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지난 10월 30일 정년퇴직했다. 퇴직하면 무지갯빛 세상만 있는 것이 아님을 잘 안다. 회사 조직을 떠나서 홀로의 시간을 어떻게 잘 헤쳐나갈 수 있을지에 대해 가늠해보았다. 퇴직은 또다른 시작을 의미하기도 하므로 그 새로운 삶을 서울서 부산까지 자전거국토종주로 시작하기로 계획했다. 하루에 약 60여km쯤을 달리는 여정을 함께 나눈다.[기자말]
종주라이딩의 가장 큰 걱정은 동료들의 주행속도를 따라가지 못해 동료들에게 짐이 되지 않을까,였다. 더불어 끝까지 완주할 체력이 허락할까 하는 의문과 혹 부상으로 가족들에게 짐이 되지 않을까, 하는 염려였다.
 종주라이딩의 가장 큰 걱정은 동료들의 주행속도를 따라가지 못해 동료들에게 짐이 되지 않을까,였다. 더불어 끝까지 완주할 체력이 허락할까 하는 의문과 혹 부상으로 가족들에게 짐이 되지 않을까, 하는 염려였다.
ⓒ 강복자

관련사진보기


각각 저마다 집에서 출발한 이번 국토종주팀의 멤버들이 모두 모인 곳은 양평. 그러므로 출정식은 어제 각 가정이었다. 인천과 수원, 서울의 각기 다른 장소에서 출발하면서 출발 모습들을 카톡으로 공유했다. 당당하고도 비장해 보이는 모습들이었다.
 
종주멤버들의 자전거 라이딩 경력은 30년에서 3년까지. 나를 제외한 모두가 프로페셔널이다.
 종주멤버들의 자전거 라이딩 경력은 30년에서 3년까지. 나를 제외한 모두가 프로페셔널이다.
ⓒ 강복자

관련사진보기

 
이분들의 자전거 라이딩 경력은 30년에서 3년까지. 나를 제외한 모두가 프로페셔널이다. 자전거 또한 그렇다. 취사도구와 야영 장비를 실은 트레일러를 단 전기자전거를 제외하면 26인치 바퀴의 주행용 자전거였다.

나는 20인치 바퀴의 CRIUS 미니벨로 접이식이다. 더 잦은 페달링이 필요한 자전거이지만 이번 종주를 위해 새로운 자전거를 구매하지 않았다. 자전거 성능 대신 내 몸의 성능에 더 의지하기로 마음먹었다. 이 결정은 순전히 팀원들의 격려로 가능했다.

출발 전부터 서너 가지 걱정을 패니어 가방보다 무겁게 지고 있었다. 주행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 동료들에게 짐이 되지 않을까, 끝까지 완주할 체력이 허락할까, 부상으로 가족들에게 짐이 되지 않을까... 

하지만 실현되지 않은 염려 때문에 도전을 멈추고 싶진 않았다. 오직 내 근육으로 페달을 밟아 안장 위에서 647km의 강산을 바라보는 시도조차 망설이고 싶지는 않았다.

새벽 5시에 기상해 평소처럼 108배와 명상을 했다. 오늘의 주행거리는 양수리에서 여주까지 약 60km이다.

아침 안개를 뚫고 남한강변을 따라 달리는 기분은 자전거 주행만이 줄 수 있는 마법 같은 매력이었다.

"완주하리라!"

내 앞에 펼쳐진 운치는 절로 각오를 다잡게 했다. 옛 기찻길 터널은 자전거길로 되살려두었다. 풍경에 홀려 얼마를 달렸는지도 잊었을 때 안개 너머로 태양이 존재를 드러냈다.
 
옛 기찻길 터널을 자전거길로 되살려두었다. 새로운 쓰임을 찾은 것이 반갑다.
 옛 기찻길 터널을 자전거길로 되살려두었다. 새로운 쓰임을 찾은 것이 반갑다.
ⓒ 강복자

관련사진보기

 
단풍은 곁에서 나를 스치고, 갈대는 멀리서 손을 흔들고, 강물은 줄곧 나를 따랐다. 이 순간, 지상에 존재한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내 의식 속 모든 신과 사람에게 경배를 드리고 싶다.

국수역을 지나자 긴 오르막길이 시작되었다. 오르막은 언제나 나를 패배하게 했다. 오르막에서 한 번 내리면 결코 다시 주행할 수 없었다. 멈추었다가 다시 자전거에 오른다 해도 바퀴를 한 바퀴도 굴리지 못한 체 다시 땅을 밟아야 했다.

하지만 이번은 달랐다. 나를 뒤따르며 계속 라이딩 코칭을 하고 계신 차 선생님의 포인트 레슨이 주효했다. 후미개고개에서 반쯤 올라가서 내렸지만 자전거의 방향을 90도로 꺾어 탄력을 되살려 바퀴를 돌릴 수 있게 되었다.

쉬고 끌고 타고를 계속하며 오르막 주행을 실습했다. 후미개고개 정상에 가까스로 다다르자 일행은 백두대간을 넘는 이화령고개가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상기시켜주었다. 여주에서 세종대왕릉에 들렸다. 월요일 휴무로 관람을 할 수 없었지만 멀리서 참배했다.

덧붙이는 글 | 모티프원의 블로그 www.travelog.co.kr 에도 함께 포스팅됩니다.


태그:#자전거국토종주, #정년퇴직, #은퇴, #양수리, #여주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