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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로 비행기 타기 어려워진 요즘, 해외 대신 국내 신혼여행지가 각광을 받고 있습니다. 신혼부부들에게 자랑스레 소개하고픈, 우리 동네의 멋진 풍경과 즐길거리를 소개합니다. [편집자말]
 땅끝 해남에서의 해넘이. 해남군 화원면에 있는 목포구등대 앞에서 본 해넘이 풍경이 황홀하다.
 땅끝 해남에서의 해넘이. 해남군 화원면에 있는 목포구등대 앞에서 본 해넘이 풍경이 황홀하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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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우리나라 맨 끝의 땅/ 갈두리 사자봉 땅끝에 서서/ 길손이여/ 땅끝의 아름다움을 노래하게 …(중략)… 수천 년 지켜온 땅끝에 서서/ 수만 년 지켜갈 땅 끝에 서서/ 꽃밭에 바람 일 듯 손을 흔들게/ 마음에 묻힌 생각/ 하늘에 바람에 띄워 보내게'

손광은이 쓴 '땅끝탑비'의 일부분이다. 땅끝. 한반도의 최남단, 국토의 끝(土末)을 가리킨다. 북위 34도 17분, 동경 126도 30분에 좌표가 찍힌다. 생각만으로도 가슴을 설레게 하는 곳, 땅끝이다. 땅끝은 새로운 시작점이기도 하다. 국토를 종단하려는 사람들이 출발점으로 삼는 이유다. 무언가 큰일을 시작하려는 사람들이 땅끝을 찾는 것도 매한가지다.

연말에 해넘이를, 새해 첫날에 해맞이를 하려는 사람들도 줄을 잇는다. 땅끝에서는 한 자리에서 해넘이와 해맞이를 모두 할 수 있다. 땅끝에서의 해맞이는 풍경도 풍경이지만, 남다른 마음가짐을 갖게 해준다. 육당 최남선은 해남 땅끝에서 서울까지 1000리, 서울에서 함북 온성까지를 2000리로 보고 우리나라를 '삼천리 금수강산'이라고 했다.

땅끝은 또 남파랑길의 출발점이기도 하다. 지난 10월 31일 열린 남파랑길은 고성∼부산 간 동해안 770㎞ 구간에 조성한 해파랑길에 이은 코리아 둘레길의 남해안 구간이다. 해남 땅끝에서 부산 오륙도까지 1470㎞를 잇는다.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바다와 섬, 숲과 마을, 도심을 다 만날 수 있다.

의미를 부여하는데 땅끝만 한 곳은 없다
  
 해남 땅끝마을 포구와 땅끝전망대. 지난 11월 22일 해남군 송지면 사구미마을에서 본 풍경이다.
 해남 땅끝마을 포구와 땅끝전망대. 지난 11월 22일 해남군 송지면 사구미마을에서 본 풍경이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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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땅끝마을과 앞바다. 지난 11월 22일 땅끝전망대에서 내려다 본 풍경이다.
 땅끝마을과 앞바다. 지난 11월 22일 땅끝전망대에서 내려다 본 풍경이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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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남 땅끝은 한반도 최남단을 상징하는 랜드마크다. 백두대간의 시작점이기도 하다. 그곳에 선 것만으로도 의미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육지를 통해 더 이상 내려갈 수 없다는 사실이 묘한 감흥을 불러일으킨다. 땅의 끝은 희망의 시작이라는 사실도 일깨운다.

'누가 일러/ 땅끝 마을이라 했던가./ 끝의 끝은 다시/ 시작인 것을…/ 내 오늘 땅끝 벼랑에 서서/ 먼 수평선을 바라보노니/ 천지의 시작이 여기 있구나…'

오세영의 시 '땅끝 마을에 서서'의 앞부분이다. 땅끝은 새로운 출발점에 선 사람들에게 결의와 다짐의 기회를 준다. 사업을 새로 시작하거나, 상급학교 입학을 앞둔 학생들에게 땅끝은 기회의 땅이다. 신혼의 첫발을 내딛는 부부들에게도 땅끝에서의 첫날밤은 평생 잊지 못할 기억으로 자리한다. 어떤 의미를 부여하는 데, 결단코 땅끝만 한 곳은 없다.
  
 여기가 한반도의 최남단 땅끝. 지난 11월 22일 흐린 날 해남 땅끝탑 풍경이다.
 여기가 한반도의 최남단 땅끝. 지난 11월 22일 흐린 날 해남 땅끝탑 풍경이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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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끝마을은 땅끝전망대에서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 전망대까지 모노레일이 오간다. 가파르게 올라가는 모노레일 아래로는 땅끝 앞바다가 펼쳐진다. 바다는 전복과 미역, 다시마가 건강하게 자라고 있는 양식장이다. 전망대에 오르면 아름다운 남해의 수많은 섬이 점점이 떠 있다. 백일도, 흑일도, 보길도 등 다도해가 품은 보석들이다.

전망대에서 숲 사이로 난 데크 길을 따라 바닷가로 내려가면 땅끝탑이 세워져 있다. 뾰족한 삼각형의 탑이다. 삼천리 한반도의 시작점이다. 가슴 속까지 설레게 하는 탑이다.

'땅끝 기가 뭉쳐 있는 곳/ 바다와 육지가 처음 만나는 곳/ 그곳에 서다./ 태초 때부터 숱한 사연을 간직한/ 이들이 찾아와 소원을 빌었던 곳/ 아~ 땅이여! 하늘이여!/ 문을 여소서./ 땅끝은 끝이자 시작이다./ 끝에서 다시 시작되는 희망,/ 그 희망이 이뤄지는 곳….'

해남군이 세워 놓은 '땅이여! 기의 문을 여소서'의 앞부분이다. 바다를 향해 나아가는 뱃머리 모양의 전망대에 서면 가슴이 확- 트인다. 여행객들은 영화 <타이타닉>의 한 장면을 흉내내며 사진을 찍는다. 사랑도 약속하고, 소망도 기원한다. '땅끝'이라는 상징적인 의미까지 더해지면서 사랑도, 소망도 특별해진다.

땅끝마을의 맴섬도 명물이다. 두 개의 바위섬 사이로 해가 떠올라 장관을 연출한다. 태양도 어디보다 더 붉다. 땅끝해양자연사박물관도 있다. 화석류와 어류, 상어류, 갑각류, 육지생물과 남극생물 표본 등 1500여 종 5만6000여 점이 전시돼 있다. 모두 실물 표본이다.  
 사철 푸른 차밭. 두륜산 뒤편 설아다원의 차밭 풍경이다.
 사철 푸른 차밭. 두륜산 뒤편 설아다원의 차밭 풍경이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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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끝마을에서 나와 오른편 해안도로를 따라가면 땅끝조각공원과 만난다. 저만치 땅끝마을과 전망대가 보이는 바닷가에 있다. 땅끝의 희망과 기상을 표현한 작가들의 조각 작품 수십 점이 바다의 낭만과 함께 넘실댄다.

1648년에 쌓은 이진진성의 흔적도 지척에 있다. 당시 성안에는 두 곳의 샘과 객사, 동헌, 군기고가 있었다. 외곽으로 해자와 목책도 뒀다. 진성은 지역의 방어와 함께 제주도와의 물자를 교류한 통제소 역할을 했다. 정유재란 때는 와해된 조선수군을 재건하던 이순신에 기를 가득 불어넣어 준 마을이다.

사철 푸른 초록의 차밭도 지척에 있다. 밖에서는 전혀 보이지 않는, 별천지 같은 비밀의 정원 같은 차밭이다. 면적이 꽤 넓고 풍경도 다소곳하다. 두륜산의 뒤편, 해남군 북일면에 있다.

해남북평에서 완도대교를 건너면 섬으로 이뤄진 완도를 만난다. 누구라도 한 번쯤 가보고 싶은 섬 청산도가 완도에 속한다. 보길도, 소안도, 신지도, 생일도, 금당도, 장도 등 크고 작은 섬들이 듬성듬성 자리하고 있다. 해변을 둘이서만 나란히 걷는 호젓함도 선사해주는 이 계절의 섬이다. 부드럽게 구부러지는 해안선도 매혹적이다.

붉가시나무, 황칠나무, 후박나무, 감탕나무, 굴거리나무, 구실잣밤나무, 동백나무가 많이 자생하고 있는 완도수목원도 있다. 면적이 2032만㎡로 넓기도 하지만, 우리나라에 하나뿐인 난대 수목원이다.
  
 민낯의 아름다움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절집 미황사. 기암괴석의 달마산과 어우러져 더 멋스럽다.
 민낯의 아름다움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절집 미황사. 기암괴석의 달마산과 어우러져 더 멋스럽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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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암괴석이 품은 암자 도솔암 전경. 암자가 산 중턱의 바위 끝자락에 걸려 있다.
 기암괴석이 품은 암자 도솔암 전경. 암자가 산 중턱의 바위 끝자락에 걸려 있다.
ⓒ 해남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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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끝마을에서 왼편, 해남읍 방면으로 가도 해안도로로 이어진다. 송호해변을 지나서 먼저 만나는 게 절집 미황사와 도솔암이다. 미황사는 단청을 하지 않은, 소박한 민낯 그대로의 절집이다. 달마산의 빛바랜 기암괴석과 어우러져 장관을 연출한다. 요사채를 감싸고 있는 돌담과 장독대도 고향의 마을과 집에서 보던 풍경처럼 소박하다.

도솔암은 빼어난 절경을 선사하는 암자다. 암자가 산정의 바위 절벽 꼭대기에 올려져 있다. 언뜻 허공에 떠 있는 것 같다. 날카로운 기암절벽을 품고도 기세등등한 달마산이 품고 있는 신비스런 암자다. 따로 덧칠하지 않고도 소박한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다.

해남이 품은 절집 대흥사의 유서도 깊다. 대웅보전으로 가는 길목에 '사랑나무'도 있다. 수령 500년 된 느티나무 두 그루의 뿌리가 한데 엉켜 연리근을 이루고 있다. 산정에 누워있는 비로자나 와불(臥佛)도 일품이다. 대흥사 뒤 두륜산의 두륜봉이 부처의 머리, 가련봉은 가슴, 노승봉은 손, 고계봉은 발의 형상을 하고 있다.

한국 고전시가의 효시로 평가받는 고산 윤선도의 유적지도 대흥사에서 가깝다. 고산 윤선도(1587∼1671)는 조선시대 문신이면서 시조시인이다. 해남과 완도에서 원림을 경영하며 〈산중신곡〉, 〈어부사시사〉 등 불후의 명작을 남겼다. 윤선도의 후손인 공재 윤두서(1668∼1715)의 문학과 그림세계도 접할 수 있다.

이게 다 해남의 자랑거리입니다 
  
 '사랑나무'로 불리는 대흥사의 연리근. 느티나무 두 그루의 뿌리가 한데 엉켜 있다.
 "사랑나무"로 불리는 대흥사의 연리근. 느티나무 두 그루의 뿌리가 한데 엉켜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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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포구등대 앞 풍경. 목포항으로 오가는 길목인 해남군 화원면 매월리에 자리하고 있다.
 목포구등대 앞 풍경. 목포항으로 오가는 길목인 해남군 화원면 매월리에 자리하고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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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우당은 해남윤씨 종가의 종택이다. 윤선도의 4대조, 윤두서의 7대조인 어초은 윤효정이 터를 잡았다. 효종이 윤선도에게 하사한 집을, 1668년 해남으로 옮겨 다시 지었다. ㄷ자형 집에 사랑채를 덧붙여 독특한 ㅁ자형 구조를 하고 있다. 솟을대문도 멋스럽다. 명문가의 규율과 품격, 지조가 그대로 묻어나는 옛집이다. 사적(제167호)으로 지정돼 있다.

해남군 화원면 매월리에 목포구등대와 낙조 전망대도 있다. 바다 건너 달리도와 외달도, 장좌도와 율도 너머로 해가 떨어진다. 해안을 따라 난 산책로가 다소곳하다. 목포와 해남을 상징하는 삼학도와 강강술래 조형물도 등대와 어우러진다. 이국적인 바다 풍경을 배경으로 한 오시아노 캠핑장도 살뜰하다.

우수영도 해남의 자랑거리다. 조선시대 전라우도 수군의 본영으로, 이순신 장군의 명량대첩 신화가 살아 숨 쉬고 있다. 유네스코 세계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우수영강강술래의 발상지다. 우수영은 '무소유'로 널리 알려진 법정스님의 태 자리이기도 하다. 스님이 태어난 자리에는 집 한 채도 없이 덩그러니 터만 남아있다.

우수영에서 울돌목(명량) 위로 놓인 진도대교를 건너면 진도와 만난다. 제주도, 거제도 다음으로 우리나라에서 세 번째로 큰 섬 진도는 보고(寶庫)다. 강강술래, 남도들노래, 씻김굿, 다시래기, 북놀이, 만가 등 남도사람들의 혼이 살아 있는 고유한 민속문화를 보유하고 있다.

'모세의 기적'으로 불리는 신비의 바닷길과 운림산방, 남도석성, 용장산성 등 역사와 문화가 서린 관광지도 헤아릴 수 없다. 진도를 에워싸고 있는 조도군도 등 크고 작은 섬과 진돗개, 김, 미역, 멸치, 홍주, 검정쌀도 진도를 빛낸다. 세방낙조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낙조라고 정평이 나 있다.
  
 해남과 진도를 이어주는 진도대교의 야경. 물이 빠지면 드러나는 고뇌하는 이순신 조형물이 세워져 있다.
 해남과 진도를 이어주는 진도대교의 야경. 물이 빠지면 드러나는 고뇌하는 이순신 조형물이 세워져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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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남은 문학의 산실로도 통한다. 혁명시인으로 불꽃처럼 산 김남주, 여성운동가이면서 시인으로 살다 간 고정희 시인의 태 자리가 해남이다. 김남주의 시는 음률이 붙여져 민중가요로 많이 불리고 있다. 고정희의 시에는 80년대 민주화운동과 여성운동의 자취가 고스란히 배어 있다.

해남의 먹을거리도 별미다. 닭요리를 코스로 즐길 수 있다. 닭요리 촌이 해남읍에서 대흥사로 가는 길목에 있다. 닭의 똥집과 가슴살을 육회로 먹고, 주물럭을 팽이버섯과 함께 구워 먹는다. 백숙과 죽도 나온다. 해남특산 고구마빵도 쫄깃한 식감과 은은한 단맛으로 유혹한다. 첨가물과 감미료가 따로 들어가지 않은 막걸리도 해남 여행을 달달하게 해준다. 매력덩어리 땅끝이고, 해남이다. 
 
 한반도의 최남단을 알리는 땅끝의 표지석과 전망대. 지난 11월 22일 오후 모습이다.
 한반도의 최남단을 알리는 땅끝의 표지석과 전망대. 지난 11월 22일 오후 모습이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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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찰이 일상이고, 일상이 해찰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전남도청에서 홍보 업무를 맡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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