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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닌한 무드의 베스트 아이템 퍼 베스트! 아더 컬러는 별도 문의 주셔요~"

SNS를 사용하다 보면 흔히 볼 수 있는 문장이다. 하지만 이를 단번에 이해하고 해석하기란 쉽지 않다. SNS뿐 아니라 뉴스 기사, 정부 홍보 자료, 텔레비전 방송 등 다양한 매체를 볼 때도 이런 식의 문장 혹은 용어 때문에 갸우뚱하는 일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불필요한 상황에서까지 외래어를 남발하는 문제를 해결하려는 움직임은 수년 전부터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흐름은 날이 갈수록 심해져 길거리만 걸어도 수많은 외래어 간판을 볼 수 있으며, 커피 전문점에 가서 커피를 '오더' 하면 '픽업 코너'에서 '픽업' 하게 된다.

이와 같은 민간 부문에서의 외래어 사용은 특히 인터넷 쇼핑몰에서 가장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들은 다른 색상 대신 '아더 컬러', 색감 대신 '컬러감', 기장이 긴 바지 대신 '롱한 기장의 팬츠'처럼 우리말을 아예 지워버리는 어휘를 사용한다. 또 TV 방송사들은 다음 프로그램을 안내할 때 우리말 없이 'NEXT'로만 표기하는 경우가 많아지는 추세이다.

외래어를 남용하는 것은 길거리의 간판이나 사기업 명칭 등 민간 부문뿐만이 아니다. 우리말을 보호하고, 우리말 사용을 장려해야 할 정부나 자치단체 등 공공기관이 행정기관의 이름이나 정책명, 제도 등에 불필요하게 외래어를 사용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오히려 날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동사무소는 동주민센터로, 한국철도공사는 코레일(KORAIL)로 바뀌었다. 또 부산시의 구호는 다이내믹 부산, 인천시의 구호는 플라이 인천으로 영어를 차용하고 있다. 
 
1년 간 '온택트'가 제목에 포함된 기사 수. 총 4,239건이다. 빅카인즈 사이트에서 검색한 결과로, 자동으로 표를 만들어주는 시스템을 사용하였다.
 1년 간 "온택트"가 제목에 포함된 기사 수. 총 4,239건이다. 빅카인즈 사이트에서 검색한 결과로, 자동으로 표를 만들어주는 시스템을 사용하였다.
ⓒ 주영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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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해당 이슈에 관련된 외래어 사용도 잦아지고 있다. '코로나 블루', '온택트', '트윈데믹' 등 용어는 매일같이 뉴스에서 쏟아져 나온다. 외래어가 난무한 코로나 19 보도 탓에 중요한 정보를 쉽게 확보하지 못하는 현상 역시 빈번하다.

또 코로나 19로 인해 '언택트 온라인 강의'가 주목받고 있다. 언택트(Untact)라는 말은 '콘택트(contact, 접촉하다)'에서 부정의 의미인 '언(un-)'을 합성한 말이다. 그러나 이는 옥스퍼드 영어사전 등 정식 영어 관련 사전에도 등록되지 않은 단어다. 우리말 교육에 가장 힘써야 할 교육청 보고서에서도 '언택트 온라인 강의'를 찾아볼 수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국립국어원은 지난 9월에 열린 새말모임을 통해 제안된 의견을 바탕으로 '네트 제로', '홈 팜' 등 용어의 대체어를 선정하였다. '네트 제로'를 '순 배출 영점화'로, '홈 팜'을 '가내 텃밭'으로 대체하였다. 특히 사람과 사람이 직접 만나지 않고 온라인을 통해 소통하는 방식을 뜻하는 '온택트(ontact)'의 대체어로 '영상 대면', '화상 대면'을 선정하였다.

문체부는 "어려운 용어 때문에 국민이 정보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쉬운 말로 발 빠르게 다듬고 있다"면서 "문체부와 국어원은 정부 부처와 언론사가 주도적으로 쉬운 말을 사용할 수 있도록 계속 홍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외래어 남용을 자제하고, 우리말로 순화하여 사용하려는 움직임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작아 효과가 눈에 띄게 드러나지 않고 있다. 외래어 차용은 사회가 다른 사회와 접촉하면서 생기는 불가피하고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그 자체가 좋고 나쁜 것이라고 평가할 수 없다.

하지만 외래어를 수용하는 태도에는 차이가 존재한다. 사대주의적으로 외래어를 수용하는 것과 자주적으로 외래어를 수용하는 것은 다르다. 적절한 외래어를 올바르게 수용하는 것은 다른 사회와 교류하고, 우리 사회를 발전시킬 수 있는 기회로 작용한다.

그러나 현재 우리 사회에서는 너무 많은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도 다 써서', '유능해 보여서', '세련되어 보여서' 외래어를 사용한다. 이렇게 우리말을 지우고 외래어만을 사용하다 보면 머지않은 미래에는 조사와 어미를 제외하면 한국어가 남지 않게 될지도 모른다.

우리말로도 충분히 멋지고 세련된 표현을 할 수 있고, 의도를 더 이해하기 쉽게 전달할 수 있다. 우리말은 우리가 직접 지켜야 한다. 작고 사소한 것부터 하나씩 고쳐나가고, 경각심을 가지는 모두의 의지가 절실하다.

태그:#외래어, #우리말, #공공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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