
"조금 괜찮아지나 했는데, 요즘 더 아파요. 밤에 자면서 네 번 이상 깨요." 

"운동 안 하는구나?"
"아니, 하긴 하는데도 그래요. 방법이 운동밖에 없는 거예요?"

"수술을 할 수도 있지만 안 하는 게 더 좋죠. 오늘은 통증이 심하니까 어깨에 주사를 한 대 맞고, 약은 계속 드시고, 운동 열심히 하세요."
"이게 그러니까 오십견인가요?"

"아니에요. 오십견하고는 달라요. 이건 정확하게 말하면 회전근개골 파열로 인한 어깨점액낭염이예요. 어깨 질환중에 통증이 가장 심한 질환이에요."


병원에 갈 때마다 똑같은 질문을 하고, 똑같은 대답을 듣는다. 운동만이 답이라고 하는데, 운동을 대체 얼마나 해야 하는 걸까. 운동을 아주 안 하는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종일 하는 것도 아니니 답답할 뿐이다. 그런데다 움직일 때마다 아프니 운동을 하는 것도 꾀가 생긴다.

어깨에 통증이 심하니 불편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옷을 입을 때도 아프다는 소리가 절로 나오고, 팔을 들어올릴 수 없으니 활동에도 제한이 있다. 운전도 쉽지 않고 무엇보다도 잠을 잘 때가 제일 힘들다. 무조건 똑바로 누워서 자야 하는데, 잠을 자다가 조금만 뒤척여도 통증 때문에 잠이 깬다. 

옆으로 자는건 꿈도 꿀 수 없다. 직업이 팔을 꼭 써야 하는 일이라 팔을 쓰지 않을 수도 없다. 최대한 아픈 쪽 팔을 쓰지 않으려고 하는데 어디 그게 쉬운 일인가. 차라리 수술을 하고 빨리 좋아졌으면 하는 생각이 굴뚝같다.

그런데 사실 나의 문제는 어깨 뿐만이 아니다. 요즘 홧병이 난 것처럼 온 몸에서 열이 오르다 내리다를 반복하고 있다. 처음에 열이 오를 때는 나만 그런 것인지 몰라서 함께 있던 사람들에게도 더운가 묻곤 했다. 그런데 다들 뭐가 덥지?라는 표정을 지었다. 평소에도 추위를 많이 타지 않으니 남들보다 조금 더 더운건가 했다.

이런 증상이 낮에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밤에 잘 때도 이불을 덮었다 걷어냈다를 반복한다. 온 몸에 식은땀이 흥건하도록 열이 올랐다가 언제 그랬냐는 듯이 괜찮아 졌다가를 시시때때로 반복하는 것이다. 집 온도가 너무 높아서 그런가 했는데 나 혼자만 그런 것이었다.

그제서야 난 갱년기가 나에게 찾아 왔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안 그랬는데 얼마전부터 아침에 일어나면 손가락 관절이 아픈 것도 갱년기 증상 중 하나라고 하고, 몇 십년 동안 정확하던 생리 주기가 들쭉날쭉 바뀌더니 서서히 끊긴 것도 갱년기 증상이라고 했다.

사춘기도 거뜬하게 이길 수 있다는 갱년기. 아직 오십이 되려면 조금 더 있어야 하는데 벌써 갱년기가 왔나, 하는 생각을 하니 갑자기 당황스러웠다.  거기에 주변 사람들의 반응도 나를 더 신경쓰이게 만들었다.  

"아니, 50도 안됐는데 벌써 갱년기가 왔다고?"
"벌써 갱년기가 오면 어떻게 해? 아직 창창한 나이인데..."
"그럼 폐경인 거야?" 


내가 갱년기 증상을 이야기 하면 대부분 이런 반응이었다. 이런 이야기들을 듣고 있다보면 내가 뭔가를 잘못한 기분까지 들 정도였다. 안 그래도 유쾌한 기분은 아닌데 우울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이게 대체 뭐라고.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니, 갱년기라는 것은 어차피 누구에게나 오는 것이고 사람마다 오는 때가 다른 것 뿐인데 내가 다른 사람들보다 조금 빨리 왔다고 우울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았다. 더구나 사전에서 갱년기를 찾아보니, 아래와 같이 마흔 이후부터 온다고 써 있었다. 나는 내년이면 벌써 마흔아홉아니던가. 

갱년기 : [명사] 인체가 성숙기에서 노년기로 접어드는 시기. 대개 마흔 살에서 쉰 살 사이에 신체 기능이 저하되는데, 여성의 경우 생식 기능이 없어지고 월경이 정지되며, 남성의 경우 성기능이 감퇴되는 현상이 나타난다.

나의 몸에 이런저런 변화가 오고, 통증이 있어서 아프고 힘든 건 사실이지만 우울할 필요는 없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갱년기가 오면 우울증도 동반한다며 주변에서 걱정도 해주고 조언도 해준다. 갱년기는 인정하되, 우울함이 내 마음을 두드려도 문을 열어주지 않을 생각이다. 빗장 걸고 있으면 들어올 틈이 없을테니까.
 
나날이 늘어가는 건강보조제와 약들
▲ 건강보조제 나날이 늘어가는 건강보조제와 약들
ⓒ 김미영

관련사진보기

 
요즘엔 챙겨 먹는 건강보조제가 하나 둘 늘었다.  예전엔 거들떠 보지도 않던 것들을 이젠 꼬박꼬박 먹으려고 노력한다. 이것도 하나의 방법일 것이다. 일단 몸이 건강하면 마음도 더 건강해 질테니까. 

또 나는 책을 읽고, 그림 그리는 시간을 가져 보려고 한다. 몇 년 전에 아이들 모습을 직접 그려보고 싶어서 몇 달 정도 그림을 배웠는데, 그림을 그리다보니 마음이 안정되고 편안했었다. 잘 그리지는 못하지만 그림 그리는 걸로 마음을 다스려 보련다. 갱년기 너, 나한테는 안 될 걸?
 
몇 년전 색연필로 그렸던 아이의 모습
▲ 아이모습 몇 년전 색연필로 그렸던 아이의 모습
ⓒ 김미영

관련사진보기

 

태그:#갱년기, #어깨통증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