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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한글박물관 김상석 관장 도움/토박이말바라기 이창수
▲ 엣날 배움책에서는 "합금"을 뭐라고 했을까요? 우리한글박물관 김상석 관장 도움/토박이말바라기 이창수
ⓒ 이창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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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4285해(1952년) 펴낸 '과학공부 5-2'의 25쪽부터 26쪽에서 캐낸 토박이말을 보여드립니다.

25쪽 첫째 줄과 둘째 줄에 걸쳐서 "전기가 적게 들고, 밝으며, 오래 쓸 수 있는 좋은 점이 있다"는 월이 나옵니다. 이 월은 '전기'와 '점'을 빼면 모두 토박이말로 되어 있어서 참 반갑고 좋았습니다. 셋째 줄부터 다섯째 줄에 걸쳐 나오는 "우리들 집에는 밖에서 전선을 끌어 들인 곳에 그림과 같은 스위찌가 있다"는 월도 위와 같았습니다. 이 월에 나온 말 가운데 '전선'과 '스위찌' 말고는 모두 토박이말로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들 집'이라는 말은 더 반가웠습니다. 요즘 배움책에도 '가정'이라는 말을 많이 쓰는데 '집'이라는 말을 써도 된다는 것을 잘 보여 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여섯째 줄에 '물렁물렁한 철사'에서 '물렁물렁하다'는 말도 반가운 말이었습니다. 요즘 많은 곳에서 '연하다'는 말을 쓰는데 '연하다'라는 말이 아닌 말로도 배움책을 쓸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 같았습니다. 여덟째 줄에 있는 '잘 녹는 쇠붙이'도 참 쉬운 말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금속'이라는 한자말이 아닌 '쇠붙이'라는 토박이말을 써 주어서 고맙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열째 줄과 열한째 줄에 걸쳐 있는 '섞음쇠'라는 말은 더 고맙고 반가웠습니다. 요즘 배움책의 여러 곳에서 '합금'이라는 말을 쓰기 때문에 처음 보는 사람이 많을 거라고 봅니다. 그런데 보시다시피 옛날 배움책에서는 '섞음쇠'라는 말을 쓰고 그 옆에 나란히 한자를 밝혀 놓았습니다.

저는 이렇게 토박이말을 먼저 알려주고 뜻이 비슷한 한자말이 있으면 알려주는 것이 배우는 아이들에게 더 좋다고 생각합니다. 아이들 배움을 돕는 갈침이(교사)들에게도 '합금'이라는 말을 풀이해 주는 말로서 '섞음쇠'라는 말이 도움이 되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고 봅니다.

열셋째 줄과 열넷째 줄에 걸쳐 나오는 '전기풍로 같은 것을 쓸 때에'도 요즘 배움책이었다면 '전기풍로 등을 사용할 때에'라고 했을 수도 있는데 그렇게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잘 보여 주고 있습니다. 열여섯째 줄과 열일곱째 줄에 걸쳐 나오는 '녹아서 끊어진다'도 '퓨우즈'를 풀이하는 다른 책에서는 '단절'이라는 말을 쓰는데 이런 쉬운 말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26쪽 둘째 줄에 나오는 "퓨우스는 어떤 일을 하는가?"에서 '어떤 일을 하는가?'는 앞선 글에서도 말씀드린 것과 같이 '어떤 기능을 하고 있는가?'을 쉽게 풀어 쓴 말입니다. 일곱째 줄과 여덟째 줄에 걸쳐 나오는 '오고 가는 두 개의 전선이 서로 닿거나'도 '합선'이라는 어려운 말을 쓰지 않고 쉽게 풀어 쓴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아홉째 줄과 열째 줄에 걸쳐 나오는 "전선이 뜨거워져서 불이 나는 일이 있다"도 "전선이 과열되어 화재가 발생하는 일도 있다"라고 하지 않아서, 열다섯째 줄에 나오는 '저절로'도 '자동으로'가 아니라서 좋았습니다.

또 몇 사람이 아이들 배움책에 한자를 나란히 쓰도록 하는 법을 만들려고 한다는 기별을 보고 가슴이 아팠습니다. 참으로 아이들을 생각한다면 이런 옛배움책을 좀 보고 어릴 때부터 쉬운 토박이말을 넉넉하게 배우고 익히도록 하는 법, 쉬운 토박이말을 쓴 배움책을 만드는 법을 만드는 게 옳다고 생각합니다.

태그:#우리한글박물관, #토박이말바라기, #토박이말, #교과서 , #쉬운배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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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누리 으뜸 글자인 한글을 낳은 토박이말, 참우리말인 토박이말을 일으키고 북돋우는 일에 뜻을 두고 있는 사단법인 토박이말바라기 맡음빛(상임이사)입니다. 토박이말 살리기에 힘과 슬기를 보태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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