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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인사가 최근 경원중 혁신학교 반대 카페에 올린 글.
 한 인사가 최근 경원중 혁신학교 반대 카페에 올린 글.
ⓒ 카페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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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결합형 혁신학교 지정 신청 찬성률이 학부모 69%, 교원 80%를 자랑하던 서울 서초에 있는 한 중학교가 혁신학교 지정을 놓고 몸살을 앓고 있다. 2018년 서울 송파 헬리오시티 초중학교의 혁신학교 사태가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온다.

경원중 거주민의 '혁신학교 반대' 청원 글에 5945명 서명

3일 확인결과, 서울시교육청으로부터 지난 10월 26일 혁신학교로 지정받은 서울 서초구 경원중학교에 대한 반대운동이 펼쳐지고 있다.

자신을 '경원중학교 근처에 거주하는 거주민'이라고 소개한 한 시민이 서울시교육청 청원게시판에 올린 '경원중 혁신학교 지정을 철회 바랍니다'란 지난 11월 30일 글에는 3일 5시 7분 현재 5945명이 서명했다.

이 청원자는 게시 글에서 "최근 경원중이 혁신학교 지정이 되는 과정에서, 주민설명회, 공청회 등을 거치지 않고 졸속으로 혁신학교 신청이 이루어지게 된 점을 알게 됐다"면서 "귀 교육청에서는 공청회 설명회 등을 지정을 위한 필수적인 절차로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졸속처리가 이루어진 배경을 귀 교육청에서는 면밀하게 파악하시어 위법 부당한 신청을 반려 부탁드린다"고 적었다.

이 청원을 시작으로 이와 비슷한 글이 '경원중 혁신학교 지정 반대' 온라인 카페와 서울 강남 부동산 카페, 강남 맘 카페 등에 잇달아 올라오고 있다.

심지어 경원중 교장 실명을 거론하고 사진까지 올리며 "전교조 해직교사 ◯◯◯ 무자격 낙하산 공모교장 구속 수사하라"는 인신공격성 글까지 잇달아 올라오고 있다. 하지만 서울시교육청에 확인 결과 해당 교장은 전교조 해직은커녕 가입 경력도 없으며 교장 자격증을 갖고 있는 교육청 장학관 출신으로 나타났다. 
 
윤희숙 의원이 지난 2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린 글.
 윤희숙 의원이 지난 2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린 글.
ⓒ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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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혁신학교 반대 목소리가 커지자 지역구에 경원중을 두고 있는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2일 인스타그램에 올린 글에서 "설문에 참여하신 학부모님들과 선생님들의 의견도 중요한 한편, 절차적 미비를 지적하시는 의견이나 혁신학교 전환에 대한 우려 역시 신중하게 검토돼야 할 것"이라면서 "학부모님들의 총의를 받들어 문제 해결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실제로 윤 의원은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들을 직간접으로 만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정 중학교의 혁신학교 지정문제가 정치문제로 비화될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윤희숙 의원까지 나서나?... 정치문제 비화 조짐

그런데 경원중과 서울시교육청 자료를 확인한 결과 혁신학교에 대한 경원중 학부모와 교원의 찬성률은 각각 69%와 80%로 높았다. 코로나19 속에서 학교에서 조사를 벌인 결과 전체 학부모의 65%인 636명이 응답해 439명이 동의한 것이다. 교원들도 62명 가운데 50명이 동의했다.

서울시교육청의 혁신학교 지정 절차를 보면 학부모와 교원 둘 중에 하나라도 동의 비율이 50% 이상이면 혁신학교에 지원할 수 있다. 그런데 경원중의 경우 학부모와 교원 모두 50%를 훌쩍 넘긴 비율로 혁신학교 신청서를 낸 것이다.

또한, 반대 청원 내용과 달리 혁신학교 지정 관련 지난 8월 11일 학부모 회장단 간담회를 연 데 이어 같은 달 28일에는 학부모 대상 온라인 설명회도 연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혁신학교 신청 과정의 의무절차는 학부모, 교원 동의율 조사와 학교운영위 심의이며, 설명회 등은 자율적으로 시행토록 한 사항"이라면서 "이런 점에 비춰봤을 때 경원중의 혁신학교 신청 절차는 하자가 없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70%가량의 학부모가 동의한 혁신학교 신청에 대해 뒷북 반대에 나선 이들은 누구일까? 상황을 잘 아는 이들은 "주변 초등학교와 경원중 실제 학부모들도 있지만, 부동산 문제에 관심이 큰 주민이나 이 지역에 아파트 등을 갖고 있는 외지인, 혁신교육 반대 세력도 많이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실제로 경원중 혁신학교 지정 반대 카페 글을 보면 스스로를 '혁신이고 나발이고'라고 칭한 한 인사는 "멀리 있어서 대신 서명 좀 부탁드린다. 잠원동 (부동산) 소유주고 서초구민이다"는 글을 적어놓기도 했다. 경원중 혁신학교 반대 서명 중인 해당 카페에 찾아와 대리 서명을 종용하는 글을 올린 것이다. 
 
한 인사가 최근 경원중 혁신학교 반대 카페에 올린 글.
 한 인사가 최근 경원중 혁신학교 반대 카페에 올린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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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인사도 같은 카페 글에서 "잠원동 세주고 이사 와서 현장에 가지를 못 한다"면서 "온라인 서명이 있다면 저희 가족, 잠원동 친구들, 혁신학교 반대하는 지인 등에게 전달하고 서명 받을 수 있다"고 적기도 했다.

한 인사도 카페 글에서 "(혁신학교) 지정 철회의 본질은 아이들 교육이 주목적이지만 4지구 등 아파트 소유주들에게는 혁신학교가 지정되면 잠원동 집값에도 안 좋은 영향이 있을 것이라는 점도 어필해야 할 것"이라면서 "본인들의 재산권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서명하라고 독려해 달라"고 적기도 했다. 또 다른 인사는 "이쪽 집값 떨어뜨리려고 (일부러) 혁신중 하는 것"이라는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한 인사가 최근 경원중 혁신학교 반대 카페에 올린 글.
 한 인사가 최근 경원중 혁신학교 반대 카페에 올린 글.
ⓒ 카페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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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경원중 근처에 부동산을 갖고 있거나 부동산 관련 인사들도 혁신학교 반대운동에 실제로 나서고 있는 것이다.

참학 "학교교육만큼은 부동산과 정치세력에서 자유로워야"

이런 사실에 대해 이윤경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서울지부장은 "학교교육에서만큼은 부동산 관계자나 특정 정치세력의 입김에서 자유로워야 한다는 원칙을 철저히 지켜야 한다"면서 "학교구성원인 학생, 학부모, 교원이 결정한 사항을 지켜주라고 교육청이 존재하는 것이니만큼, 서울시교육감은 경원중의 혁신학교 지정 약속을 반드시 지켜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울시교육청의 또 다른 관계자도 "학부모가 아닌 학교 근방 부동산 소유주 등이 특정 주장을 펼치는 것까지 교육청이 다 수렴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태그:#혁신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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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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