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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검찰총장. 사진은 지난 4일 오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청사로 출근하고 있는 모습.
 윤석열 검찰총장. 사진은 지난 4일 오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청사로 출근하고 있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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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초유의 검찰총장 해임을 둘러싼 징계위원회가 열렸다. 지난 10일 징계위가 열렸지만 결론 없이 15일 다시 재개하기로 했다. '추-윤 대전'으로 불리는 이 싸움의 하이라이트격인 징계위원회엔 당사자인 추미애 법무부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은 참여하지 않았다. 결과에 따라 둘 중 하나는 치명상을 입을 수밖에 없다.

나는 20년 넘게 교직에 있으면서 파면·해임 등 징계를 당하는 이들을 수없이 봐왔다. 동시에 교원노조에서 사학비리 고발 등의 이유로 억울하게 징계당한 교사들을 구제하기 위한 활동을 해왔다. 이를 토대로 윤석열 검찰총장을 둘러싼 징계의 쟁점과 함께 문제점을 정리했다.

[쟁점①] 징계위원 비공개는 위법부당? '비공개 정당' 대법 판례 있다
 
윤석열 검찰총장 측 특별변호인 이완규 변호사(왼쪽)가 지난 10일 열린 윤 총장에 대한 검사징계위원회 종료 후 정부과천청사 법무부에서 나서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오른쪽은 이석웅 변호사.
 윤석열 검찰총장 측 특별변호인 이완규 변호사(왼쪽)가 지난 10일 열린 윤 총장에 대한 검사징계위원회 종료 후 정부과천청사 법무부에서 나서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오른쪽은 이석웅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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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총장 측은 처음부터 징계위원 명단 공개를 요구했다. '법이 보장한 방어권을 행사하기 위해, 기피신청 권리를 행사하기 위해 명단 공개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었다. 

검사징계법뿐 아니라 공직자, 심지어 민간회사의 징계에 관한 규정에도 예외 없이 징계 혐의자의 방어권 행사를 위해 기피 신청의 권리가 명시돼 있다는 점에서 징계위원이 누구인지 알아야 한다는 윤석열 총장 측의 주장은 일견 타당해 보인다.

그러나, 법적인 판단은 다르다. 이미 대법원을 비롯한 법원은 '징계위원 명단 공개를 하지 않았다고 해서 방어권 행사를 방해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점을 판례를 통해 명확히 하고 있다.

"징계위원회가 징계위원 명단을 공개하지 아니한 채 징계의결을 하였다고 하여 피징계자로 하여금 기피신청권을 행사할 수 없도록 방해하였다고 할 수 없다.(대법원 1995.9.29. 선고 93다1428 판결 [직위해제무효확인])"

이 판례에 따르면, 어느 사립대학 교수가 자신의 직위해제(결국 해임)가 부당하다며 제기한 사건 소송(재판장 대법관 지창권)에서 대법원은 최종 원고 패소 판결을 내리며 '징계위원을 사전에 공개하지 않은 것은 위법하지 않다'고 밝혔다. 징계를 내린 학교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이 사건에서 대법원과 서울고등법원, 서울지방법원 등 3급심 모두 "피징계자인 원고가 기피신청권을 행사하기 위해 징계위원이 누구인지 알 필요가 있다면 스스로 징계위원회에 출석하기만 하면 징계위원이 누구인지는 곧바로 알 수 있는 것이어서 징계위원회에 징계위원의 명단을 공개할 의무가 있다고 할 수 없어 징계위원회가 징계위원명단을 공개하지 아니한 채 징계의결을 했다고 해 원고로 하여금 기피의 신청권을 행사할 수 없도록 방해했다고 할 수 없으므로 위 징계의결이 그 절차에 있어서 공정성을 결여한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라고 판단했다. 

윤석열 총장 측의 '징계 공정성', 즉 징계혐의자의 방어권 행사를 위해 징계위원 명단 공개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주장을 법원은 인정하지 않고 있다. 

현직 검찰총장과 그 변호사들이 이런 판례도 몰랐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런 판례를 이미 알고 있음에도 언론 플레이를 위해 징계 절차에 문제가 있다는 주장을 계속하면서 '약자 코스프레' '피해자 인증'을 하고 있는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

지금까지 징계위원의 명단을 공개한 사례가 없으며, 징계위원 명단을 공개하는 것이 징계위원들의 업무를 방해할 수 있으므로 법에 따라 공개하지 않는다는 법무부의 주장에 힘이 실리는 판례로 보인다.

[쟁점②] 기피신청으로 징계의결 정족수 미달? 검사징계법부터 읽어라
 
추미애 법무부장관이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검사징계위가 열리는 10일 오전 경기도 과천시 법무부 청사에 출근하고 있다.
 추미애 법무부장관이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검사징계위가 열리는 10일 오전 경기도 과천시 법무부 청사에 출근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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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총장은 징계위원회 참석을 거부했다. 공정성을 의심받을 수밖에 없는 징계위원회 구성 때문이라는 게 가장 중요한 이유였다. 예상처럼 징계위원 대부분에 대해 기피신청을 했다. 그러나 징계위원회는 이에 대해 기각했으며, 1명만 스스로 징계위원회에서 회피했다.

일부 언론은 기피신청된 이들이 징계위원회에 참석할 수 없게 되면서 징계위원회가 정족수 미달로 징계 자체를 할 수 없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나, 이는 검사징계법조차도 읽어보지 않은 주장에 불과하다. 일반 징계에 대한 판례와 상식을 무시한 보도다. 

검사징계법 제17조(제척·기피·회피)는 다음과 같이 정하고 있다.
 
① 위원장과 위원은 자기 또는 자기의 친족이거나 친족이었던 사람에 대한 징계 사건의 심의에 관여하지 못한다.
② 징계를 청구한 사람은 사건심의에 관여하지 못한다.
③ 징계혐의자는 위원장 또는 위원에게 제1항 또는 제2항의 사유가 있거나 징계결정의 공정을 기대하기 어려운 사정이 있을 때에는 위원회에 그 사실을 서면으로 소명하여 기피를 신청할 수 있다.
④ 위원회는 제3항의 기피신청이 있을 때에는 재적위원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위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기피 여부를 의결한다. 이 경우 기피신청을 받은 사람은 그 의결에 참여하지 못한다.
⑤ 위원장이나 위원은 제1항부터 제3항까지의 경우에는 회피할 수 있다.

검사징계법이 정한 7명의 징계위원 중 제17조 제2항에 의해 추미애 장관은 징계 청구권자라서 빠진다. 1명의 외부위원이 참여하지 않았으므로 징계위원회 출석위원은 5명이다. 검사징계법 제10조(징계의 심의) '① 위원회는 위원장을 포함한 위원 과반수가 출석한 경우에 심의를 개시한다'에 의해 정족수는 충족했으므로 10일 징계위원회 개회는 문제가 없어 보인다. 

검사징계법 제18조(징계의결)가 "① 위원회는 사건심의를 마치면 출석위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징계를 의결한다"라고 정하고 있으므로 징계의결을 위해서는 5명 중 3명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그러나 기피신청이라는 변수가 있어 이를 따져봐야 한다.

징계위원이 7명인데 징계심의를 위해서는 출석위원이 최소 4명은 돼야 한다. 추 장관과 불참위원을 빼고 참석 위원이 5명이므로 일단 개회 정족수는 채웠다.

윤석열 총장 측은 기피신청을 했다. 이용구 차관, 심재철 국장뿐 아니라 외부위원인 정한중 교수과 안진 교수도 친민주당 인사라는 이유로 기피신청을 했다. 남는 징계위원이 1명이 돼 기피신청 심사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는 검사징계법을 잘못 읽은 해석이다.

잘못된 해석이 나오는 이유는 바로 핵심 조항인 검사징계법 제17조 제4항의 '이 경우 기피신청을 받은 사람은 그 의결에 참여하지 못한다'는 내용을 잘못 이해했기 때문이다. 여기서 '그 의결'은 징계 의결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기피신청 의결'을 의미한다. 즉, 기피신청된 징계위원은 징계의결에 참여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기피신청을 받아들일 것인지 여부를 의결하는 과정에 참여할 수 없다는 의미다. 참석한 5명에 대해서 전부 기피신청이 있더라도 각각의 기피 신청에 대해서 당사자 1명을 빼고 나머지 4명이 그 신청을 받아들일지 말지를 결정하면 된다는 의미다. 아래 판례를 보자. 
 
* 기피신청에 대한 의결 판례 :
일반적으로 기피신청은 징계위원 개개인에 대한 것으로서 그 기피신청에 대한 의결 역시 개별적으로 하는 것이므로 수인의 징계위원에 대한 기피신청이 있는 경우에도 기피신청을 당한 각 징계위원은 기피사유가 공통된 원인에 기인한 것이 아닌 한 자신에 관한 의결에만 참여할 수 없을 뿐 다른 사람에 관한 의결에는 참여할 수 있음.[대법원 2000.10.13. 선고, 98두8858 판결]
 
이 대법원 판례에서 보듯 윤석열 총장 측이 징계위원 전원에 대해서 기피신청을 하더라도 기피신청된 위원은 자신에 대한 기피 신청의 의결에만 참여하지 못할 뿐 다른 위원에 대한 의결에는 참여할 수 있으므로 기피신청에 의한 정족수 미달이 일어날 가능성은 희박하다. 실제로 기피 신청에 대해서는 기각이 결정됐다.
※기피로 출석위원이 미달한 경우의 의미 판례 :
'기피로 징계위원회의 출석위원이 재적위원의 3분의 2에 미달될 경우'라 함은 기피신청이 있는 때에는 위원회의 의결로 그 징계위원회 위원이 불공정한 의결을 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사유가 있는지의 여부에 관하여 결정을 하고 그 기피의결 결과로 출석위원이 재적위원의 3분의 2에 미달되는 경우 징계위원수가 재적위원수의 3분의 2 이상이 될 수 있도록 임시위원을 임명하여야 한다는 것을 규정한 것이고, 이와 달리 이를 단순히 제1항의 기피신청이 있을 때라고 보아 기피신청으로 인하여 징계위원수가 재적위원의 3분의 2에 미달될 때에는 3분의 2이상이 될 수 있도록 임시위원을 임명하여야 하는 것으로 볼 것은 아니다.[대법원 1999. 4. 27. 선고, 98다42547 판결]
 
이 대법원 판례에서 보듯 징계의결 정족수는 기피신청된 징계위원을 제외한 나머지 위원의 수가 아니다. 기피신청된 위원에 대해서 나머지 위원들이 의결을 통해, 기피신청을 받아들이기로 한 위원을 제외한 나머지 위원 수를 의미한다. 기피신청에 의한 정족수 미달은 일어나지 않는다.

윤석열 총장 측은 "자신에 대한 의결뿐 아니라 다른 사람에 대한 의결에도 참여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례를 제시하면서 기피신청된 4명이 모두 기피신청 의결에 참여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일부 언론은 이를 받아 징계위원회가 대법원 판례도 무시하고 징계를 밀어붙이고 있다는 식으로 보도했다. 

그러나, 이 판례는 윤석열 의원 측 변호사가 잘못 인용한 것이거나 언론 오보일 가능성이 커 보인다. 법원이 이를 받아들일 가능성도 거의 없다. 이것도 대법원 판례를 보자.

"기피신청은 원래 징계위원 개개인에 대한 것으로서 기피신청에 대한 의결 역시 기피신청 대상자별로 개별적으로 하여야 하므로, 징계위원에 대한 수 개의 기피신청이 있는 경우라도 신청을 당한 징계위원은 자신에 대한 의결에만 참여할 수 없을 뿐 다른 사람에 대한 의결에는 참여할 수 있고, 다만 기피사유가 공통의 원인에 기인하는 경우에는 자신에 대한 의결뿐 아니라 다른 사람에 대한 의결에도 참여할 수 없다.(부당해고구제재심판정취소[대법원 2015. 11. 26., 선고, 2015두36126, 판결])"

위 대법원 판결문을 보면, 윤 총장 측의 주장과 흡사하다. 이 판결문을 보면 "자신에 대한 의결뿐 아니라 다른 사람에 대한 의결에도 참여할 수 없다"는 내용이 나오긴 한다. 그러나 여기엔 단서가 있다. 바로 "기피사유가 공통의 원인에 기인하는 경우"라는 것이다. 바로 앞 문장에 보면, "징계위원에 대한 수 개의 기피신청이 있는 경우라도 신청을 당한 징계위원은 자신에 대한 의결에만 참여할 수 없을 뿐 다른 사람에 대한 의결에는 참여할 수 있다"고 분명히 밝히고 있다.

윤석열 총장이 기피신청한 이용구 차관, 심재철 국장, 정한중 교수, 안진 교수 등 4명의 징계위원은 서로 다른 원인과 공통의 원인으로 기피신청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공통의 사유라 하더라도 실질적으로 해당 공통 기피신청 사유가 성립되지 않거나 아예 기피권 남용이 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위 인용한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자신에 대한 기피 신청이 제기됐다고 하더라도 다른 위원에 대한 기피신청을 심사하는 데 참여하는 것은 위법이 아니다.

윤석열 총장에게 보다 치명적인 내용은 다른 판례에서도 찾을 수 있다.

"피징계자가 징계위원 전원 또는 대부분에 대하여 동시에 기피신청을 함으로써 징계위원회를 구성할 수 없거나 징계위원회의 결정 자체가 불가능한 경우, 기피신청이 징계절차의 지연을 목적으로 함이 명백한 경우 등에는 그 신청 자체가 기피신청권의 남용에 해당하여 부적법하므로, 이러한 신청은 허용될 수 없다고 봄이 상당하다. 따라서 이러한 경우에는 기피신청의 대상이 된 징계위원이 기피결정에 관여하는 것이 금지된다고 볼 수 없다(대법원 2009.1.30. 선고 2007추127 판결 참조).

나아가 기피신청이 위와 같이 징계절차의 지연을 목적으로 함이 명백한 경우에 해당하는지는 징계에 이르게 된 경위, 징계위원회 출석 여부 등 피징계자가 징계절차에서 취한 행태, 기피신청의 시기와 횟수, 기피신청으로 주장하는 기피사유의 내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해고무효확인등 [대법원, 2015.11.27., 2015다34154])"


윤석열 총장 측에 뼈아픈 판결이다. 이 판결에서 밝힌 것처럼 '기피신청권 남용'은 위법하므로 신청 자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기피신청 사유가 다른 경우, 기피신청된 위원도 다른 위원의 기피 심사에 참여할 수 있다. 기피신청된 위원이 다른 위원의 기피신청 결정에서도 참여할 수 없다는 건 윤석열 총장 측의 과도한 해석으로 보인다.

[쟁점③] 반윤석열 인사는 징계위원을 하면 안된다? 징계위가 결정할 일
 
검사징계위원회 위원장 직무대리를 맡은 정한중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교수가 지난 10일 열린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검사징계위원회 종료 후 정부과천청사 법무부를 나서고 있다.
 검사징계위원회 위원장 직무대리를 맡은 정한중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교수가 지난 10일 열린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검사징계위원회 종료 후 정부과천청사 법무부를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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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서는 징계위원회 공정성을 위해 징계를 청구한 추미애 장관 측 인사, 달리 말하는 징계 대상자인 윤석열 총장에 비판적인 인사는 징계위원으로 참여할 수 없다는 주장이 계속 제기되고 있다. 윤석열 총장에게 비판적이거나 반대하는 인사는 애초에 징계위원의 자격이 없다는 주장은 그럴 듯하게 들리지만 실제로는 전혀 그렇지 않다. 

기피신청된 이들은 아예 징계위원회에 참석할 수 없으며, 이들이 참여한 징계위원회가 어떤 결정을 내리더라도 그 징계 결정은 무효라는 주장이 일각에서 나오고 있는데, 이 역시 판례를 살펴보면 논파된다.

윤석열 총장 측이 주장하는 것처럼 자신에게 불리한 결정을 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해 기피신청을 하는 것은 당연한 법적 권리다. 이에 대해 검사징계법 제17조(제척·기피·회피) "③ 징계혐의자는 위원장 또는 위원에게 제1항 또는 제2항의 사유가 있거나 징계결정의 공정을 기대하기 어려운 사정이 있을 때에는 위원회에 그 사실을 서면으로 소명하여 기피를 신청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검사징계법뿐 아니라 공무원징계령, 교육공무원징계령, 나아가 사립학교법 등 모든 공무원과 교원 등에게도 기피 신청을 권리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징계 대상자가 자신에 대해서 불리한 결정을 할 것이라고 판단해 징계위원에 대해서 기피신청을 하더라도 반드시 받아들여야 하는 것은 아니다. 또한 그 위원이 징계 의결에 참여할 수 없는 것 역시 아니다. 

앞서 밝힌 것처럼, 윤 총장 측의 기피 신청이 있었고 징계위원회는 심사를 거쳐 이를 기각했다. 이것이 정당한지에 대해서 윤 총장이 소송을 제기한다면 법원이 판단하면 된다.

추미애 법무부장관은 징계제청 당사자이기 때문에 제외됐다. 당연직인 이용구 차관은 울진원자력발전소 경제성 조작 관련 사건에 대해서 백운규 산업자원부 장관의 변호인이었고, 윤석열 총장 측이 제기한 검사징계법 위헌 소원에 대해 '악수(惡手)'라는 문자 메시지를 보낸 건 등이 기피신청 사유로 짐작된다. 검사징계법에 의한 검사몫 2명으로 지명된 심재철 법무부 검찰국장은 스스로 회피를 했으므로 따질 게 없고, 신성식 대검 반부패부장은 예상과는 달리 기피신청이 되지 않았다.

외부위원이자 징계위 위원장으로 알려진 정한중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세미나 등에서 윤석열 총장에 비판적인 발언을 하고 검찰의 조국 부부 수사에 대해서 비판적인 입장을 밝힌 적이 있다는 이유로, 또 다른 외부위원인 안진 전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2010년 지방선거 당시 민주당 광주시당에서 공천 심사에 참여했던 전력이 있다는 이유로 친문재인 정권-친추미애 장관 또는 반윤석열 총장 성향의 인물이라는 이유로 기피신청이 예상됐다.

과연 이들에 대한 기피신청 거부가 법원에서 위법으로 판단될까? 즉 이런 이유로 기피 신청됐는데 기피신청이 거부된 이들이 징계의결에 참여한 것에 대해 법원이 '공정성을 침해했다'면서 윤 총장의 징계를 취소하는 판결을 내릴까? 

물론, 전원에 대해서 기피 신청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결정할 가능성은 없지만 일부 위원은 고민이 될 수도 있어 보인다.

법원은 2018년 서울 강남의 한 중학교에서 있었던 학교폭력 사건에 대한 재판에서 학교폭력자치위원회 위원이었던 교감에 대해서 제기한 기피 신청을 학교 측이 거부한 것은 공정한 징계 심의를 받을 권리를 침해한 것이라는 취지로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즉, 기피 신청을 거부한 징계위원회의 결정이 잘못된 것이라는 의미다.

이 사건에서 교감이 징계 대상자인 학생에 대한 이전 처분에서 학생에 대해서 부정적인 진술서를 쓰기도 하고, 결정적으로 이 학생의 학부모로부터 고발당한 상태였기 때문에 공정한 심사를 기대할 수 없었다고 판단했다. 본 사건에서 징계대상자에 대해서 부정적인 진술서를 쓴 적 있고, 해당학생의 학부모로부터 고발까지 당한 상태였다면 기피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 이상해 보인다. 이 사건만 보면 윤석열 총장의 주장이 맞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윤석열 총장 측에서 기피신청한 4명의 인사가 위 판례의 교감과 같은 처지일까? 의문이다. 즉, 이 정도의 추상적인 이유가 검사징계법에서 정한 "징계결정의 공정을 기대하기 어려운 사정"에 해당할까? 그래서 반드시 기피 신청이 받아들여져야 할 정도에까지 이를까에 대해서는 법원이 인정할지 의문이다.

비슷한 상황에 대한 대법원 판례를 다시 보자.

"교원징계위원회 징계위원의 제척에 관한 규정은 징계위원회 위원 자신이 피징계자가 되거나 피징계자와 친족관계가 있을 때에만 제척된다는 취지이고, 징계위원 자신과 직접적으로나 간접적으로 관계가 있기만 하면 제척된다는 취지로 볼 수는 없으므로, 징계위원들 중의 일부가 징계사유를 이루고 있는 행위의 피해자로서 징계사건과 관련성이 있다하더라도 그것만으로는 제척사유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음. [대법원 1995.9.29. 선고, 93다1428 판결]"

먼저, 제척사유의 취지에 대한 위 대법원 판례를 보면, 윤석열 총장 측이 주장하는 기피 신청 위원들이 자동으로 징계 심리나 의결에 참여하지 못하게 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 명백하다. 또 다른 사건에서 서울고등법원(서울고등법원 91나54451)은 이렇게 판단했다.

"원고에 대한 징계사유의 일부가 되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OOO 교수는 원고로부터 직접적으로 인격적 공격을 받은 사람으로서 원고와는 대립관계에 있거나 또는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관계에 있다고 할 것이므로 동인은 원고의 징계사건을 심의함에 있어서 불공정한 의결을 할 우려가 있다고 봄이 상당하다 할 것이므로 동인이 교원징계위원회 위원으로서 원고에 대한 징계사건의 심의와 의결에 관여한 것은 위법하다고 할 것이다."

그러면서도 이렇게 판시했다.

"의결에 관여한 위원 중 1인에게 기피사유가 있었음이 판명된 경우, 그 위원의 의견을 제외시키더라도 징계의결 요건을 충족한다면 그 절차의 위법이 징계의결에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없으므로 이에 기해 이뤄진 해임 처분은 유효하다."

일부 징계위원의 기피신청을 거부한 것이 위법하더라도 나머지 위원들의 결정만으로 정족수를 충족하면 징계가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윤석열 총장이 기대하는 것처럼 기피신청에 의해 징계 무효가 되려면, 기피신청이 거부된 게 위법이라고 법원에서 인정받아야 한다. 

태그:#윤석열, #추미애, #검찰총장, #징계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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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교육에 관심이 많고 한국 사회와 민족 문제 등에 대해서도 함께 고민해 보고자 합니다. 글을 읽는 것도 좋아하지만 가끔씩은 세상 사는 이야기, 아이들 이야기를 세상과 나누고 싶어 글도 써 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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