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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살고 있는 군산은 지난 9월 22번 확진자를 마지막으로 한 달 이상 새로운 확진자가 없었다. 외국에서 보도되는 백신개발 소식에 나는 희망을 가지고 있었다. '이번 겨울만 잘 넘기면 다시 안전해질 수 있겠구나.'

타 지역 확진자가 다녀갔다는 안전 안내 문자를 받고 동선이 겹치는 접촉자를 찾는 문자메시지도 여러 차례 받았다. 무사히 지나갔으면 하는 나의 바람이 무색하게 11월 8일에 확진자가 무려 3명이나 발생했다.

확진자들의 이동 동선, 접촉자를 찾는다는 내용, 확진자가 다녀간 사업장의 소독 완료, 안전 안내 문자 메시지는 계속 울렸다. 군산시는 소리 없이 분주했다. 군산 시민들 역시 불안감을 감추며 일상생활을 이어갔다.

이틀 후 발생한 확진자는 타 지역 확진자 접촉으로 자가격리 중 확진되어 이동 동선이 없는 환자였다. n차 감염자는 발생하지 않아서 그나마 다행이라고 여기던 중 한 웨딩홀에서 확진자가 발생했다.

이때부터였다. 더 이상 확진자가 생기지 않기를 바라던 중 11월 15일 1명, 19일 2명, 20일 1명, 21일 1명, 22일 1명, 23일 6명, 24일 4명. 10일 동안 확진자가 무려 16명이나 발생했다.

11월 25일 운영하고 있는 학원생에게서 오후 1시 32분에 문자메시지가 왔다. 학교에서 수업중일 텐데 불안한 마음에 메시지 확인을 했다.

"OO여고에서 확진자가 나와서 저희(중학생)도 오늘 검사받았어요. 당분간 학원 나가지 말고 집에서 자가격리 하래요."

불안한 소식은 연달아 왔다.

"원장님, OO이 누나가 다니는 학교에서 확진자가 나와 검사 중이래요. OO이도 누나 검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집에서 자가격리 해야 한다고 합니다."

이후에 같은 학교에 다니던 학원생들의 연락은 계속됐다. 25일에 발생한 확진자는 총 11명이었다. 그 중에는 고등학생, 초등학생, 심지어 유치원 아이까지 있었다. 확진자 개개인의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겠지만 그 어린 아이들이 부모와 떨어져 병상에 있을 생각에 가슴이 미어졌다.

나는 학원을 긴급 휴원 하기로 결정했다.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처음 하는 휴원이 아니었기에 부모님들에게 연락하고 학생들에게는 가정에서 공부할 수 있도록 온라인 과제를 내주고 오프라인 교재는 각 가정으로 가져다 주었다. 자가격리하고 있는 학생들에게는 얼굴도 못 보고 현관문에 교재를 담은 봉투를 걸어두고 전화 연락만 하였다.

다음날인 26일에도 14명의 확진자가 발생했다. 끝이 없는 확진자 발생에 이제는 안전 안내 문자가 무서워졌다. 문자메시지 알림이 울리면 확인하기가 두렵다. 학원은 휴원했지만 나는 집에만 있을 수가 없었다. 텅 빈 강의실에 앉아있으니 이런저런 생각이 꼬리를 물었다.

코로나19로 인해 할 수 없는 일들이 많아졌다. 주로 집 밖에서 하는 활동들이다. 덕분에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고 외식 대신 배달음식을 자주 찾게 되었다. 아이들과 먹을 간단한 분식을 배달시킨 날이었다. 떡볶이, 만두, 카레, 우동 등을 주문했는데 각각의 메뉴와 어묵 국물, 단무지를 비롯한 반찬이 담긴 플라스틱 그릇이 크기별로 10개도 넘게 왔다. 편리하자고 먹는 배달음식이지만 이건 아니다 싶었다.

음식점을 비판하려고 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얼마 전부터 가지고 있던 플라스틱 사용에 대한 나의 죄책감에 도화선이 되었을 뿐이다. 나는 환경에 크게 관심을 가지진 않았다. 일회용품을 사용할 때 대신 물을 절약할 수 있다는 자기합리화를 하며 떳떳했다. 떳떳한 생각을 더 이상 할 수 없게 된 계기는 코로나19였다.

어느 방송에서 최재천 교수는 우리가 기대하는 코로나19를 예방하는 백신을 화학백신이라고 했다. 이 화학백신은 코로나19를 예방할 수는 있지만 다음번에 발생할 수 있는 바이러스에는 무용하다고 했다.

결국 코로나19도 인간이 자초한 일이었다. 우리가 환경을 오염시키고 개발이라는 명목으로 자연을 훼손시켜 생겨난 바이러스이기 때문이다. 강연자가 강조하는 건 화학적 백신보다 '생태 백신'과 '행동 백신'이었다.

생태 백신은 바이러스가 인간에게 건너오지 못하도록 야생동물을 건드리지 않는 것이고, 행동 백신은 사회적 거리두기와 자연파괴를 비롯한 숲 침범 등을 자제하는 것이다.

이 방송을 본 후 환경에 대한 내 생각을 크게 바뀌었다. 환경을 바꿀 수 있는 건 전문가들만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또 '내가 살고 있는 동안은 괜찮겠지, 먼 미래의 일이겠지'라는 안일한 생각도 더 이상 하지 않는다.

벌써 코로나19라는 신종 바이러스가 존재한다. 전문가들은 이 바이러스에 대한 치료제와 백신을 만들어낼 것이다. 하지만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미래에 또 다른 바이러스가 나타날 것이다. 그러면 지금과 같은 상황을 똑같이 어쩌면 더 힘들게 겪어야 할지도 모른다. 이 점이 환경을 내가 살고 있는 지구를 지켜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한달 정도 사용한 비누, 효과는 찰랑찰랑한 머릿결을 얻었습니다.
▲ 머리감기, 샤워. 세안까지 모두 해결하는 비누 한달 정도 사용한 비누, 효과는 찰랑찰랑한 머릿결을 얻었습니다.
ⓒ 신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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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환경 전문가가 아니다. 환경에 대한 지식도 깊지 않다. 그래서 간단하고 어렵지 않은 일부터 해보기로 했다. 한 달 전쯤 샴푸가 떨어졌지만 새 샴푸를 구입하지 않았다. 대신 비누를 구입했다.

그 비누로 머리도 감고 샤워도 하고 세안도 한다. 코로나19 때문에 온종일 마스크를 써야하는 이유로 화장을 하지 않으니 비누로 세안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 비누 사용으로 샴푸 용기를 만드는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고 있다.
 
헹굴때의 뽀드득함은 새로운 경험입니다.
▲ 설거지용 비누 헹굴때의 뽀드득함은 새로운 경험입니다.
ⓒ 신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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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이어 설거지할 때 사용하는 세제도 더 이상 구입하지 않았다. 검색해보니 '설거지바'라는 게 있었다. 외양은 비누와 똑같지만 설거지하는 용도로 쓰인다. 거부감 없는 냄새에 그릇을 헹굴 때 느껴지는 뽀드득함은 더할 나위 없이 상쾌하다.

나는 우리나라의 의료진과 의학 전문가들을 믿는다. 그들이 치료제도 백신도 만들어내고 찾아내어 우리 국민을 지켜줄 거라 확신한다. 나는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을 하면서 코로나19도 이겨내고 앞으로 나타날지 모르는 바이러스 발생을 줄일 수 있다고 믿고 싶다. 한 마리의 나비가 일으킨 단순한 날갯짓으로 엄청난 결과를 일으키는 나비효과처럼.

덧붙이는 글 | 코로나19


태그:#코로나19, #생태백신, #행동백신, #설거지바, #비누로 머리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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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둥이 아들을 키우며 꿈을 이루고 싶은 엄마입니다.아이부터 어른까지 온 가족이 다같이 읽을 수 있는 글을 쓰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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