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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우리를 둘러싸고 있던 초록 빛깔은 모두 노랑, 주황, 빨강으로 불타오른다. 차가워진 밤 공기는 내게 창문을 닫으라고 속삭이며, 지난 계절에 입었던 긴 옷이 어디에 있는지 더이상 미룰 수 없이 찾아야만 한다. 그럼에도 여전히 가을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계절이다.

계절의 변화로, 대부분의 사람들은 소셜 미디어를 통해 북반구 가을의 단풍 사진을 이미 수도 없이 접했을 것으로 본다. 그도 그럴 것이, 가을의 나무는 절대 놓칠 수 없는 절정의 아름다움을 뽐낸다.

하지만 이러한 아름다움도 사진을 찍은 지 수년이 지난 내게는 이제 너무나도 뻔한 것이 되어버렸다. 똑같은 방식의 가을 풍경 촬영에는 관심도 사라졌다. 한국의 풍경을 다른 각도로 보여주고 싶은 마음, 그리고 아름다운 가을의 색채는 간직하면서도 이를 주요 피사체로 삼지 말자는 목표에서 이번 촬영은 시작되었다.

"산의 피크(산 봉우리) 그리고 가을의 피크(절정)!", (한국말로 했을 때 느낌이 좀 떨어지지만) 이번 촬영의 주제였다. 

일단 첫 번째 피크, 가을 향기를 듬뿍 담은 산 봉우리 사진부터 시작하겠다. 관악산 국기봉 및 이 주변의 다른 봉우리를 담아봤다. 아주 거창하진 않으나 나름의 확실한 매력을 가진 이들이 일몰을 배경으로 그 정체성을 드러내는 순간을 포착했다. 
 
붉은 색 옷을 걸치고있어서인지, 이 각도에서 평소보다 훨씬 웅장해보이는 관악산 국기봉 ⓒ Romain
 
몇 가지 숨어있는 디테일이 맘에 들어 이 곳을 택했다. 자세히 보면 한국전쟁 때 쓰였을 법한 벙커 자리가 사진의 살짝 우측 상단부에 위치해있다. 시선을 조금 낮추면 홀로 햇빛을 받아 밝게 반짝이며 상단부 거대한 바윗돌들을 들어올리고 있는 나무도 눈에 띈다. ⓒ Romain
 
이번에는 도봉산, 하루의 마지막 햇살을 받으며 휴식하는 듯한 모습이다.
 
자운봉과 이를 둘러싼 다른 봉우리들을 크게 확대해 담아낸 사진이다. 시골의 대표적인 산맥과 그 능선같지 않은가? 이 바위능선은 재미난 등산 코스이기도 하다. ⓒ Romain
 
렌즈를 원위치시켜, 아주 고전적인 서울 산의 모습을 드러내보았다. 북한산의 인수봉이다.
 
북한산 인수봉의 이 모습은 서울 및 서울 근교의 산 중에서도 가장 장대한 풍경일 것이다. 정말 유명한 곳이기도 하다. 할 수 있다면 일몰 시간이나 일출 시간, 특히 일출 시간에 이 곳을 오르길 권한다. 인수봉에 부딪치는 햇빛이 이 풍경을 더욱 돋보이게 만들어준다. ⓒ Romain
 
딱 이 지점에서 살짝 돌아보면 이와 연결된 봉우리들, 만경대가 보인다. 그 중 가장 낮은 한 봉우리가 이날 저녁 풍경의 주인공이 되었다. 
 
날카로운 삼각형 형상을 한 이 봉우리는 마치 가을 풍경을 가로질러 절단해버리는 듯하다. 하지만 오른 편에서 날아드는 부드러운 빛과 함께 이 봉은 원래보다 둥글둥글하고 순해보인다. 여기서 보너스 퀴즈 : 능선 한 가운데를 자세히 보시면 18세기 초 북한산성의 흔적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어디일까요? 정답 : 능선의 윗부분 커다란 직사각형 모양 바위에서 조금 아랫부분. ⓒ Romain
 
일몰은 내가 가을 풍경 사진을 찍을 때 가장 선호하는 순간이다. 이 하루의 마지막 빛은 아름다움의 절정을 뽐내는 나무의 색상조차 더욱 매력있게 만들어준다.

지금까지의 '피크' 주제의 사진이 모두 일몰 시간에 찍힌 것은 우연이 아니라 단지 자연스러운 선택이었다. 하지만, 이 가을 풍경이 일몰 시간에만 이렇게 아름다운 것은 아니다. 일출을 배경으로 한 풍경 또한 못지 않은 장관이다. 

일출의 가을 산 촬영은 다음 글에서 계속 된다. 

* 원고 번역 및 정리 : 김혜민

덧붙이는 글 | 사진작가 호맹의 홈페이지 호맹포토(http://www.romainphoto.com)의 Blog에 가을산 풍경은 물론, 다양한 풍경 사진 촬영기가 영어로 작성되어 있습니다. 인스타그램(@romainphoto_outside)에는 하이킹 사진을 포함한 더 많은 한국의 풍경 사진이 담겨있으니 많이 많이 들러서 감상해주세요!

태그:#가을산, #도봉산, #북한산 , #관악산, #단풍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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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자연의 아름다움을 찾아 헤매는 사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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