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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아동센터는 지역 구석구석의 돌봄 사각지대에 있는 아동들에게 온종일 돌봄을 제공하는 아동복지시설입니다. 2004년부터 아동복지법상 아동복지시설로 지정되어 보건복지부와 각급 지자체에서 보조금, 처우 개선비 등을 지원받고 있습니다.  
  
2017년 기준, 공적 영역에서 방과 후 돌봄 혜택을 받는 초등학생은 총 33만 명입니다. 이 중 9만 명(약 27%)을 지역아동센터가 담당하고 있습니다.
 
현재 지역아동센터가 책임지고 있는 초등돌봄의 숫자는 9만명이다.
▲ 정부 초등 돌봄 공급 계획 현재 지역아동센터가 책임지고 있는 초등돌봄의 숫자는 9만명이다.
ⓒ 대한민국 정책브리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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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적으로 지역아동센터의 운영 주체는 개인이 약 70.1%로 가장 많고, 법인이 21.3%, 일반단체 6.8%, 지자체 1.8% 순입니다. 즉, 대다수의 지역아동센터가 개인시설로 운영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지역아동센터를 운영했던 사람들은 대부분 도시빈민운동에 뜻을 품은 사회운동가, 종교인 등이었기에 개인시설을 중심으로 개설될 수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사회복지시설 단일임금제, 개인 시설은 제외
   
한편 서울시는 지난 2020년 7월 1일부터 지역아동센터 종사자들에게도 '사회복지시설 단일임금제'를 적용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과거에는 시비지원 사회복지시설에만 적용되던 단일임금제를 국비지원시설인 지역아동센터에까지 넓히겠다는 것입니다.
   
공적돌봄영역에 있으면서도, 그동안 타 사회복지시설에 비해 열악한 처우를 감내해야 했던 지역아동센터 종사자들에게는 '가뭄에 단비' 같은 소식이었습니다. 그에 따라 지역아동센터 종사자들도 다른 사회복지시설 종사자들처럼 근속기간에 따라 임금이 인상되는 호봉제가 적용되고, 가족수당, 급식비, 명절휴가비 등도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입니다.

그런데 서울시는 지역아동센터 중 개인이 운영하는 시설은 단일임금제 적용에서 제외하고, 법인 및 공공이 운영하는 시설에만 단일임금제를 적용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 이유는 개인시설은 '공공성 확보가 어렵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법인시설이 개인시설보다 공공성이 높다는 주장이 얼핏 보면 신빙성 있어 보이지만, 법인시설과 개인시설 모두 운영 주체가 '민간'이며, 예산집행기준·재정관리방식·회계관리시스템·채용방식 등이 동일하다는 점에선 별반 차이가 없습니다.

설령 법인시설이 공공성 확보에 유리한 측면이 있다 하더라도 공공성 확보를 위해서라면 동일한 노동에 대하여 임금 차별을 해도 될까요? 저희는 이러한 입장에 동의할 수 없습니다. 단일임금제 도입으로 근속기간이 짧은 사람은 임금차이가 많지 않겠지만, 10년 이상 돌봄현장에서 헌신해왔던 사람들 간에는 임금 차이가 클 것이며, 해가 지날수록 그 차이는 벌어지게 될 것입니다.

현재 전국 5개의 광역지방자치단체(서울, 인천, 강원, 충남, 제주)가 지역아동센터 단일임금제를 시행하고 있지만, 개인시설과 법인시설 간 임금 차별을 두는 곳은 '서울이 유일'합니다.
  
노동존중특별시를 표방하며,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 감정노동종사자보호조례 제정 등 선도적인 노동정책을 펼쳐왔던 서울시가 지역아동센터에는 왜 차별적인 정책을 고수하는지 알 수 없는 노릇입니다.

서울시의 몽니
   
서울시 지역아동센터 차별없는 단일임금 촉구 13차 기자회견이 11월 18일에 열렸다. 서울시는 다시 한 번 면담을 거부했다.
▲ 13차 기자회견 서울시 지역아동센터 차별없는 단일임금 촉구 13차 기자회견이 11월 18일에 열렸다. 서울시는 다시 한 번 면담을 거부했다.
ⓒ 황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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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의 차별적인 임금정책에 맞서 지역아동센터 종사자들은 서울시 지역아동센터 자치구 대표자 회의를 구성하여 지난 6월부터 현재까지 '개인-법인시설 차별 없는 단일임금제 도입을 위한 활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서울광장에서 13차례 기자회견을 실시하였고, 서울시청·서울시의회·국회 앞에서 1인 시위를 진행한 지 벌써 150일이 되었습니다. 이 밖에도 서울시와 서울시의회 간담회, 차별임금제 거부 보이콧 서명운동, 국가인권위원회 진정제기 등 다양한 방식으로 서울시에 차별 없는 단일임금제 시행을 요구해왔습니다. 하지만 지역아동센터 종사들의 노력에도 서울시의 입장은 요지부동입니다.

지난 10월 27일, 서울시 지역아동센터 자치구 대표자 회의와 서울시 간 간담회가 열렸습니다. 본 간담회에서 서울시는 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할 때 25개 자치구 대표가 모두 참여하는 현재의 협의체 방식이 적절하지 않으므로 25개 자치구를 대표할 수 있는 소수의 '협의체 대표'를 선정하여 논의할 것을 제안하였습니다. 그런데 서울시는 여기에 협의체 대표 선정과 관련하여 단서를 달았습니다.

간담회에 참여할 수 있는 협의회 대표는 첫째, 지역아동센터 법정 종사자여야 하며 둘째, 435개 전체 센터의 명시적 동의가 필요하다는 기준을 내세운 것입니다. 나아가 앞으로 서울시가 인정하는 자격요건을 갖춘 협의체 대표가 아니라면 서울시가 주도하는 간담회는 더 이상 운영하지 않겠다고 말했습니다.
 
협의체 대표 선정과 관련하여 서울시는 두 가지 조건을 제시했다
▲ 서울시입장문 협의체 대표 선정과 관련하여 서울시는 두 가지 조건을 제시했다
ⓒ 서울시 공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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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의회 대표로 지역아동센터 전체를 대변할 수 있는 사람을 선출해야 한다는 것에는 동의하지만, 서울시 435개 센터의 명시적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말은 곧 '만장일치'를 의미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이것은 '서울시의 몽니'라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또한 모든 단체는 자신을 대표할 사람을 스스로가 세운 기준에 따라 선출하는 것이지, 교섭의 상대방이 그 기준을 정해주는 법은 없다는 점에서 이것은 서울시의 갑질이라고 보아야 합니다.

"우리도 파업할 줄 안다"

지역아동센터 종사자들은 더욱 효과적인 의견 개진을 위해 노동조합을 결성하기로 했습니다. 노동조합 준비위원회는 지난 11월 11일, 위와 같은 서울시의 갑질과 몽니를 규탄하기 위해 기자회견을 가졌습니다. 이후 서울시 관계 담당자의 면담을 요청했습니다. 면담 성사를 위해 미리 공문을 접수하는 것도 잊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지역아동센터 소관부서인 서울시 여성정책실은 면담을 허가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빠른 시일 내에 면담을 추진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하지만 일주일이 지나도 서울시는 아무런 응답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우리는 다시 한번 사전에 공문을 통해 면담을 요구했습니다. 그리고 지난 11월 18일, 차별 없는 단일임금제 도입을 위한 13차 기자회견을 마친 직후 서울시 관계 담당자의 면담을 위해 서울시청 본관으로 향했습니다. 그러나 돌아온 대답은 '검토 중'이라는 말뿐이었습니다.

서울 시장 권한대행도 아닌, 서울시 지역아동센터 소관 부서장을 만나는 것이 이렇게 힘든지 몰랐습니다. 서울시가 지역아동센터 종사자들과 만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서울시 지역아동센터 차별없는 단일임금제를 요구하는 13차 기자회견이 11월 18일에 열렸다.
▲ 13차 기자회견 서울시 지역아동센터 차별없는 단일임금제를 요구하는 13차 기자회견이 11월 18일에 열렸다.
ⓒ 황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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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지역아동센터에서 12년간 근무해왔던 종사자가 초등돌봄교실 파업을 앞두고 열린 기자회견에서 했던 말을 소개하며 마치고자 합니다.

"우리도 파업할 줄 몰라서 안 하는 줄 아세요? 우리도 파업할 줄 압니다. 그런데 우리가 파업을 하면, 단 하루라도 파업을 하면 여기 다니는 아이들은 어떻게 하나. 그 갈 곳 없는 아이들이 어디서 사고라도 치면 어쩌나. 그런 마음이 들기 때문에 못 하는 겁니다."

돌봄이 가장 필요한 아동들을 위해 오늘도 헌신하고 있는 지역아동센터 '노동자'들. 이들이 수십 년간 쏟아왔던 노력의 대가가 공정하게 평가받는 그런 날이 하루빨리 오길 바랍니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노무사로, 지역아동센터 노동조합 준비에 함께하고 있습니다.


태그:#서울시, #지역아동센터, #차별, #갑질, #단일임금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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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노무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송파구에 사는 청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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