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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르노삼성차의 중형 SUV인 뉴QM6를 디자인한 주역들. 왼쪽부터 목민 유드로 프로젝트 리더, 정기현 디자인팀장, 방의식 수석디자이너, 류혜원 팀장(칼라 앤 트림팀).
 르노삼성차의 중형 SUV인 뉴QM6를 디자인한 주역들. 왼쪽부터 목민 유드로 프로젝트 리더, 정기현 디자인팀장, 방의식 수석디자이너, 류혜원 팀장(칼라 앤 트림팀).
ⓒ 김종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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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한번 만져보세요."

그가 기자에게 주먹 크기만한 갈색 공업용 점토(클레이)를 건넸다. 네모난 점토는 따뜻했고, 손가락으로 주무르는 대로 형상을 만들수 있었다. 정기현 디자인팀장은 "(디자이너들이) 수개월에 걸쳐 디자인한 것을 실제 크기의 자동차로 하나씩 다듬어가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그의 옆에는 빨간색 천으로 덮여 있는 자동차 한 대가 놓여있었다. '차를 보여줄 수 있나'라고 묻자, 그는 웃으면서 "차세대 (디자인) 작업중"이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지난달 26일 오후 경기도 용인시 르노디자인센터서울. 최근 국내 중형 스포츠다목적자동차(SUV)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뉴 큐엠6(New QM6)의 디자인을 맡고 있는 연구원을 만났다. 이곳 디자인센터는 프랑스의 르노 그룹 본사에서도 각별하게 챙기는 곳이다. 프랑스 파리의 디자인센터와 동등한 위치에서 르노 그룹의 신차 디자인과 협업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2017년 기자가 파리 디자인센터에서 만난 르노 그룹 임원은 "서울 디자인센터의 역량은 르노 그룹에서도 인정받고 있다"면서 엄지 손가락을 세워보이기도 했다. 그는 또  "신차뿐 아니라 기존 양산차의 디자인 업그레이드에도 적극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르노 그룹은 서울디자인센터를 지난 2013년 '르노 디자인 아시아'로 승격시켰고, 규모로만 따지면 파리센터에 이어 두 번째로 크다. 

르노 그룹도 인정한 디자인센터서울, 그들의 고민
 
 정기현 르노디자인센터서울 디자인팀장.
 정기현 르노디자인센터서울 디자인팀장.
ⓒ 김종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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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디자인센터에서 만난 이들은 르노삼성 디자인을 이끌어가는 4인방이다. 디자인팀을 이끌고 있는 정기현 팀장을 비롯해, 방의식 수석디자이너, 류혜원 팀장(칼라 앤 트림팀), 그리고 한국계 프랑스인 목민 유드로 프로젝트 리더 였다.

사실 최근 코로나19 확진자가 수도권을 중심으로 늘어나면서, 이들과 직접 대면 인터뷰 역시 쉽지 않았다. 디자인센터 입구에서부터 체온을 재는 것은 물론 방역도 철저했다. 기자를 맞은 류 팀장은 "코로나19로 디자이너 일부는 재택근무 등으로 업무를 보고 있다"면서 회의실로 안내했다.

- 디자이너들 사이에선 완전히 새차를 디자인하는 것보다 오히려 이번처럼 부분 변경 모델을 디자인하는 것이 어렵다고 하던데요.

"(웃으면서) 그렇죠. 기존 차량에서 좀더 디자인적으로도 완성된 모습을 보이고, 소비자들에게 고급스럽고 세련된 모습을 느끼게 해야 하기 때문에 항상 고민 스럽죠. 그래서 연구도 많이 했고, 여러 새로운 것들을 적용했죠."(정기현 팀장)

"QM6가 유럽에서도 팔리거든요. 이번 디자인을 하면서 '한국 소비자들이 원하는 것을 반영해서, (유럽 모델과) 어떤 차별성을 갖도록 할 것인가'라는 고민을 많이 했어요."(방의식 디자이너)

- 이전 모델보다 앞쪽은 분명 달라보이던데요.

"좀더 감성적이고 세련된 모습을 살리려고 했어요. 앞부분의 날개형상을 통해 르노삼성의 엠블럼을 받쳐주면서 시각적으로 넓게 보이고, 라디에이터 그릴의 메시형태의 모습도 육각형 모양으로 만들면서 고급스러움을 부각시키려 했죠."(방 디자이너)
 
 도로 위를 주행 중인 뉴 QM6.
 도로 위를 주행 중인 뉴 QM6.
ⓒ 르노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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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에 있던 류혜원 팀장이 이어받았다. 

"사실 중형세단인 SM6를 비롯해 QM6 등은 유럽시장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어요. 그럼에도 이번 모델은 한국시장에 초점을 맞춘 디자인을 선보이자고 했어요. '태풍' 모양의 르노삼성 브랜드 연구와 함께 한국적인 아이덴티티(identity) 살리려고 했죠."

- 라파엘 리나리 르노디자인센터서울 디자이너도 지난번 시승회 때 '한국적인 아름다움'에 대해 이야기를 했죠.

"(잠시 있다가) 네. 사실 한국적인 아름다움이라는 것... 우리가 어떤 건축물이나 조각을 볼 때 이런 생각이 들어요. '(그것들을) 멀리서 보면 단순해 보이지만, 가까이 가서 보면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섬세한 것들이 들어 있다'는... 그래서 우리도 그와 같은 부분을 디자인에 반영하려고 해요."(방 디자이너)
 
 류혜원 팀장(칼라 앤 트림팀).
 류혜원 팀장(칼라 앤 트림팀).
ⓒ 김종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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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적인, 가장 한국적인... 너무 과하지 않고, 절제의 미를 살리자"

실제 이번 뉴 QM6의 디자인을 따져보면, 이들의 노력이 곳곳에 스며 있다. 자동차의 얼굴인 정면에 태풍 로고를 두고 양쪽으로 펼쳐진 '퀀텀 윙(Quantum Wing)'은 르노삼성의 새로운 정체성을 느끼게 한다. 

정기현 팀장은 "우리 회사가 힘차게 날아오르는 모습을 형상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양쪽의 헤드 램프와 차체를 부드럽게 감싸는 디자인도 역동적이다. QM6의 이같은 디자인은 이미 소비자들로부터 인정받고 있다. 앞선 QM6를 구입한 소비자들의 42%가 "외관 디자인이 좋아서 구매했다"고 답할 정도였다.

- 그럼에도 요즘 다른 자동차메이커들의 디자인 추세가 앞부분의 라디에이터 그릴 등을 키우는 등 좀더 공격적인 모습을 보이는데요. 그에 비하면 QM6는 약간 밋밋하지 않나라는 의견도 있는것 같은데.

"음… QM6는 한국적인 디자인이 들어가 있지만, 유럽의 디자인 스튜디오와 같이 일을 하고 있기 때문에 유러피언 감성도 있죠. 그런 모습이 (다른 메이커와 달리) 약하게 보일지는 몰라도 너무 과하지 않고, 절제의 미를 살리는 방향으로 잡았죠."(방 디자이너)

- 프랑스 본사 디자인센터와는 어떻게 협업을 하나요.

"이번 디자인뿐 아니라 여러 면에서 밀접하게 업무를 진행하죠. QM6의 경우는 우리가 주도적으로 진행하지만, 본사쪽과의 피드백도 항상 체크하면서…"(정 팀장)

- 이번 디자인에 대한 본사의 첫 반응은 어땠나요. 

"퀀텀 윙을 상당히 좋아했어요. 태풍 로고를 떠받치면서 새의 날개로 하늘 높게 날아가고자하는 형상을 잘 표현해 낸 거죠. 본사에서는 서울 디자인스튜디오의 역량에 대해선 높게 평가하고 있어요."(정 팀장)

그동안 옆에서 이야기를 가만히 듣던 목민 유드로 프로젝트 리더가 말을 이었다. 그는 한국계 프랑스인이다. 

"이번 QM6 디자인의 핵심은 타이푼 로고를 둘러싼 모습과 독창적인 그릴 형태라고 말하고 싶어요. 퀀텀이라는 것이 가장 작은 단위의 에너지 원을 의미하는데, 그같은 에너지를 타이푼 로고와 선으로 잘 그려냈다고 생각해요."

그는 이번 디자인에 대한 자부심이 강해 보였다. 유드로 리더는 "앞선 QM6 디자인에 비해 훨씬 좋아졌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헤드램프를 감싸는 알파벳 씨(C) 모양의 디자인이 매우 독창적이라고 했다.

- 예전 SM6 헤드램프에도 적용을 했었죠?

" 네. 그랬어요. 프랑스 본사 디자인쪽과 논의를 했었죠. 우리만의 고유한 라이트 시그니처를 만들어보자고… 당시에 영국 자동차 메이커인 랜드로버에서 이직한 디자이너와 함께 연구를 했었고, 지금 램프를 감싸는 C 타입의 디자인이 나오게 됐죠."(정 팀장)

한국 소비자만을 위한 디자인에 담긴 의미
 
 목민 유드로 프로젝트 리더.
 목민 유드로 프로젝트 리더.
ⓒ 김종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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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나오는 다른 메이커 신차에서도 여러 종류의 라이트 디자인이 나오더군요 

"몇 년 전 폴크스바겐의 콘셉트 카에서 비슷한 라이트 디자인이 있었던 것 같은데요. 실제 양산되는 자동차에 적용한 것은 아마 르노삼성이 처음이 아닐까 싶어요. 아마 한국시장에서는 SM6를 비롯해 QM6 등이 처음이구요. 이후 다른 자동차 메이커들도 비슷하게 따라왔죠."(목민 유드로 리더)

- QM6 디자인이 르노 그룹의 다른 디자인에도 영향을 줄까요?

"사실 이번 디자인은 순전히 한국 시장을 위한 거예요. 유럽에서 팔리는 QM6에는 르노의 앰블럼이 들어가기 때문에 좀 다르게 디자인이 돼 있어요. 물론 앞으로 르노 다른 자동차에 어떻게 반영될지는 아직 모르죠."(방 디자이너)

옆에 있던 류혜원 팀장이 말을 덧붙였다. 

"음… 르노그룹에서는 왜 한국 소비자만을 위한 디자인을 오케이 했을까요. 그만큼 한국시장이 중요하다는 의미가 될 수도 있고, 또 한국 소비자들이 매우 예민하고,  리액션도 빠른 시장이기 때문이죠."

- 그룹 차원에서는 향후 글로벌 진출에 앞서 한국시장을 테스트 베드로 삼아보는 것이군요.

"(고개를 끄덕이며) 그런 셈이죠. 우선 한국시장에서의 반응을 보고 앞으로 다른 나라, 모든 사람에게 통용될 수 있는 디자인인지를 테스트해 보는 시간으로 볼 수 있죠."(류 팀장)

정기현 팀장은 "르노그룹 차원에서도 한국 시장만을 위한 자동차 디자인 결정이 쉽지 않았을 것"이라며 "이는 결국 본사에서 르노삼성차의 능력을 인정해 준 사례로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방의식 수석디자이너.
 방의식 수석디자이너.
ⓒ 김종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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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과의 대화는 금세 1시간30분을 훌쩍 넘었다. 우리는 회의실에서 나와 그들이 실제 일하는 공간으로 자리를 옮겼다. 널직한 사무실 한 중간에 놓은 커다란 탁자에는 다양한 종류의 가죽과 천, 플라스틱 등 수많은 샘플 재료들이 있었다. 류 팀장은 "아주 사소한 물건 하나에서도 디자인의 영감을 얻기도 한다"고 말했다. 

지난달부터 본격적인 판매에 들어간 뉴 QM6. 출시 한 달도 안돼 3000여대가 팔려나갔다. 작년 출시 모델에 비해 크게 늘었다. 게다가 현대·기아차 등 경쟁사들과의 신차 경쟁에서도 나름 선방하고 있는 셈이다. 그 이유는 철저한 고객중심의 디자인 철학이 자리잡고 있었다. 디자인 스튜디오를 나오면서, 정 팀장과의 대화가 아직도 머릿속에 남아 있다. 

"디자인을 하는 과정에서 많은 부서,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소통을 하죠. 이 가운데 고객의 의견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요. 자동차가 단순히 운송수단뿐 아니라 고객의 삶에서 행복과 좋은 추억을 쌓아갈수 있도록 해야죠. 우리 디자인의 최우선이 고객인 이유죠."
 
 경기도 용인시 르노삼성자동차 중앙연구소. 연구소 안에 디자인센터서울이 자리잡고 있다.
 경기도 용인시 르노삼성자동차 중앙연구소. 연구소 안에 디자인센터서울이 자리잡고 있다.
ⓒ 김종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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