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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월, 우리는 함께 모여 바다 쓰레기를 줍고, 주운 쓰레기로 전시를 합니다.'

집에 들고 온 홍보 카드의 소개 문구를 보며 생각했다. 쓰레기로 예술 전시를 한다니, 이렇게 멋진 생각을 하는 분들은 어떤 분들일까?

지난 여름, 식품과 소품 부스가 가득 늘어선 브랜드페스타 전시장(부산 지역우수제품 전시회로 2020년 8월 28일~30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렸다)에서 전혀 다른 분위기의 부스를 발견했다.

그 부스 안에는 그물과 고철로 만든 조형물이 걸려 있었고, 백발을 단정히 묶은 여자 분이 앉아 계셨다. 무슨 일을 하는 곳이지? 예술 단체 같기도 하고 사회운동 단체 같기도 했다. '포스'가 느껴져 다가가기를 잠시 망설였지만, 그 때문에 또 마음이 끌렸다. 부산의 예비 사회적기업 '솔트컴바인'의 첫인상이다(정식 회사명은 '비치코밍코리아프로젝트'이며, 활동명으로 '솔트컴바인'을 사용하고 있다).
 
솔트갤러리의 전시 안내 포스터. 전시 기간은 11월 20일부터 12월 6일까지. 전시명은 <놈놈놈 - 버리는 놈, 줍는 놈, 만드는 놈>이다.
▲ 솔트갤러리의 전시 안내 포스터. 전시 기간은 11월 20일부터 12월 6일까지. 전시명은 <놈놈놈 - 버리는 놈, 줍는 놈, 만드는 놈>이다.
ⓒ 김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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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SNS에서 '솔트컴바인'을 찾았다. 설치미술 전시를 알리는 티저 영상, 비치코밍과 로컬코밍 일정을 알리는 포스터, 버려지는 에코백으로 북파우치를 만든 행사 사진 등이 올라와 있었다.

'비치코밍'은 '해변(beach)'과 '빗질(combing)'의 합성어이다. 바다의 머리를 빗겨준다는 것인데, 바다 표류물이나 쓰레기를 줍고, 수집하고, 관찰하는 활동을 말한다. 솔트컴바인은 정기적으로 부산의 해변 중 한 곳에서 비치코밍을 하고, 그 외 지역에서 쓰레기를 줍는 '로컬코밍'도 한다.

이렇게 모은 쓰레기의 일부는 예술가의 손을 거쳐 조각, 회화, 설치미술 등의 작품이 된다. 올해 6월에 부산시 일광역 앞에 자리잡은 '솔트갤러리'는 이러한 작품을 전시하는 공간이다. 솔트컴바인의 활동 거점 중 하나이기도 하다.

"바다 쓰레기... 마음이 아프거든요, 보고 있으면"
 
솔트갤러리 부산에서 동해남부선을 타고 일광역에 내리면 걸어서 5분 거리에 있다. 갤러리가 아담하고 아늑하다.
▲ 솔트갤러리 부산에서 동해남부선을 타고 일광역에 내리면 걸어서 5분 거리에 있다. 갤러리가 아담하고 아늑하다.
ⓒ 김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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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20일 새 전시가 열린다는 소식을 접한 뒤 솔트갤러리를 찾았다. 브랜드페스타에서 뵈었던 최순도 대표님과 솔트갤러리의 주 업무를 담당하시는 최철영 감독님께서 맞아주셨다(답변은 대부분 최순도 대표가 해주셨고 최철영 감독 답변은 따로 표기했다). 
  
- 솔트갤러리는 어떤 곳인가요?
"'솔트(SAlt)'의 의미를 먼저 말씀드려야 할 것 같은데요. '제안'을 뜻하는 'Suggest'의 'S'와 '대안'을 뜻하는 'Alternative'에서 'Alt'를 따서 만든 합성어예요. 이름에서 아실 수 있듯이 예술과 운동을 연계해서 대안적으로 여러 활동들을 보여주고자 만들어진 곳입니다."

- 전시 작가들과는 어떻게 연결이 이루어지나요?
"처음에는 작품 전시를 희망하시는 분들께서 전시를 할 수 있도록 도움을 드렸어요. 요즘은 작품을 보고 직접 연락을 취합니다. 기본적으로 저희는 환경 이슈에 걸맞은 작품이나 소재를 지향해요. 그런데 일반 작가들로서는 전시할 공간을 찾기가 힘들다는 현실적인 문제들도 있기 때문에, 기왕이면 저희의 활동을 알리면서 그런 작가 분들이 여기서 전시도 하시면 좋겠다는 생각이에요. 작가 분들께는 전시를 하는 대신에 비치코밍을 한 번 같이 나가달라고 제안합니다. 작가들이 몰라서 참여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이 있거든요. 먼저 한 번씩 경험을 해 보면 영감을 불러일으키는 측면에서도 도움이 될 것 같아요."

- 처음에 전시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있을 것 같은데요.
"작년에 해운대에서 비치코밍 축제를 기획하면서 그 일의 연장선 개념에서 어떻게 하면 시민들의 참여를 좀 더 이끌어 낼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비치코밍 원정대'라는 프로젝트를 시작했어요. 부산에 있는 해변들을 찾아다니면서 시민들하고 같이 쓰레기를 줍는 활동을 한 거예요. 일부러 시간을 내고 멀리 가서 쓰레기를 줍는데 그냥 그 쓰레기를 버리고 끝내기에는 아쉽기도 했고, 우리의 활동을 기록하는 작업을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어차피 저희의 영역은 표현을 하는 영역이니까요. 표현을 하려면 공간이 필요했고, 우리 한 번 공간을 마련해서 전시를 해보자 하고 만든 곳이 솔트갤러리입니다."
 
'솔트컴바인'의 로컬코밍 활동 모습 한 달에 한 번 지역 주민들과 동네 쓰레기를 줍는 활동을 한다.
▲ "솔트컴바인"의 로컬코밍 활동 모습 한 달에 한 번 지역 주민들과 동네 쓰레기를 줍는 활동을 한다.
ⓒ Cc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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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경운동을 시작하신 개인적인 계기가 궁금해요.
"한 20년 전에 강아지를 키우면서 동물권에 관심을 가지다가 채식에 관심이 생겼고, 채식을 하다 보니 채식과 환경의 관련성에 대해 다양한 것들을 알게 됐어요. 그 후로도 '그러면 나는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오랫동안 있었어요. 길을 못 찾은 상태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들만 하고 살았는데, 작년에 비치코밍 자원봉사를 하면서 이런 세상이 있는 것을 알게 됐고요. 스태프로 참여를 하다가 나중에 축제 행사의 기획을 하게 되고 분명하게 '이쪽 방향으로 가야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내가 해야 할 일이 명확하게 보인 거죠."

최철영 감독 : "누구나 다 느끼는 이야기들이라서, 제가 무슨 계기로 이런 일을 하는 것은 없습니다. 모두가 느끼고 있는 '그거'죠. 그냥 제가 당연히 해야 된다고 생각해서 지금 하고 있는 겁니다. 그리고 마음이 아프거든요, 보고 있으면. 그래서 하는 거고 다른 건 없습니다."
 
마스코트 '펭근' '솔트컴바인'의 마스코트. 알고 보면 펭수의 아류가 아닌 선배.
▲ 마스코트 "펭근" "솔트컴바인"의 마스코트. 알고 보면 펭수의 아류가 아닌 선배.
ⓒ Cc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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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스코트가 있던데요?
"'펭근이'는 원래 저희가 작년에 만들어 놓은 캐릭터인데 공교롭게 그때 펭수가 너무 핫해서 아류라고 원성을 살까봐 우선 넣어 뒀죠. 저희는 재미있게 가자는 게 원칙입니다. 힘든 문제를 풀어가는 방식에 있어서 친숙하고 재미있는 캐릭터가 하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무조건 귀여워야 된다, 귀여움이 세상 모든 것을 다 이긴다, 그런 생각으로 나온 게 펭근입니다('펭귄 펭' 자에 '뿌리 근' 자예요. '근본 있는 펭귄'이라는 뜻에서 펭근이라고 이름 붙였어요). 그리고 펭근이는 네 살 정도밖에 안 된 꼬마예요. 꼬마인데 '오죽하면 그 꼬마가 쓰레기봉투랑 집게를 들고 이 한국 땅까지 와서 쓰레기를 줍고 있겠는가' 하고 사람들이 알아줬으면 좋겠다는 마음이에요."
 
'솔트컴바인'의 비치코밍 활동 모습 매회 다른 사람들이 자유롭게 모여 '비치코밍 원정대'가 된다. 올해 비치코밍 원정대는 부산의 해변을 돌며 쓰레기를 줍는 정화활동을 했다.
▲ "솔트컴바인"의 비치코밍 활동 모습 매회 다른 사람들이 자유롭게 모여 "비치코밍 원정대"가 된다. 올해 비치코밍 원정대는 부산의 해변을 돌며 쓰레기를 줍는 정화활동을 했다.
ⓒ Cc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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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활동하면서 어떤 것을 가장 많이 느끼세요?
"'아직도 길이 멀었구나…' 그런 생각을 정말 많이 합니다.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느끼는 부분이기도 하고, 쓰레기를 주우러 나가면 쓰레기가 너무 많아서 엄청나게 무력감을 느낍니다. 그런데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을 수가 없는 상태기 때문에 뭐라도 하긴 하는 거예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조금씩 모여든다거나, 함께하는 사람들이 어딘가에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아군을 얻은 것 같은 힘이 생기죠.

이건 앞으로 제도적으로 바뀌지 않으면 절대 해결될 수 없는 문제라서, 어떻게든 개개인들이 그 전에 많은 관심을 가져야 되고 더 많은 분들에게 이것을 알려야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죠. 제가 환경운동가는 아니거든요. 그런데 이제 이 영역이 환경운동가들만이 나서서 해결될 문제가 아닌 상황까지 됐습니다. 그래서 좀 더 많은 분들이, 아주 당연하게, 삶의 방식으로서 움직이셨으면 좋겠어요. 저희는 그런 쪽으로 초점을 맞춰서 고민하고 있습니다."

- 솔트컴바인의 목표를 말씀해 주세요.
"'솔트(SAlt)'는 대안을 제안하는 공간이자 활동을 의미하는 곳인데, 앞으로 우리가 생각하는 대안, 사람들이 원하는 대안이 있을 것이고 세상이 원하는 대안도 있을 거란 말이죠. 그런 다양한 카테고리 속에서 저희가 어떻게 하면 사람들의 이목을 끌어낼 수 있는지 지속적으로 찾고 시도해 나가는 것이 목표라고 볼 수 있습니다."

쓰레기 줍기 시작한 지 20분 만에 포대 서너 개

솔트갤러리에서 5분 가량 떨어진 거리에 일광해수욕장이 있다. 인터뷰 후 일광해수욕장에서 비치코밍에 참여했다. 지금은 비수기인데다 전날 서른 명이 함께 비치코밍을 한 곳인데도 모래 속에는 많은 쓰레기가 묻혀 있었다.

특히 긴 끈 종류는 바다 생물의 몸에 감겨 심한 해를 입히기 때문에 우선적으로 주워야 한다고 했는데, 쓰레기 중에 비닐 끈, 밧줄 등이 가장 많았다. 함께 쓰레기를 줍기 시작한 지 20분 만에 서너 개의 포대가 제법 찼다. 정말 얼마나 많은 쓰레기가 바다로 가고 있는 것일까.

최철영 감독의 꿈은 '바다로 가는 쓰레기를 원천봉쇄하는 것'이다. 솔트컴바인이 시민들과 함께 <다같이 줍자 동네 한 바퀴> 행사를 하고 있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동네에서 시작하는 해양환경보호활동'이라는 기치를 내걸고 우리 주변의 쓰레기부터 치우는 문화를 만들어가는 것이다.

그러나 이 두 분은 모두 자신은 환경운동가가 아니라고 말한다. 지금 할 수 있는 것들을 남들보다 조금 더 고민하고 함께할 수 있는 길을 열어갈 뿐이라는 생각, 그리고 우리를 살게 하는 조건들을 지키는 것은 '운동'이라는 개념이 필요치 않을 만큼 당연하다는 생각이 그 바탕에 느껴졌다.

이야기를 나눈 후 한 가지가 뚜렷해졌다. 우리는 자신의 일을 남의 일처럼 외면하고 살아왔지만, 이러한 일을 환경문제도 환경운동도 아닌 '지금, 여기, 우리 생활의 일'로 느낄 수밖에 없는 시대가 왔다는 것. 감독님의 말씀이 잊히지 않았다. "마음이 아프거든요, 보고 있으면. 그래서 하는 거고 다른 건 없습니다."

환경보호를 통해 얻는 이득이 어쩔 수 없이 '먼 이득'으로 느껴질 수 있기에, '가까운 이득'과 연결하는 방법을 찾는 노력들이 늘고 있다. 조깅과 동시에 쓰레기를 줍는 '플로깅(plogging)'은 이제 많은 사람들에게 친숙한 개념이다.

또한 쓰레기를 재활용 이상의 가치 있는 물건으로 재탄생시키는 업사이클링(upcycling) 교육 등에 참여하며 마음 살림과 지구 살림을 함께 챙기는 것도 삶의 질을 높이는 한 방법이 된다. 이러한 것들은 솔트컴바인이 추구하고 노력하는 방향과도 닿아 있다.

미세플라스틱, 채식 등 생활과 환경에 밀접한 많은 문제를 '문제'로서 인식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이 곧 '나를 이롭게 하는 과정'임을 피부로 느끼는 것도 중요할 것이다.

솔트갤러리는 11월 20일부터 12월 6일까지 <놈놈놈 — 버리는 놈, 줍는 놈, 만드는 놈>이라는 주제로 작품을 전시한다. 우리가 버린 물건으로 탄생한 예술 작품을 감상하면서, 그간 더 많이 소유하고 소비하느라 지친 마음에 전과 다른 여유를 선물하는 것은 어떨까.
 
솔트갤러리에서 진행 중인 전시 <놈놈놈> 전시 작품의 일부. 이번 전시에는 다섯 명의 작가가 참여했다.
▲ 솔트갤러리에서 진행 중인 전시 <놈놈놈> 전시 작품의 일부. 이번 전시에는 다섯 명의 작가가 참여했다.
ⓒ Cc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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