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이 낙동강 전선에서 한창이던 시절. 경산 코발트광산 갱도에서 대구경북 보도연맹원 3500여 명을 학살한 사건을 모티브로 한 뮤지컬 '고스트메모리'가 오는 2일부터 닷새간 서울 대학로 후암스테이지 1관 무대에 오른다. 노래극단 희망새가 2014년부터 3년간 초연했던 작품인데 한국전쟁 70주년을 기리며 재연하는 것이다.

고스트메모리는 인터넷 개인방송인(BJ) 둘이 경산 코발트광산에 귀신이 출몰한다는 제보를 받고 출동하며 시작된다. 이른바 '대박'을 꿈꾸며 현지로 갔던 두 BJ가 귀신을 만나는데, 그들 원혼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소원을 이뤄주며 그들의 아픈 과거를 듣게 된다.

거창한 역사를 정리하는 것도 당시 국가폭력을 일삼던 정치를 고발하는 것도 아니다. 그 때 연유도 모른 채 깜깜한 갱도 안으로 끌려와 살해됐던 어머니·아버지, 또는 이웃의 이야기를 현재의 시선으로 펼친다.

그 무겁고 암울한 70년 전의 국가범죄를 소재로 하는 뮤지컬인데 한참을 웃기고 또 한참을 울리고 마침내는 박수까지 울려나게 한다. 코믹한 접근으로 이념대결의 무거움을 넘으려고 시도한 극. 마침내는 진실의 문을 열겠다는 각오다.

고스트메모리는 애초 2014년 10월 초연됐다. 3년간 이어졌는데, 2년차인 2015년 메르스 소동을 겪으면서도 수차례 만석을 기록할 정도로 성황리에 진행됐다. 무슨 우연인지 올해 12월 재연을 하는 데 코로나19 사태와 마주하고 있다.

이에 대해 조재현 기획자(2014년 공연 때는 연출 겸 대표)는 "올해가 한국전쟁 70주년인데 코로나19로 손발이 묶여 암울한 세월을 보내고 있다"며 "잊혀질 수 없는 역사, 기억해야 하는 진실이 있기에 힘든 시기임에도 재연키로 했다"고 말했다.
 
 경산 코발트광산 학살사건을 모티브로 제작된 뮤지컬 '고스트메모리' 공연 장면들.

경산 코발트광산 학살사건을 모티브로 제작된 뮤지컬 '고스트메모리' 공연 장면들. ⓒ 노래극단 희망새

 
극작 김규남·윤나라에 차준호 연출 조재현 기획으로 재연하는 '고스트메모리'에는 이정아, 하미미, 윤인지, 조석준 등이 출연한다. 오는 2일부터 6일까지 후암스테이지 1관에서 공연되며, 평일에는 오후 8시 하루 1번, 주말엔 오후 4시와 7시 두 번 열린다.

한편 노래극단 희망새는 1993년 창단해 노동·역사·통일을 주제로 한 연극·노래공연·뮤지컬 등을 올해로 27년 째 이어오고 있다. 뮤지컬로 '고스트메모리', '전태일', '나계장의 행방', 우리가 보이나요' 등이 있고, 가극 '청동단검', 음악콘서트 '통일의 노래 2017', '북콘서트' 시즌 1·2 등을 해왔다.
 
경산 코발트광산 학살사건은?
한국전쟁이 터진 1950년 7월 중순. 전선이 경남북 낙동강유역으로 내려온 시절. 군·경이 보도연맹원 3천5백여명(유족 추산, 정부 추산 2천여명)을 이후 2년간 경산 코발트광산 갱도로 데려와 학살한 사건을 말한다.

당시 대구형무소에 있던 1402명과 부산형무소 재소 1172명 등이 희생된 것으로 추정된다. 국민보도연맹(保導聯盟)은 48년 여순사건 이후 이승만 정권이 국가보안법을 제정하고 좌익사상에 물든 사람을 보호하고 인도한다는 취지로 만든 조직.
 
 경산 코발트광산 학살사건을 다른 KTV 다큐 '영상기록 진실 그리고 화해' 보도화면 갈무리.

경산 코발트광산 학살사건을 다른 KTV 다큐 '영상기록 진실 그리고 화해' 보도화면 갈무리. ⓒ KTV

 
전쟁이 격화되고 북측의 공세가 거세지자 좌익활동과 연관된 사람을 자의적으로 찍어내 무차별 학살한 것인데 희생자 대부분은 좌익활동과 무관한 것으로 드러났다. 2009년 진실화해과거사위는(이하 과거사위) "군경에 의한 민간인 집단 학살"이라고 판정했다.

한 진술에 따르면, 당시 군경은 수십명씩 밧줄로 묶어 수직갱도 앞에 세우고 맨 처음 두세명을 총살해 그들이 80여미터 아래로 추락하며 나머지 사람들을 연쇄로 떨어뜨리고 그 위에 기름을 부어 태우거나 폭발물을 던져 죽이는 수법을 사용했다고 한다.

전쟁 뒤 1960년 유족회가 설립돼 위령탑을 세우고 제사를 지내는 등 활동을 시작했으나, 박정희 정권은 이 단체를 국가보안법을 내세워 반국가단체로 낙인찍고 강제해산했다. 유족 일부는 2016년 국가 상대 손배소에서 배상판결(대법 김소영 대법관)을 받기도 했다.
덧붙이는 글 인터넷저널에도 게재.
경산 코발트광산학살사건 뮤지컬 보도연맹 고스트메모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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