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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최초의 환경거버넌스위원회인 서울시 녹색서울시민위원회가 11월 26일로 출범 25주년을 맞는다.

거버넌스는 시민단체와 정부, 학계, 기업 등 다양한 주체들이 힘을 합쳐서 복잡한 정책 이슈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마련하는 조직으로, 서울시는 환경문제를 다루기 위해 1995년부터 녹색서울시민위원회를 운영해왔다. 특히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재임한 9년 동안 원전 하나 줄이기 시민대토론회, 미세먼지 저감 캠페인,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서울의 약속 마련 등 굵직한 프로젝트들을 내놓는 데 일익을 담당했다.

일회용품을 '안 만들고, 안 주고, 안 쓰는' 문화를 정착시키겠다는 취지로 2018년 9월 19일 서울시가 '플라스틱 없는 서울' 종합계획을 발표한 것도 녹색서울시민위원회의 역할을 빼놓고 얘기할 수 없다.

그러나 1000만 시민이 모여사는 서울에서 쓰레기 처리는 어제오늘의 숙제가 아니다. 그동안 수도권쓰레기매립장을 운영해온 인천시가 "2025년 수도권매립지가 종료되기에 2026년부터는 서울·경기의 쓰레기를 반입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면서 발 등에 불이 떨어진 상태다.

녹색서울시민위원회 자원순환분과에서 6년간 활동해온 기독교환경교육센터 '살림'의 유미호 센터장을 24일 오전에 만나 '수도권매립지' 문제에 관한 의견을 들어봤다. 
 
 기독교환경교육센터 ‘살림’ 유미호 센터장.
 기독교환경교육센터 ‘살림’ 유미호 센터장.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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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남춘 인천시장이 2025년 수도권매립장 사용을 종료하겠다고 발표했다. 2014년에도 "2016년까지 매립을 종료하겠다"고 했다가 9년 더 연장한 것인데 이번엔 어떻게 될 것 같나?

"마포구의 난지공원, 하늘공원이 지금은 잘 꾸며져있지만 원래는 20년간 서울의 쓰레기를 매립하던 곳이다. 서울 쓰레기 문제의 본질도 마찬가지다. 겉으로는 아무 불편 없고 아름답게 꾸며져있지만 다들 눈 가리고 아웅해왔다.

인천이 더이상 서울의 쓰레기를 안 받겠다고 하는 것도 어느 정도 이해가 간다. 예전에는 허허벌판이었는데 지금은 주변에 청라국제도시 등 아파트들이 형성되지 않았나? 그와 관련된 민원이 엄청나다고 한다.

서울과 경기도가 대체 부지를 찾아야 하는데, 이건 관의 노력으로만 해결할 문제가 아니다. 쓰레기 처리는 시민들이 함께 책임져야 할 영역인데, 다들 누군가에게 전가하다가 사태가 여기까지 온 것이다."

- 지난해 기준 수도권매립지 시·도별 반입량 비율을 보면 서울시 42%, 경기도 37%, 인천시 21% 순이다. 인천시는 서울과 경기에 '발생지 처리' 원칙을 세우라고 요구한다.

"솔직히 말해서, 아무리 머리를 짜내도 서울이라는 거대 소비도시가 100% 쓰레기를 감당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서울의 생활쓰레기 일일 발생량은 1995년 1월 1일 종량제 실시 후 2005년 1만 1170톤에서 2018년 9493톤으로 줄었지만 음식폐기물과 매립물이 각각 29.7%, 9.1%에 달한다. – 기자 주)

집집마다 다량의 쓰레기를 배출하고 있는데 재활용 업체들은 경기도에 있고, 매립은 인천에서 이뤄지고 있다. 저도 서울에 살지만, 경기·인천 사람들이 보기에 서울시민들은 양심 없는 사람들로 인식되고 있다.

워낙 문제가 심각하니 시민 중 누군가 그걸 받아들여야 한다는 얘기를 하려는 게 아니다. '나만 아니면 돼'로 넘어갈 게 아니라 '여기가 아니면 그렇다면 어디냐'로 구체적인 논의가 필요하다.

시민들도 쓰레기 문제가 눈앞에 드러나야 심각성을 느낄 텐데 그때그때 문제가 터져도 관심이 금방금방 줄어든다. 그나마 시민들이 이걸 '내 집 앞의 문제'로 인식한 계기가 2018년의 쓰레기 대란이다. 경북 의성에 수십 미터 높이의 쓰레기산들이 쌓인 게 CNN 등 외신으로 떠들썩하게 보도됐으니."

- 미세먼지 문제의 경우 광화문에서 시민대토론회도 열고 대중교통 무료 정책도 해보고, 지금에 와서는 '미세먼지 시즌제'라는 결과물을 내놓았다. 자원순환 분야에서도 그만큼의 노력을 기울였다고 볼 수 있나?

"서울시도 2018년 '플라스틱 제로' 선언을 한 뒤 올해 이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시민 대토론회를 열려고 했는데 코로나19 상황으로 인해 온라인으로 치렀다. 이게 참으로 어려운 게 개개인이 노력한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30년째 환경운동을 하고 있는데 나는 3년 전부터 이 문제에 접근하기 시작했다. 비닐·플라스틱이 우리 일상에 너무 깊숙이 들어와있다는 판단이 들어서 늦게 시작한 것이다. 나조차도 '플라스틱 제로'로 살아갈 자신이 없었던 거다."

- 서울에 자체소각장이 4곳 있고 목동과 상계동, 강남 등 새로운 후보지 신설·증설은 반대에 부딪치고 있다. 해법이 될 수 있겠는가?

"2016년 문제가 처음 불거진 뒤 서울시 차원에서 '1자치구 1자원순환센터' 캠페인을 진행했는데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운영되고 있는 자원처리시설도 시민들 눈에 안 보이도록 지하에서 은밀히 처리하고 있다. 경기 하남시는 유니온타워 지하에 복합처리시설을 설치했다.

다른 나라들도 소각장 설치 문제가 없는 게 아니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훨씬 친환경적인 기준에 따라 시설들이 가동되는데도 반대가 심하다. 일단 후보지 얘기가 나오면 주민들이 대화 자체를 거부한다. 소각장 시설 마련은 불가피하지만, 소각 위주의 자원순환정책으로는 안 된다. 쓰레기 없는 소비 인프라 구축이 필요하다."

- 녹색서울시민위원회가 '쓰레기함께줄이기 시민운동본부'도 운영했는데 그동안 성과가 있었나?

"쓰레기 문제와 관련해 시민 여론을 청취해보니 관에서부터 솔선수범을 해야겠더라. 그래서 마련한 것이 공공청사의 테이크아웃컵 반입을 막은 것이다. 비 올 때 우산 비닐 포장을 줄이려고 청사 입구에 빗물 털개를 설치한 것도 그와 같은 노력의 일환이었다.

이렇게 지속적으로 캠페인을 한 덕에 1회용 쓰레기 사용량은 많이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 상반기 자료를 보니 1회용 플라스틱컵 소비량은 62.7% 감소했고 비닐봉투 소비량은 62.8% 줄었다고 한다." 
 
 기독교환경교육센터 ‘살림’ 유미호 센터장.
 기독교환경교육센터 ‘살림’ 유미호 센터장.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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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쓰레기 자체를 줄이자는 취지로 정부가 분리수거를 장려했는데 우리나라의 분리수거 수준은 어느 정도까지 와 있나? 분리배출만 잘해도 쓰레기 문제는 상당부분 해결되는 것 아닌가?

"서울시 자치구마다 마련돼 있는 재활용정거장을 더 늘려야 한다. 그나마 2017년 3000곳에서 작년에 1만 곳까지 늘었다. 수거 체계를 현대화하기 위해서는 수거업체들의 영세성 극복도 선결 과제다.

과거에는 폐지 모아서 번 돈으로 장학사업하는 분들이 있었는데, 지금은 수거 원가가 워낙 낮아서 이윤이 나지 않는다. 자원 재활용의 대의를 위해서 자기 돈 들여가면서 손해를 감수하는 업체도 있다. 이런 측면에서 수거 작업은 상당 부분 공공화할 필요가 있다.

아예 제품의 생산 단계부터 재활용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 2017년 성동구에 세워진 서울새활용플라자 안에 40여 개의 재활용 업체들이 입주해 있다. 아직 수익을 낼 수 있는 단계는 아니지만, 한 번 쓰고 버리는 것이 아니라 여러차례 순환될 수 있는 자원을 개발하는 업체를 지원해줘야 한다.

새활용플라자 안에 자원순환 소재들을 거래하고 유통할 수 있는 '소재은행'이 있는데 아직까지는 크게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 생산자는 제품 만드는 단계부터 재활용 극대화를 염두에 둬야하고, 소비자인 시민은 쓰고 난 제품이 재활용이 잘 될 수 있도록 배출해주고, 자치구는 배출된 쓰레기를 잘 선별해줄 수 있도록 지원하는 '선순환'이 이뤄져야 한다. 분리배출만 제대로 돼도 업체들의 선별 작업을 거치지 않고 재활용 업체들로 직행하는 길이 열린다.

경기도 성남시의 경우 시민들이 제대로 비우고, 헹구고, 분리한 재활용품을 갖다주면 현금이나 지역화폐를 지불하고 재활용업체에 판매하는 '자원순환가게 re100(recycling 100%)' 여러 곳이 문을 열었다고 한다. 서울시에서도 충분히 시도해볼 만하다.

자치구마다 운영하는 재활용센터들도 현대화할 필요가 있다. 어두침침한 창고 같은 곳에 가전제품 위주의 물건들이 전시되어 있는데 주민들이 가고싶고 사고싶은 공간이 되어야 한다. 스웨덴 스톡홀름 인근에 '레투나'라는 중고쇼핑몰이 있는데 마치 복합문화공간을 갖춘 백화점처럼 꾸며놨더라."

- 가정간편식과 배달음식, 택배 수요가 많아지면서 생기는 제품 포장의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하나?

"코로나19가 겹치면서 포장재 소비가 많이 늘어나는 것은 사실이다. 포장재의 재활용률이 2018년 이전의 40% 대에서 60%대로 증가했지만, 실제 활용률은 절반에 그치고 있다고 한다. 택배를 통한 비대면 쇼핑이 늘고 있는데, 제품 생산 단계부터 포장 재질이나 종류를 통일해야 분리수거가 용이하다.

미국·유럽에서는 제품을 재사용이 가능한 포장재에 담아서 발송하면 고객이 제품을 사용한 용기를 다시 회수해서 포장재 생산을 줄이는 비즈니스 플랫폼, 루프(Loop)가 등장했다고 한다. 국내 최대의 배달업체 '배달의민족'에 음식 주문시 간소하게 포장할 수 있는 옵션을 넣어달라고 요청했고, 배민이 결국 요구를 수용했다. 그러나 일선 현장에서는 제대로 안 지켜지는 사례들이 꽤 있다고 한다." 
 
 기독교환경교육센터 ‘살림’ 유미호 센터장.
 기독교환경교육센터 ‘살림’ 유미호 센터장.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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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민들의 역할을 강조하는데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하나?

"과거에는 시민들이 쓰레기를 줄이는 실천을 하면 자원순환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될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는데 요즘은 생각이 바뀌었다. 소비가 아니라 생산·유통 단계부터 변화가 있어야 한다. 그러려면 법·조례를 통한 규제가 필요하다.

올해 1월 서울시의회에서 '쓰레기줄이기와 자원재활용의 촉진에 관한 조례 개정안'이 통과됐는데, 시 차원에서 공공기관의 일회용품 사용을 억제하기 위한 시책을 매년 수립하고 평가하도록 했다."

- 2025년 수도권 매립지 종료 이슈가 2022년 대선이나 2026년 서울시장 선거에서도 중요 이슈가 될까?

"쓰레기 문제는 한번 터지면 당장 시민의 불편으로 바로 이어질 수 있는 인화성 높은 사안이다. 박원순 시장은 생전에 자원순환 이슈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여러 가지 해법을 찾으려고 노력했다.

'원전 하나 줄이기' 프로젝트도 후손들에게 핵폐기물을 안겨줄 수 없다는 고민에서 시작된 것 아닌가? 한 번 쓰고나면 500년 지나야 없어지는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도 마찬가지다. 사실 1자치구 1자원순환센터 설치 제안도 지금 시점에서 보면 엄청난 용기를 낸 것이었다.

차기 시장이 공약만 내놓고 넘어가서는 안 된다. 이 문제를 공론화할 경우 예상되는 시민들의 저항을 뚫고 갈 만큼의 추진력이 필요하다. 녹색서울시민위원회가 이 정도 성과를 내놓은 것도 전임 시장이 그만큼 의지를 가졌기 때문이다. 협치를 중시하고 시민들과 함께 과제를 풀어보려고 했던 노력도 당연히 평가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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