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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재판이 언제 열리나요?"

9개월째 이 질문을 던지는 재판당사자가 있다. 

2013년 2월부터 약 5년간 산별노조 조직국장의 업무를 수행해오던 중 2018년 9월 징계위원회에 해부돼 해고처분을 받았고, 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를 신청하였으나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2019년 8월, 중앙노동위원회는 지난 2월 당사자의 신청을 기각했다.

당사자는 3월 18일 대전지방법원에 소장을 접수했고, 신속한 권리구제를 위해 변론기일을 지정해 달라는 취지의 "기일지정신청서"를 4월 19일, 10월 14일 두 차례 신청했으나 변론기일이 지정되지 않았다.
 
사건진행내역
 사건진행내역
ⓒ 최정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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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기일지정신청서를 제출한 시점을 기준으로 두 달이 되어도 변론기일이 지정되지 않자 당사자 측은 지난 14일 재판부에 연락해 변론기일 지정이 안 되는 이유를 물었고, 재판 실무를 담당하는 대전지방법원 행정 2부 담당 공무원은 그 이유에 대해 아래와 같은 세 가지 이유를 남겼다.

"첫째, 현재 재판 진행 중인 사건이 500건이고 사건순서대로 기일을 잡고 있는데, 현재 2020년 1월에 접수된 사건이 이제 기일을 지정하고 있으니 3월에 접수한 이 사건도 내년 초가 되면 변론기일이 지정될 수 있다.

둘째, 원래 행정부가 세 개 있었는데 하나가 없어지면서 업무가중이 더 심해졌고, 현재 2019년 12월 접수된 사건에 대해 기일을 잡고 있는 제1행정부보다는 한 달 정도 빨리 진행되고 있다.

셋째, 노동자에게 해고 상태는 생존권을 위협받는 상황이니 더 빨리 기일을 잡아 달라고 하는 당사자의 사정을 고려하여 재판기일을 순서보다 더 빨리 잡아 줄 수 없으나 다시 한번 결재를 올려보겠다."

 
변론기일통지서
 변론기일통지서
ⓒ 최정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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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장 제출 후 첫 변론기일 잡히는 데만 1년?

지난 14일 당사자 측의 연락 이후 재판부는 바로 당일 변론기일통지서를 보내왔다. 2021년 3월 4일 오전 11시 45분. 당사자는 앞으로도 3개월을 더 기다려야 한다. 3월 제출한 소송 첫 변론기일이 1년 후인 내년 3월에 열리는 것이다.

2020년 대법원이 발간한 사법연감을 보면 2019년 심리 중인 행정 제1심 미제사건은 1만 4503건, 1년 이상 심리 중인 사건은 2462건으로 전체 심리 중인 사건의 16.9%를 차지한다. 대전지방법원은 1년 이상 심리 중인 사건이 22.2%로 전국 평균을 상회한다.
  
재판부의 심리 기간은 신중한 심리를 위해 불가피한 결과일 수 있다. 재판부 담당 공무원의 말처럼 처리부서가 하나 줄었기에 대전지방법원의 재판지연은 부득이한 결과일 수 있다. 그러나 다급한 마음에 법원을 찾는 시민들이 이런 재판부와 법원의 사정을 머리로는 이해하나 마음으로 이해하긴 어렵다.

"우리는 이렇게 다급한데, 법원은 왜 느긋하죠?"

법원을 향한 시민들의 외침은 오늘도 계속된다. 
 
2020년 법원행정처 발간 사법연감 938면
 2020년 법원행정처 발간 사법연감 938면
ⓒ 최정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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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다급한 시민, 느긋한 법원, #재판지연, #해고노동자, #최정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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