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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입시거부로 삶을 바꾸는 투명가방끈(투명가방끈)은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계광장에서 '2020 대학입시거부선언 기자회견'을 열었다. 기자회견은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유튜브 라이브로 진행됐다.
 대학입시거부로 삶을 바꾸는 투명가방끈(투명가방끈)은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계광장에서 "2020 대학입시거부선언 기자회견"을 열었다. 기자회견은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유튜브 라이브로 진행됐다.
ⓒ 투명가방끈 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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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을 위한 교육 말고 나를 위한 교육을 원한다."
   

수많은 고3들이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수리영역 문제를 풀던 시간, 대학 입시를 거부한 이들이 서울 종로구 청계광장에 모였다. 이 자리에서 네 명의 청년들은 "우리의 삶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라는 말을 외치며 대학입시 거부를 선언했다.

대학입시거부로 삶을 바꾸는 투명가방끈(투명가방끈)은 3일 오전, '2020 대학입시거부선언 기자회견'을 열고, 코로나19 유행에도 강행되는 수능과 대학중심적인 교육 시스템을 비판했다.

투명가방끈의 '대학입시거부선언'은 2011년부터 올해까지 93명이 동참했다. 입시경쟁 교육, 학력·학벌로 인한 차별, 대학중심주의의 문제를 지적하며 다양한 삶이 존중받을 수 있도록 변화를 촉구하는 운동이다. 

이들은 "코로나19라는 사회적재난 속에서도 학생들은 입시에서 뒤쳐지지 않기 위해 등교를 강행하는 등 비인간적인 교육과정은 멈추지 않고 있다"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들이 입시를 거부한 이유

"우리는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살지 않고, 사람답게 살아가고 싶습니다."

올해는 고등학교 3학년 '인해'와 '하지', 고등학교 1학년 '일움', 20대 '잿녹'(모두 활동명)이 대학입시거부선언을 했다. 네 명의 청년들은 공동선언문을 통해 "입시가 각자의 안전과 삶보다 우선되는 것은, 결국 성적으로 사람을 등급 매기지 않고는 못 배기는 한국의 교육 구조 때문일 것"이라며 "우리는 오늘 '좋은 대학'이라는 목표 아래서 버려지는 우리의 삶에 대해 다시 한번 질문하며 대학 입시 거부를 선언한다"라고 밝혔다.

이들은 "코로나 시대에도 입시로부터의 해방은 상상조차 되지 않았다. '더 이상 코로나 이전의 삶으로 돌아갈 수 없다'고 말하지만, 고3의 삶은 다를 바가 없었다"라며 "재난은 학생들을 입시와 학벌의 피라미드 아래에서 그저 공부만 하는 존재 정도로 여기거나 그런 존재가 되길 강요하는 한국 사회를 더욱 적나라하게 드러낼 뿐"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경쟁에서 도태되고 있다는 낙인과, 공부해서 한 등급이라도 높일 수 있다는 구원의 기회는 우리에게 끈질기게 따라붙는다"면서 "입시 경쟁에서 승리하지 못하거나 대학에 들어가지 않으면 그것은 자신의 탓이 되고 쭉 낙인찍힌 채 살아가야 한다"라며 대학입시 중심의 교육을 비판했다.

"학력 차별이 견고한 사회의 구조 자체를 바꾸는 선언"

고3 선언자인 인해는 입시경쟁과 학벌주의를 "'울고 있는 친구'를 통해서 인식했다"면서, 친구의 "시험을 망치면 좋은 고등학교를 가는 데 영향이 있을테고, 그러면 좋은 대학을 가기는 글렀다"라는 말에서 '좋다'는 게 무슨 뜻인지 고민하게 됐다고 한다.

그는 "왜 좋은 대학을 가야하느냐 물으면, 그래야 좋은 직장을 가고 높은 임금을 받을 수 있다는 말이 돌아온다"면서 "시장가치가 부각되는 노동을 하고, 그러한 시장에 진입하기에 더 수월하면 그게 바로 좋은 것이구나 싶었다"라고 말했다.

인해는 "얼마나 더 큰 이윤을 남기느냐, 자본으로 환원되는 착취의 증거가 얼마나 더 크냐가 바로 가치 있는 것을 만드는 기준점이었다"면서 "사람의 가치를 자본의 논리로 환산하고, (대학 거부자들을) 무가치한 것들로 만들어 권리를 박탈하는 현재의 사회 시스템, 그리고 그에 복무하는 교육 시스템이 바뀌어야 한다"라고 선언했다.

또 다른 고3 입시 거부자인 하지는 2016년 자신이 밤새 공부하다가 쓰러진 이야기를 고백하며, "대학입시를 거부하지 않았다면 아마 이 글(선언문)이 유서가 됐을 것이다. 요즘은 원없이 자고 있다. 그런데 그렇게 해서는 '좋은 대학'에 갈 수 없고 굶어 죽을 걱정을 해야 된다. 이상하지 않나"라고 물었다.

이날 입시 거부 선언 지지발언을 한 한희 변호사(차별금지법제정연대 정책담론팀)는 "코로나19 확산이 이어지는 와중에 수능만은 어떻게든 진행이 된다. 때로는 학력 차별은 능력주의의 미명 아래 공정한 경쟁이라고 정당화되기까지 한다"면서 한국 사회가 학력 차별의 현실을 방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학 입시 거부 선언의 의미에 대해 "존엄과 안전보다 입시가 우선시 되는 사회에 대해 이야기하는 선언"이자, "차별에 맞서는 가장 확실한 방법으로 차별을 만드는 구조 자체를 바꾸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태그:#수능, #입시 거부, #투명가방끈, #코로나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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