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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안에서 개인은 자신만의 개성을 발휘하기보다 남들처럼 평범하게 살길 강요받는 경우가 더 많다. 많은 이들이 갔던 길이기에 안전하고 행복할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허나 오랜 고민을 거쳐 사회에서 제시하는 길과 다른 선택을 하는 사람들도 존재한다. 그렇기에 일찍부터 주체적으로 자신만의 삶을 꾸려나간 사람은 어떤 생각과 가치관을 가지고 살고 있는지 궁금해졌다.

"모든 선택엔 다 장단점이 있는 거니까, 당시 선택했던 때의 저를 믿으면 어떤 선택을 해도 괜찮지 않을까요."  

11월 16일, 김포의 한 카페에서 버선버섯 작가를 만났다. 어김없이 커피를 마시는 그는 커피가 좋아 주방에 커피도구만 꺼내놓고 살고 있다는 작품 속 모습 그대로였다.

자퇴 후 데뷔한 최연소 웹툰 작가, 내면에 귀 기울여 찾은 길

작가는 학교 시스템에 답답함을 느껴 고등학교 1학년 때 스스로 자퇴를 선택했다. 자퇴 후 많은 선택지 중 왜 그림 그리는 일을 하게 됐는지 물었다. 그는 "공모전에 당선되고 정신 차려 보니 이걸 하고 있었다"며 웃었지만, "전하는 매개체가 글에서 그림으로 변화했을 뿐 이야기를 창작해내고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건 꾸준히 원하던 직업이었다"고 진지하게 답했다.

자퇴 결정까지의 과정을 담은 데뷔작 <학교를 떠나다> 외에도 <열아홉, 유럽>, <이십툰> 등을 출판한 이력과 웹소설의 웹툰화 작업, 출판 크라우드 펀딩을 진행했던 <악몽상점>의 웹툰화를 준비하며 지내고 있는 일상이 그 답을 뒷받침했다.

작품마다 다른 이야기가 담기지만, 공통적으로는 "1분을 읽더라도 재밌거나, 편안하거나, 여운이 많이 남는 작품을 쓰고자 노력"하고 있단다.
   
 버선버섯 작가, 단행본에 사인하는 모습
  버선버섯 작가, 단행본에 사인하는 모습
ⓒ 한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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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이 계획대로 되지 않아도 나 자신을 사랑한다면

자퇴 결정 후에도 삶의 굵직한 일들을 스스로 계획하고 실행하며 살아왔다. 열아홉 살 땐 혼자 유럽여행을 떠났고, 스무 살엔 독립을 결정해 고양이 두 마리와 쭉 함께 지내고 있다. 본인의 선택으로 만든 현재 삶에 만족하는지 묻자, 의외의 답을 말했다.

"만족한다고 해야 할까요? 지금보다 안 좋았어도 좋았을 것 같아요. 꿈꿔왔던 모습과 많이 동떨어져 있다 해도 지금까지 겪었던 힘들었던 일이나 시기를 다 이겨냈고 지금도 이겨내고 있는 중이니까, 내가 나 자신 자체를 좋아하려고 노력한다면 지금 모습과 환경에 상관없이 항상 삶에 만족할 것 같아요."  

물론 지금까지 후회하지 않은 선택을 한 적이 없고, 감정의 폭도 큰 편이라 내면이 흔들리지 않는 단단한 사람이 되는 게 목표다. 허나 계획을 미리 세워도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게 인생이니까, 지금 당장 더 끌리는 쪽을 선택하고 있다며 웃는 모습에선 자기 확신을 기반으로 한 유연함이 엿보였다.

나에서 타인으로, 자연히 넓어진 시야

작품 활동 외에도 취미로 하고 싶은 건 심리학 공부다. 항상 이야기 속 심리적 결핍이 있는 인물에게 관심이 갔고, 일상에서 지나치는 이들의 서사를 상상하는 습관도 있다 보니 자연스레 그런 행동을 하는 사람들의 심리가 궁금해졌다. 그래서 사실을 기반으로 새로운 이야기를 창작하는 '팩션(Fact+Fiction)'은 좋아하는 장르이자 앞으로 도전해보고 싶은 분야다.

"가장 기본적으로 지켜야 할 부분이 인권이라고 생각해요. (작품에서) 무지로 인해 침해한다고 해도 그게 악의가 없다고 볼 순 없는 거잖아요."

사람에게 관심을 두고 있는 만큼, 자신의 작품이 누군가에게 상처가 되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도 있다. 작중 표현이나 연출에서도 2차 가해를 유발하거나 사회적 약자의 인권을 침해하는 요소는 없는지 항상 주의하며 작업한다. 최소한 자신의 작품으로 인해 상처받는 이들은 없었으면 하는 마음 때문이다.  
 
버선버섯 작가의 데뷔작 <학교를 떠나다> 단행본
 버선버섯 작가의 데뷔작 <학교를 떠나다> 단행본
ⓒ 버선버섯, 숨쉬는책공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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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몸담고 있는 웹툰 업계의 환경과 처우에 대해서도 고민이 많다. 소수를 제외한 많은 작가가 열악한 환경에서 수당도 제대로 받지 못한 채 일하고 있기에 하루빨리 더 나은 환경이 조성되었으면 한다. 데뷔 7년 차가 된 지금, 기성작가라고 할 수 있는 면도 생겼지만 앞으로 발언권과 영향력이 더 많은 사람이 되어 여러 문제에 목소리를 내고 싶은 마음이 크다.

 "사람을 만나는 건 안 좋아하는데 사람은 좋아해요."

그가 농담처럼 던진 말은 단편적으로 보면 모순적이지만 모든 말과 마음은 결국 사람을 향해 있었다. 나만의 길을 찾아 나아가는 것도, 타인을 향한 진심 어린 애정과 연대도 자기 자신을 잘 아는 것부터 출발한다.

'나'에 대해 끊임없이 들여다보는 작업은 필연적으로 상처와 고통을 동반하나, 그 과정을 기꺼이 반복하며 성장하는 이가 진정한 어른이 아닐까. 작가의 데뷔작 <학교를 떠나다> 중 한 문장을 발췌해 인용하며 글을 마무리한다.
 
'사람들은 평생 자기 자신으로 살아가면서도, 자기 자신을 모르는 경우가 많아. 그만큼 어려운 일이니까 이 일에만 집중하자.'

태그:#인물인터뷰, #버선버섯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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