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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미정 경제교육협동조합 푸른살림 이사장은 돈 관리의 첫번째 덕목으로 '우선순위'를 꼽았다.
 박미정 경제교육협동조합 푸른살림 이사장은 돈 관리의 첫번째 덕목으로 "우선순위"를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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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순위'.

경제교육협동조합 푸른살림(이하 '푸른살림') 박미정 이사장이 인터뷰 내내 수차례 강조한 말이다. 푸른살림은 자신이 어디에 돈을 써야 부유해질 수 있는지보다, 어떻게 행복해질 수 있는지 고민하고 알린다. 따라서 돈을 잘 쓰기 위해 정해야 할 '우선순위'를 강조하고 있다.

푸른살림은 2014년 문을 열어 생활경체 코칭 및 교육을 통해 개인의 돈 관리와 경제적 가치관을 수립하는 데 도움을 주는 일을 한다. 2010년부터 일을 도모하기 시작해 2014년까지 4년간은 '여성이 만드는 일과 미래'라는 비영리단체에서 한부모가정과 다문화가정 등을 대상으로 재무상담을 했다.

지난 달 20일 은평시민신문은 박 이사장을 만나 청년과 소시민을 위한 재무·자산 관리법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다.

우선순위 파악해 '행복 위한 지출' 찾아야

"수많은 금융상품 피해자들이 많아 이를 방지하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따라서 푸른살림은 '어떻게 돈 관리를 하지?'라는 사람들의 고민을 덜어주기 위해 가계부 쓰기를 도왔습니다. 단순히 기록을 내는 기존의 가계부가 아닌, 예결산 구조를 알아보기 쉽고 지출 항목별 통계가 용이한 가계부 양식을 만들어 교육 했어요."

박 이사장은 가계부를 통해 기록하는 것이 아니라, 통계를 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지출비중이 큰 곳은 어딘지, 계획만큼 또는 그 이상 지출하는지 등을 통계를 통해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돈을 어디에 사용했는지 기록만 해서) 쓴 돈을 보면 정신건강상 백해무익해요(웃음). 성찰 및 판단을 하려면, 어디에 어떻게 써야 하는지 등에 대해 이해가 필요해요. 결국 돈을 쓰는 것은 삶의 만족도를 위한 것이고 돈을 썼으면 만족을 해야 하는데, 기존의 가계부는 스트레스를 주고 박탈감에 시달리게 되죠."

이렇듯 통계를 통한 성찰을 강조하는 푸른살림만의 가계부와, 이를 활용한 상담과 교육은 좋은 반응을 이끌어냈다. 이후 푸른살림의 방향성은 '금융상품 등의 위험으로부터 나를 지키자'로 정립됐다.
 
푸른살림 가계부
 푸른살림 가계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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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2018년 KBS2에서 방영한 <김생민의 영수증>이 준수한 시청률을 기록했다. 해당 프로그램은 일반인의 영수증을 분석해 재무상담과 소비전략 설계를 돕는 내용을 담았다. 이 프로그램의 핵심은, '프로 절약러'라는 김생민의 별명처럼 '돈을 쓰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박 이사장은 "돈을 쓰고 만족을 얻자"는 것이 푸른살림의 방향이라고 전했다.

"사람들이 생각보다 자신을 잘 몰라요. 돈을 지출하는 것에 대한 자신의 우선순위가 중요한데, 이를 모르는 거죠. 사람들의 지출내역을 조사하다 저희가 느낀 것은 자신이 좋아하는 곳에 돈을 쓰면 돈을 쓴 줄도 잘 모르고, 싫어하는 곳에 돈을 쓰면 스트레스를 받죠. 자신이 어디에 돈을 써야 행복한지 계획을 세워야 만족도가 높아져요."

따라서 푸른살림은 자신의 돈이 어떻게 흘러갔는지를 앎으로써 자신의 우선순위를 파악하고, 자신이 무엇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파악해 그곳에 돈을 쓰고 다른 곳에 돈을 아끼는 판단력을 키우는 것이 코칭이나 교육의 주제다. 푸른살림에서 교육을 받고 나면, "힘들게 돈을 벌어 잘 살고 있었다"고 느끼는 분들이 많다고 박 이사장은 말한다. 

"허투루 살지 않았구나, 열심히 살았구나. 결과보다는 위안을 얻는 것이 굉장한 성과입니다. 여기서 저희는 크게 보람을 느끼고 있죠."

저축도 있는 사람들의 특권이라고 느껴질 수 있다. 신용사회에서는 비상금을 모으고, 저축을 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 그러나 박 이사장은 한 달에 3만~5만 원씩이라도 모아 놓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그렇게 모인 50만 원, 100만 원이 마음의 여유를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박 이사장은 "소비만 하는 것이 행복이 아니다. 우리는 소소하게 돈을 모으는 기쁨을 잃고 살고 있다"고 말했다.

잃지 않는 것이 수익, 재테크할 시기 아냐

바야흐로 투자(혹은 투기)의 시대다. 치솟은 집값에 '영끌(영혼까지 끌어 모은다는 뜻의 신조어)'해서 집을 사야 한다, 근로소득으로 돈을 모을 수가 없으니 주식 투자를 해야 한다는 것이 2020년 수많은 개미들의 재테크 방식이다. 2030 청년들 또한 주식에 뛰어들고 있고, 술자리에서 종종 나오는 것이 '내일의 종목' 이야기다.

"자신과 맞지 않는 교육을 듣거나 친구가 집을 샀다는 이야기 등 자극적인 말을 듣고 '나도 집사야지' 하고 엉뚱한 선택을 해요. 결국 자신과 맞지 않는 행동을 하면 큰 사건·사고가 발생합니다. 누군가는 '무소유' 같은 교육을 듣고 와서 아둥바둥 모으던 적금을 가족에게 주고 후회하기도 하죠.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이해는 가지만, 자신을 잘 모르기 때문에 한 선택이에요."

박 이사장은 주식에 대해서도 '매번 있어왔던 일'이라고 표현했다. 위기가 있을 때마다 사람들의 불안은 그렇게 표현돼 왔다. 그러나 박 이사장은 이 불안과 투기의 역사에 대해 '조금 가진 자는 털리는 역사'라고 말했다. 그렇기 때문에 금리가 낮다고 해서 투기를 하지 않고 저축을 하는 것이 어리석은 일은 아니다.

"저축은 금리보다 원금이 중요해요. 금리가 높다고 저축을 하는 것은 아니에요. 목돈을 모았다가 쓸 곳이 생기면 쓰는 것이지, 억대 자산가가 아니기 때문에 금리에 집착할 필요가 없습니다."
 
돈 버는 방법이 아닌 돈 잘 쓰는 방법을 가르치는 푸른살림 강의 시간
 돈 버는 방법이 아닌 돈 잘 쓰는 방법을 가르치는 푸른살림 강의 시간
ⓒ 은평시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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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를 쓰는 일은 일상이 돼 버렸다. 과거에는 마스크를 쓰는 행위가 갑갑함을 줬다면, 지금은 마스크를 쓰지 않는 행위가 허전함, 또는 찝찝함을 남기고 있다. 그만큼 끝이 보이지 않는 코로나19와 경제 위기 속에서 살아남는 법은 무엇일까. 박 이사장은 재테크와 투기를 종용하는 다른 '교육'과는 달리 "잃지 말아라"라고 짧은 말을 남겼다. 

"가지고 있는 것을 잘 쓰기도 어려운 시기예요. 헛된 환상으로 잃지 말아야 합니다. 잃지 않는 것으로도 굉장한 수익입니다. 지금이 기회라고 말하는 사람들은, 타인의 불행 위에 행복의 집을 짓는 것이에요."

"전 국민 기초경제생활 위한 '경제보건소'가 내 꿈"

푸른살림은 교육 및 상담, 나이나 직업별로 다른 이야기를 전달하고 있다. 나이가 어릴수록 돈은 한정된 재화다. 무궁무진하게 많은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정해진 것을 잘 써야 한다. 그럴수록 우선순위가 중요하다는 것이 박 이사장이 강조한 부분이다. 나이가 많아지고 가족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자괴감이나 후회가 들지 않도록 지나간 것보다 앞으로의 미래를 강조한다.

"'해놓은 게 많네요' '가족을 잘 부양 하셨네요'와 같이 삶의 의미를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에 초점을 두고 있습니다. 이미 지나간 것에 대해 잘했다, 못했다 왈가왈부하는 것보다 앞으로가 중요해요. 재산이 없다고 잘못 살아온 것은 아니에요."

박 이사장은 청년들에게는 "마케터들에게 물어뜯기고 있지만 누구도 보호해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푸른살림의 교육이 대중적으로 인기가 있을 만큼 현혹성 강의가 아니기 때문에 돈을 벌고자 하는 사람들이 실망할 수 있다. 그러나 청년들이 이용당하고, 자신들이 무능하다고 느낄 수밖에 없는 환경에 처하지 않게끔 교육하고 싶다는 것이 푸른살림의 방향이다.

한편 자영업자들에게는 조금 다른 교육을 하고 있다. 박 이사장은 5~10년 이상 가게를 꾸려온 자영업자들은 경험 자체가 큰 재산이라고 강조한다. 경험과 노하우가 '어디서든 살아남는 사람들'로 만들었다는 것. 하지만 박 이사장은 "현재 코로나 시국은 말도 안 되는 시국"이라며 사탕발린 말로 들릴 수 있다는 것이 안타깝다고 전했다.

박 이사장은 공적인 영역에서 금융상담이 아닌 기초경제생활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상담과 교육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그 역할을 수행해야 할 조직이 국민연금관리공단이다. 전 국민이 자신의 형편에 맞는 돈 관리를 할 수 있도록 인프라가 형성돼야 한다는 취지다.

"국민연금이 국민들의 어릴 때부터 돈 관리 방향을 세우고 의논할 수 있도록 공공 인프라가 세워져야 해요. 마치 전 국민이 PT(personal Training)를 받는 것처럼, 기초체력에 해당되는 기초경제생활을 도울 수 있는 프로그램 개발과 대안을 푸른살림에서 제공하고 싶습니다. 모든 국민에게 보건 인프라를 제공하는 보건소처럼, 경제보건소가 되는 거죠."

박 이사장은 푸른살림의 계획을 설명하면서 자신의 계획이 실패한 적이 없다며, 경제보건소가 실현될 수 있다는 것을 자신했다. 

"제 계획이 실패하지 않은 이유는 될 때까지 도전했기 때문입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은평시민신문에도 실립니다.


태그:#푸른살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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