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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의 숲
 
부영공원 맹꽁이 연못 지금은 물이 많이 빠졌지만 여름이면 수도 가늠할 수 없을 만큼 많은 맹꽁이들이 떼창을 합니다.
▲ 부영공원 맹꽁이 연못 지금은 물이 많이 빠졌지만 여름이면 수도 가늠할 수 없을 만큼 많은 맹꽁이들이 떼창을 합니다.
ⓒ 이상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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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근처 동네공원에서 운동을 합니다. 한창 더울 때 시작했으니 어느덧 6개월쯤 됐네요. 중간 중간 꾀를 부릴 때도 있었지만 나름 꾸준히 했습니다. 보통 1시간 정도 합니다. 간단한 몸풀기와 스트레칭으로 시작해 달리기와 걷기를 반복하다, 공원에 설치된 운동기구를 타고 팔굽혀펴기 등으로 마무리 하는 식입니다. 처음엔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는데, 한두 달쯤 지나니 그렇게 루틴이 만들어지더군요.

우리 동네 공원, 정말 좋습니다. 이름은 그냥 촌스럽게 '부영공원', 영화로운 부자를 꿈꾸는 공원입니다. 1990년대 까진 미군부대가 있었고, 6.25 한국전쟁 때는 포로수용소 터였다고 합니다. 알고 보면 풍진 역사의 현장이었던 셈이죠. 꽤 넓습니다. 전체넓이가 12만㎡가 넘는다고 합니다. 한 바퀴를 크게 돌면 1.5㎞정도 되더군요. 미군들이 쓰던 야구장과 축구장도 있고, 가족단위 텃밭도 꾸며 놓았습니다.

그런데 딱 거기까지입니다. 다른 시설은 거의 없습니다. 물론 화장실이나 운동기구들이야 있지만요. 애초의 기획 의도가 그랬던 건지, 여긴 이것저것 많이 만들어 욱여넣지도 않았고 조경도 그냥 원래 있던 그대로의 모습을 최대한 보존하고 있습니다. 이 공원의 가장 큰 매력은 그런 자연친화적 콘셉트가 아닌가 합니다. 어떤 유튜버께선 '도심 속의 오지'라 표현하셨더군요. 아주 적절한 비유였습니다.

큰 길에서 제법 멀리 떨어져 있고, 주변은 아파트 단지가 밀집해 있는지라 자동차도 많이 다니지 않습니다. 산책로 바닥에 아스팔트나 우레탄 같은 것도 거의 깔지 않았습니다. 흙길, 자갈길을 그대로 두었죠. 그래선지 공원 안과 밖의 공기가 사뭇 다르게 느껴집니다. 새벽녘에 숲길을 걸으면 땅에서 올라오고 나무와 풀들이 뿜어내는 싱그러운 기운을 온 몸으로 느낄 수 있지요.

이런데서 운동을 하니 특별히 좋은 점이 얼마나 많겠어요. 건강과 다이어트 효과야 기본일 테고 거기에 좋은 공기 마시며 몸을 움직이니 정신까지 맑아지는 기분입니다. 돈 들일 일 없고, 코로나 전염 위험도 훨씬 저감되고, 1년 365일, 하루 24시간 문 열어 놓으니 제 편한 시간에 언제든 올 수 있다는 점도 큰 강점이지요. 물론 그런 거야 뻔한 거 아니냐고 반문하실 수도 있습니다. 맞는 말씀입니다. 하지만 공원에서 하는 운동이 진짜 좋은 이유는 그 말고도 많습니다. 

공원 운동이 좋은 진짜 이유  
 
 배우 남규리도 '온앤오프' 프로그램에 나와 고급 헬스장보다 좋다고 말한 동네 공원 운동.
 배우 남규리도 "온앤오프" 프로그램에 나와 고급 헬스장보다 좋다고 말한 동네 공원 운동.
ⓒ 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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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는 자연의 재발견입니다. 그 역시 당연한 것 아니냐 생각하시겠지만 직접 경험해 보시면 달라지실 겁니다. 어느 날 목운동을 하다 우연히 동쪽하늘에서 무척 크고 밝게 빛나는 별을 발견했습니다.

찾아보니 그게 금성이라더군요. 난생 처음 봤습니다. 코로나 덕이라 할까요? 요즘엔 그 말고도 별이 많이 보입니다. 정말 예쁩니다. 날마다 조금씩 달라지는 달의 모습을 관찰하는 것도 참 신기하고 재미있습니다. 우리가 그렇게 하늘을 올려본 게 언제였을까요?

철따라 바뀌는 공원의 풍경도 그렇습니다. 여름철엔 해바라기들이, 가을이 되니 코스모스 군락이 너울댑니다. 지금은 아름드리 은행나무들이 노랗게 물들어 장관을 펼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엔 비둘기와 까치만 사는 줄 알았는데, 그야말로 듣도 보도 못한 새들이 지저귀는 소릴 들었을 땐 전율마저 느껴지더군요. 우리가 평소 무심하게 스쳐지나갔던 자연은 그렇게 그들만의 원리와 질서에 의해 제자리를 지키고 있었고, 또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해가고 있었습니다.

공원운동은 사람과 인생을 새삼 생각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사고 후유증인지, 몸을 뒤뚱거리며 걷는 젊은 아들의 뒤를 쫓는 어머니의 안타까운 눈빛에선 지극한 자식사랑을 봅니다.

작은 보행기에 의지해 힘겹게 걸음을 옮기시는 꼬부랑 할머니는 저 작은 체구로 어떤 굴곡을 넘어 예까지 오셨을까 궁금해지게 합니다. 병색이 완연한 얼굴이지만 두 눈 부릅뜨고 헛둘, 헛둘 맨손 체조를 하시는 아저씨의 어깨 위엔 삶에 대한 애착과 의지가 번득입니다.

동반자, 가족의 의미를 새삼 깨닫기도 합니다. 자주 눈에 띄는 고등학생 커플이 있습니다. 물론 남매인지도 모릅니다. 고 귀여운 녀석들은 뭐가 그래 재밌고 신나는지 연신 웃음을 터뜨리며 장난을 칩니다. 둘이 함께 하기 때문이겠지요. 남산만큼 배가 나온 아빠의 손을 억지로 잡아 이끄는 쌍둥이 자매의 모습도 정겹습니다. 팔짱 꼭 끼고 함께 천천히 산책하는 노부부의 뒷모습엔 오색 아우라가 어려 있습니다.

광고 카피 같지만 여기서 운동하실 땐 휴대전화를 잠시 꺼두시는 게 좋습니다. 훨씬 집중도 잘 되고, 무엇보다 그 시간이 오롯이 내 차지가 된 것 같아 그렇습니다. 걷고 또 뛰면서 어제 일을 반성하고 오늘 할 일을 계획하며, 기도문을 외우거나, 천국에 계실 아버지를 추억하기도 합니다. 원치않는 음악소리 가득하고 TV모니터나 보며 달리는 피트니스 클럽에선 상상도 할 수 없는 노릇이죠.
 
부영공원 진입로  부영공원 산책로 겸 조깅로는 시멘트나 우레탄을 깔지 않았습니다. 맨발로 운동해도 됩니다
▲ 부영공원 진입로  부영공원 산책로 겸 조깅로는 시멘트나 우레탄을 깔지 않았습니다. 맨발로 운동해도 됩니다
ⓒ 이상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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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리고 무엇보다 좋은 건 무언가라도 배울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이곳의 일진은 중장년 아주머니들입니다. 보통 서너 명씩 그룹을 지어 다니시는데, 운동하시면서도 끊임없이 대화를 하십니다. 이야기의 소재도 무궁무진한데다, 말씀도 얼마나 잘들 하시는지, 그냥 무심결에 들리는 당신들의 이야기에 빠져들 때도 많습니다. 그 사이사이에 주옥같은 삶의 지혜, 깨알 같은 생활정보들이 등장하는 찰나를 놓치지 말아야 합니다. 

가장 많은 게 자신만의 비방 레시피입니다. 온갖 음식들을 망라합니다. 요즘에는 당연히 김장이 화제의 중심입니다. 전국 팔도의 김치가 총출동합니다. 그 말고도 어디 찜질방이 지질만 하며, 어느 미장원 원장이 파마를 기가 막히게 말며, 어느 병원 의사선생님은 손길만 스쳐도 낫는다는 정보까지 훤히 꿰게 됩니다. 그 분들 휴식 포인트를 잘 파악하셨다가 은근 슬쩍 그 가까이 자리 잡고 앉아 같이 쉬면서 얼마든지 챙겨 갈 수 있습니다.

코로나가 다시 기승입니다. 이대로 가다간 또 실내운동이 금지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걱정하지 마십시오. 찾아보면 그 동네에도 공원이 있을 테니까요. 그곳에서 오로지 나에게 집중하고, 자연을 벗 삼아 즐겁게 운동해 보세요. 실내운동에 비할 수 없죠. 거기선 모든 걸 '내'가 결정합니다. 운동 시간이며 또 얼마나 세게 할 것인가도 다 내 마음이죠. 남 눈치 볼 필요 전혀 없습니다.

마땅한 옷이 없다구요? 아무 거면 어떻습니까. 그저 편하면 좋죠. 요즘도 누가 울긋불긋 알록달록 입고 다니나요. 이러니 저리니 다 비겁한 핑계입니다. 이효리씨 말처럼 제 몸 아프고 힘들게 하기 싫어서 그러는 거죠. 그러지 말고 이불 박차고 한번 나가 보세요. 처음 나가기 어려워 그렇지, 습관되면 누가 잡아도 나갈 겁니다. 하긴 일어나는 것부터 어렵긴 합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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