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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사람을 따라 혹은 새로운 희망을 찾아온 한국은 이방인에게 그리 친절하지 않다. 일상에서 빈번하게 부딪치는 편견과 차별 속에서 한국사회에 적응하는 일도, 그 속에서 원하는 삶을 개척해 가기도 쉽지 않다. 하지만 앞서 온 이주민들의 다양한 삶의 경험들은 길을 찾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다른 이들에게 좋은 길잡이가 되어줄 수 있다.

안산여성인력개발센터 짱위랜 직업상담사는 한국사회 정착을 위해 일자리를 찾는 결혼이민여성들의 좋은 길잡이이자 앞서 살아온 결혼이민자로 물심양면 도움을 주고 있다.

"좋은 일자리 원한다면 길게 보고 준비"
 
안산시여성인력개발센터 내 중국 출신 직업상담사인 짱위랜씨는 결혼이민여성들을 대상으로 구인구직 상담 및 취업 연계 등을 해주고 있다.
▲ 직업상담사로 결혼이민여성들의 좋은 벗이 되고 싶어요 안산시여성인력개발센터 내 중국 출신 직업상담사인 짱위랜씨는 결혼이민여성들을 대상으로 구인구직 상담 및 취업 연계 등을 해주고 있다.
ⓒ 김영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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짱위랜 직업상담사는 2006년 9월 사촌언니의 소개로 만나 결혼한 남편과 한국에 왔다. 지금은 안정적인 가정을 꾸리고 직장생활을 하며 어려움 없이 살고 있지만 결혼 초기만 해도 고국인 중국 하얼빈과 가족들이 그리워 많이 울고 한국행을 후회하기도 했다.

"한국에 왔을 때가 25살이었어요. 막연히 한국이 좋다는 말만 듣고 와서인지 많이 힘들었어요. 그땐 친구들을 붙들고 자주 울었죠. 하지만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낸 뒤 직장을 다니면서 한국생활이 좋아졌어요. 원곡동 중국인동포의집 교회에서 중국어 강사로 일을 시작했는데 가르치는 것도, 아이들도 좋아해 재미있었어요."

어린이집, 지역아동센터 등에서 아이들을 만나고 성인 강좌를 진행하며 한국어도 자연스럽게 늘었다. 이후 안산시다문화가족지원센터 이중언어 강사로 일하다 2014년 8월부터 안산여성인력개발센터서 직업상담사로 일하고 있다.

"교육 통해 직장문화 등 차이 이해 필요"

안산여성인력개발센터는 안산여성새로일하기센터를 통해 경력단절여성 등 구직을 원하는 여성들의 상담 및 취업알선, 직무능력 향상훈련, 여성 인턴 지원, 취업연계 및 사후관리 지원사업 등을 다양하게 진행하고 있다. 짱위랜씨는 결혼이민여성 취업준비 프로그램으로 고용노동부에서 지원하고 있는 'WiCi' 및 구인·구직 알선·상담 등의 업무를 맡고 있다.

"센터를 찾는 이들은 통역, 번역, 강사 등 사무직이나 환경이 좋은 곳을 원하지만 그런 곳에서는 외국인을 찾지 않고, 육류가공 관련 업체 등 열악한 곳은 일자리가 많지만 안 가려고 하죠. 구직자의 90% 정도가 전자, 자동차, 화장품 회사 등 생산직으로 가요."

은행, 무역회사 등에서 중국어, 영어 등을 할 수 있는 결혼이민자를 찾기도 하지만 자리는 한정적이다. 센터에는 연 400~500여 명이 방문해 일자리를 찾지만, 취업한 이들 중에도 얼마 못 가 그만두고 다시 구직활동을 하는 이들도 많다.

"구직상담을 하다 보면 당장 눈앞의 이익만 보고 급하게 일자리를 선택할 때도 있어요. 기다리다 보면 좋은 기회가 오는데 서두르다 놓치게 돼 안타까워요. 취업연계를 할 때면 구직자들이 길게 보고 선택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요."

"조건만 보고 선택하다 보면 오히려 손해"

짱위랜씨는 "조금만 힘들거나 불편하면 그만두거나 조건만 보고 직장을 자꾸 옮기면 길게 봤을 때 오히려 손해인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취업을 연결해 줘도 갑자기 출근을 안 하고 연락도 되지 않고, 면접을 약속한 후 안가는 경우 등 센터의 신용까지 떨어뜨리는 것도 어려움 중 하나다. 다른 결혼이민자의 구직활동에 걸림돌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취업 후 하루나 일주일 정도 다닌 후 쉽게 그만두거나 직장문화의 차이 등을 극복하지 못해 그만두는 경우도 있다.

"일자리를 연계해 주는 센터는 물론 본인에게도 좋은 일자리를 구하는 데 어려움이 있어요. 다시 구직상담을 하면 연결해주지만 길게 보고 꾸준히 일하면 급여도 오르고 경험이 쌓여 다른 일자리를 구할 수 있다는 것도 생각했으면 좋겠죠."

"취업은 배우며 성장할 수 있는 또 다른 기회"

짱위랜씨는 "결혼이민여성들이 취업에 앞서 한국생활 정착을 돕는 취업준비 프로그램을 꼭 들었으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올해는 코로나19로 3회만 진행됐지만 결혼이민여성 취업준비 프로그램인 WiCi에서는 1회 4일 총 15시간 동안 성격검사, 직업선호도 검사, 노동시장에 대해 알아보고 이력서 및 자기소개서 작성, 모의면접, 노동법 등에 대해 알려준다.

"문화 차이로 겪는 어려움은 직장에서도 비슷해요. WiCi를 통해 한국의 직장문화, 노동법 등에 대해 알고 취업을 준비하는 것이 직장생활을 잘 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해 이 교육이 의무가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요. 수료 후 취업을 하거나 다른 패키지와 연결해 자격증 수료 등 다양한 정보도 얻을 수 있어요."

짱위랜씨는 "이곳에서 일하며 직장을 다니며 대학원에 가거나 자격증 등 미래를 준비하며 밤늦게까지 공부하는 이들을 많이 봐요. 열심히 사는 분들을 통해 자극도 받고 성장할 기회를 가질 수 있어 좋다"라며 "후배 결혼이민여성들도 차근차근 준비하고 도전해 좋은 기회를 많이 가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 경기다문화뉴스에도 게재됩니다


태그:#직업상담사, #여성인력개발센터, #구인구직, #안산시, #결혼이민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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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다문화뉴스 등에 기사를 쓰며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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