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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전후 민간인학살사건 피해자 유족들이 11월 20 일 오전 창원지법 마산지원  법정 앞에 선고를 앞두고 모여 있다.
 한국전쟁전후 민간인학살사건 피해자 유족들이 11월 20 일 오전 창원지법 마산지원 법정 앞에 선고를 앞두고 모여 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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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무죄'가 선고됐다. 한국전쟁 전후 국민보도연맹원 관련해 국군 등에 의해 정당한 재판 절차도 없이 학살된 민간인들이 70년 만에 법원으로부터 '죄가 없다'는 판결을 받은 것이다.

황아무개 할머니를 비롯한 민간인 학살 희생자의 유족 15명이 법원에 낸 '국방경비법 위반' 재심사건에서 20일 창원지방법원 마산지원 제1형사부(류기인·황정언·정수미 판사)가 '무죄'를 선고했다. 앞서 지난 6일 열린 결심공판에서 검사는 '무죄'를 구형했었다.

류기인 재판장은 "너무 오랜 시간이 지나간 사건이다. 방청석에도 많은 가족들이 와 계신다"라며 "재판에 이르기까지 변호인을 통해서도 많은 말을 듣고 꼼꼼히 살펴봤다. 담당재판부로서 무슨 말씀을 해야 할지 찾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기나긴 사건에 마음의 고통을 가슴에 묻은 부분에 대해 해소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판단할 수 있는 기회가 돼 절차에 따라 선고한다"라며 "검찰에서도 지난 기일에 구형 의견을 말했다. 피고인들에게 각 무죄를 선고하고 판결요지를 공시한다"라고 덧붙였다.

무죄 선고는 학살된 지 70년, 재심신청한 지 6~7년만에 나온 것이다. 유족들은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의 결정이 있고 난 뒤인 2013년과 2014년에 형사사건 재심신청했다.

형사사건 재심은 먼저 '재심 개시' 여부에 대한 판단부터 한다. 법원이 재심개시 결정을 하더라도 검찰이 받아들여야 재심 재판이 진행된다. 그런대 검찰이 재심개시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항고(고등법원), 재항고(대법원)의 절차를 거친다. 이번 재심 판결이 난 사건 가운데는 (재)항고 절차를 거친 유족도 있다.

재심신청한 지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법원이 결정을 하지 않자, 한국전쟁전후민간인희생자 창원유족회가 대법원에 '호소문'을 내기도 했다.

황 할머니를 비롯한 5명은 대법원의 재심개시 결정으로, 나머지 10명은 창원지법 마산지원이 결정하면서 거의 동시에 재심 재판이 진행됐다.

재심사건은 유족들을 대신해 이명춘(서울), 임재인(부산), 박미혜(창원) 변호사가 맡아 진행했다.

창원지법 마산지원이 민간인 학살의 재심사건에 대해 무죄를 선고하기는 두 번째다. 지난 2월 창원지법 마산지원 형사부는 노치수 경남유족회장을 비롯한 5명이 낸 재심사건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마산지구계엄사령부고등군법회의 1950년 8월 18일자 국방경비법 제32조 위반 사건"에 대해 "재심 대상사건의 재판기록이 보존되어 있지 않아 지금 단계에서 확보할 수 있는 자료를 기초로 하여 재심재상사건을 판단하여야 할 것인데, 공소사실을 증명할 어떠한 자료도 제출되지 아니하였다"고 했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에 의해 피고인들에게 무죄를 선고하고, 판결의 요지를 공시하기로 한다"고 판결했다.
  
창원지방법원 마산지원.
 창원지방법원 마산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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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따른 무죄 판결, 뜨겁게 환영"

경남유족회와 열린사회희망연대, 민주노총 경남본부 등 단체들은 무죄 선고 뒤 창원지법 마산지원 마당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2013년과 2014년에 걸쳐 재심 신청한 지 6년 만에 이루어진 늦은 판결이지만 우리는 법원의 판결을 가슴 뜨겁게 환영한다"고 전했다.

앞서 검찰의 무죄 구형에 대해서도 이들은 "앞서 6일 창원지검 역시 이 사건에 대해 무죄를 구형했다. 국가폭력을 인정하고 '피고인들에게 무죄를 선고해 달라'고 무죄를 구형한 검사에게도 깊은 감사를 드린다"고 말했다.

이들은 "일흔 해 동안 가슴앓이를 하다 재심 신청한 유족 15명의 가족들은 국민보도연맹에 가입되어 옛 국방경비법 위반 혐의로 구금된 이후 정당한 재판 절차를 거치지 않고 한국전쟁 초기에 국군과 경찰에 의해 학살됐다"고 했다.

경남유족회는 "이번 무죄 판결로 한평생 '아버지'라고 부르지도 못하고 가시밭길을 헤쳐 온 유족들이 속가슴 한을 풀게 됐다"며 "무자비한 국가폭력으로 인해 아픔조차 표현하지 못하고 냉가슴을 앓아오며 70여 년 고통의 시간을 견뎌온 유가족들이 조금이라도 원통한 마음을 풀게 돼 다행스럽다"고 했다.

이어 "무엇보다 이번 무죄 선고는 과거 국가가 자행한 부당한 공권력 행사에 대한 형사 책임을 잇따라 물으며 진실을 밝히고 있어 그 의미가 더욱 크다"고 덧붙였다. 명예회복을 해야 한다는 것. 경남유족회는 "정부가 나서서 유가족들의 진정한 해원을 위하여 피해자들을 빠르게 보상하고 2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가 가해자를 밝혀 처벌할 것을 촉구하다"고 강조했다.
 
경남유족회 등 단체들이 한국전쟁전후 민간인 학살 피해자들에 대해 무죄 선고를 받은 뒤 창원지법 마산지원 마당에서 입장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경남유족회 등 단체들이 한국전쟁전후 민간인 학살 피해자들에 대해 무죄 선고를 받은 뒤 창원지법 마산지원 마당에서 입장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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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0년만에 무죄… 유족 원통한 마음 풀게 돼 다행” 경남유족회 등 단체들이 한국전쟁전후 민간인 학살 피해자들에 대해 무죄 선고를 받은 뒤 창원지법 마산지원 마당에서 입장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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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 규정상, 진실화해위에서 한국전쟁전후 민간인 학살 피해자로 인정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당시 재판 기록이 있어야 재심신청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경남유족회는 "재판기록이 있는 피해자만이 재심신청이 가능한 현실에 주목한다"며 "당시 대부분의 국민보도연맹원은 재판조차 받지 못하고 산골짜기로 끌려가 학살되거나 바다에서 수장됐다"고 했다.

이어 "이승만 정부의 빨갱이 몰이로 독립운동가에서 젖먹이까지 학살당한 이들에 대한 진실 규명과 명예회복에 대한 실질적인 방안을 정부가 내놓을 것을 거듭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경남유족회 등 단체들은 "법원의 무죄판결을 환영하면서 유가족의 아픔과 함께하고 있는 경남도와 창원시도 학살당한 넋들을 위로하고 우리 겨레의 화해와 통일을 위해 위령탑 건립, 추모공원 조성, 피해자 유가족 지원 대책 마련 등에 빠르게 나서기를 촉구한다"고 말했다.

태그:#민간인 학살, #한국전쟁, #창원지방법원 마산지원, #국민보도연맹원, #경남유족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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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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