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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편적 복지의 나라 스웨덴은 25%의 소득세 등을 통해 재원을 마련한다.
 보편적 복지의 나라 스웨덴은 25%의 소득세 등을 통해 재원을 마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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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장인어른은 스웨덴 사람이고 85세며 스웨덴 중부지방 달라나에서 혼자 살고 있다. 진료기록에 따르면 장인은 전립선 암 외 심장 및 동맥 질환도 갖고 있다. 운동을 좋아한 건강한 체구였는데 몇 년 전 왼쪽 무릎이 완전히 망가져 휠체어 신세를 지고 있다. 최근엔 누가 눕혀주고 일으켜주기까지 해야 한다. 사워 등 개인 위생도 스스로 해결 못해 남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장인어른은 슬하에 딸 둘을 두고 있다. 나의 아내와 처제다. 둘 다 스톡홀름 지역의 초, 중학교에서 각각 전문상담사와 교사로 일하고 있다. 아내가 초등 고학년일 때 장인어른은 이혼했다. 그 후 40여 년 가끔 만나는 여자가 있긴 했지만 재혼은 하지 않았다. 이제 기력도 쇠약하고 정신도 그리 맑지 않은 상태로 젊을 때 자신이 지은 통나무집에서 전적으로 다른 사람들의 도움에 의존해 산다.

자녀를 대신하는 돌봄 서비스

장인어른을 도와주는 사람들은 지자체에서 제공하는 '가정돌봄서비스' 직원들이다. 이들은 남녀 2명씩 두 개의 팀으로 나누어 제 1팀은 1) 개인위생, 화장실 도움, 야외 이동, 옷 갈아입히기, 음식 데우기나 만들기 등을 전담하고, 제 2팀은 정해진 스케줄에 따라 2) 집안 청소, 옷 세탁, 장보기, 도시락 주문 등을 도와준다. 각 팀은 남녀 두 사람으로 구성되는데 샤워 등 개인위생 문제에 노인들이 민감하게 느끼는 경우나 육체적으로 힘든 일 등에 효율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다.

그렇다고 이들의 업무가 성별에 따라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장인어른에게 왔을 때 1팀의 남녀 직원이 함께 장인어른을 샤워시켰고, 남자 직원은 아침 죽을 끓이고 여자 직원은 장인의 약을 챙겨주었다. 돌봄 직원들은 대체로 고등학교에서 돌봄프로그램을 전공했으며 직장을 다니면서도 정기적으로 연수나 교육을 받는다.

1팀은 저녁에 장인어른을 침대에 눕혀주고 아침에 일으켜주는 일까지 하니 1, 2팀이 번갈아 하루에 적어도 4~5번 장인의 자택을 방문해 돌본다. 한밤중에라도 문제가 있어 장인어른이 손목의 알람을 누르면 1팀이 바로 출동해 돌봐준다. 또 필요에 따라 의사나 간호사가 직접 장인의 자택을 방문해 의료 서비스를 제공한다.

가정돌봄서비스는 주말이나 휴일에도 똑같은 수준으로 제공된다. 주말이라고 도움이 필요하지 않을 수 없다. 장인은 현재 하루 24시간 일 년 내내 서비스를 받는다. 주말이나 공휴일에 돌봄 직원 급여는 평일의 1.5배이고 공휴일과 주말이 겹칠 때는 2배가 된다. 24시간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해서 돌봄 직원들이 법정 노동시간을 초과해 일하지는 않는다. 지자체나 지자체가 용역을 준 사설 돌봄 업체가 저녁, 주말, 휴일 인력을 따로 확보하거나 여유 인력을 둬서 스케줄에 따라 돌아가며 일한다.

돌봄 서비스는 받는 정도에 따라 지불하는 비용이 다르다. 장인은 현재 노인 돌봄에서 최고 수준의 서비스를 받지만 지불하는 비용은 그렇게 높지 않다. 스웨덴은 모든 돌봄 분야에 '비용상한선'을 두기 때문이다. 최고 수준인 24시간 서비스에 장인이 지불하는 비용은 2150kr(크로나), 한화로 28만원이 채 되지 않는다 (2150•129 = 277,350원).
 
비용 상한선 제도는 스웨덴 교육 분야에도 적용된다.
 비용 상한선 제도는 스웨덴 교육 분야에도 적용된다.
ⓒ 스웨덴 Saffle kommun 홈페이지 갈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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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한선 제도는 유아학교(유치원)에도 적용된다. 첫째 아이의 경우 비용은 가계소득의 3% 또는 월 최고 1478kr(190,662원), 둘째 아이의 경우 가계소득의 2% 또는 월 최고 986kr(127,194원), 셋째 아이의 경우 가계소득의 1% 또는 월 493kr(63,597원)이고, 넷째 아이부터는 무료다. 가계소득의 1, 2, 3%가 대체로 월 최고 비용보다 높아 대부분의 부모는 월 최고 비용을 지불한다.

유아학교의 경우 부모들이 지불하는 비용의 총 합계가 전체 유아학교 비용의 8% 정도 밖에 안 되고 나머지 92%는 세금으로 충당한다. 노인 돌봄도 이와 유사하고 대부분 세금으로 그 비용을 충당한다고 할 수 있다.

돌봄, 교육, 의료... 스웨덴 복지의 세 축

전통적 사회에서 노인 돌봄은 주로 가정 내에서 자녀들에 의해 이뤄졌다. 그러나 현대사회에서는 그것이 불가능하다. 자녀들은 자녀대로 삶이 있고 부모를 돌보기 위해 직장을 그만둘 수가 없다. 장인의 두 딸도 마찬가지다.

스톡홀름에서 직장을 다니는 두 딸은 자동차로 왕복 7시간 거리에 사는 장인어른을 한 달에 한 번씩 번갈아가며 방문한다. 딸들은 방문할 때마다 돌봄 직원들이 하지 못하는 은행이나 병원 또는 주민증 갱신 등 특별한 업무들을 도와준다. 

자녀가 부모를 돌보고 싶어도 몸을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부모를 기계의 도움 없이 돌보는 건 불가능하고 위험하기 그지없다. 한마디로 전문적이지 않다. 아마도 부모는 자녀가 돌보는 게 그렇게 마음 편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차라리 자녀들은 직업 활동을 통해 세금을 내고 국가가 이런 돌봄을 전문적으로 조직, 운영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고 질을 높일 수 있다.

노인 및 유아 돌봄을 포함한 돌봄은 스웨덴 복지의 주요 세 분야 중 하나다. 다른 두 분야는 교육과 의료다. 모든 사람에게 동등한 교육기회를 제공하기 위하여 모든 교육은 무상이고, 박사과정에 들어가면 박사과정 급여까지 지불한다. 의료 또한 일 년에 비용 상한선 제도에 의하여 1200kr(15만5천원) 이상은 지불하지 않는다. 즉, 일 년에 최대 이 비용으로 암 등 가장 심각한 질병도 치료해 준다.

스웨덴의 복지는 선별적 복지가 아닌 보편적 복지다. 즉, 국가가 복지 혜택자를 선별하거나 또는 지불 비용에 따라 복지 수준이 달라지는 게 아니라 스웨덴에 거주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일괄적으로 똑같은 복지 혜택을 준다. 또 정부와 지자체 사이의 세금 분배 정책으로 주거 지역이나 지자체에 관계없이 같은 수준의 복지를 받을 수 있다.

스웨덴 세금, 대체 얼마나 낼까

이러한 보편 복지를 위해 스웨덴은 세금 징수 등을 통해 많은 재원을 확보한다. 높은 세금은 국민 동의 없이는 불가능하다. 스웨덴은 높은 보편 복지와 높은 세금에 대한 국민의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럼 스웨덴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 세금을 내는지 살펴보자. 위에 언급한 스웨덴의 복지 정도를 염두에 두고 한국의 복지와 세금을 비교하면 그 차이가 뚜렷해질 것이다.

스웨덴 세금제도는 지자체 및 정부 소득세(사회적 비용 포함), 부가가치세, 법인세, 부동산세, 그리고 유류나 주류 등에 부과하는 단일 품목세(특별세) 등으로 구성된다. 단일 품목세는 스웨덴뿐만 아니라 한국에서도 상당히 높다. 이는 환경이나 국민 건강 등 다른 정치적 목적을 과세와 결부시켰기 때문이다. 스웨덴은 또 높은 부가가치세로 유명하다. 식료품 및 음식 등의 부가가치세는 12%, 교통, 도서, 예술, 스포츠 등은 6%, 그리고 의료 및 돌봄 등 복지 분야의 부가가치세는 없다. 언급한 분야 외의 거의 모든 상품(재화)과 서비스(용역)의 부가가치세는 현재 25%이다. 한국은 10%다.

상품과 서비스에 일률적으로 부과하는 이 부가가치세는 소득이 적은 사람이 상대적으로 많은 세금을 부담하는 꼴이 되어 경제적 불평등을 야기 시킨다. 그럼에도 이렇게 부가가치세가 높은 것은 다른 방법으로는 이 세금만큼 많은 재원을 확보할 수 없고, 또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는 공동체 의식, 즉 광범위한 복지를 위해 모두가 기여해야 한다는 의식이 강하게 깔려있기 때문이다.

소득세를 중심으로 보자. 소득세는 두 가지다. 하나는 지자체가 징수하는 '지자체 소득세', 다른 하나는 중앙 정부가 징수하는 '정부 소득세'다. 소득세를 연간 소득에 따라 아래와 같이 몇 개의 구간으로 나뉜다. (1kr = 129w)

(1구간)---13,900~36,000kr---(2구간)---523,200~575,500kr---(3구간)

1구간인 연간 소득이 13.900kr(180만원) 이하는 세금이 완전 면제되고, 소득이 13,900kr~36,000kr(180만~460만원) 사이의 경우에는 소득 크기에 따라 기초공제액이 조금씩 달라진다. 연간 소득이 제 2구간에 속하는 사람들은 '지자체 소득세'만 낸다. 지자체 소득세는 지자체에 따라 약간의 차이가 있고 가장 낮은 지자체가 29%, 가장 높은 지자체가 35%를 부과한다. 대체로 약 32%의 지자체 소득세를 낸다고 보면 된다.

제 2구간과 제 3구간 사이에 두 가지 연간 소득이 표기돼 있는데 전자인 523,200kr(6700만원)은 나이가 65세 미만인 경우이고 후자인 575,500kr(7400만원)은 65세 이상인 경우이다. 즉, 나이에 따라 연간 소득이 이 소득 수준을 넘으면 넘어선 부분에 대해 '정부 소득세' 20%를 더 부과한다.

예를 들어 나이가 60세이며 연간 소득이 600,000kr(7,700만원)인 경우 523,200kr을 넘어서는 76,800kr(991만원)에 대해서는 20%의 정부 소득세를 추가로 부과하여 이 부분의 세금은 52(32+20)%가 되고 나머지 523,200kr 부분은 지자체 소득세 32%만 부과한다. 이렇게 일정 소득 구간 이상의 소득에 대해 세금을 더 부과하는 것을 '한계세율'이라 한다. 한계세율은 세금의 형태가 아니고 세금 산정 방식이다.

현재 스웨덴의 한계세율은 약 52%(32%+20%)이다. 현 사민당과 환경당 소수정권은 2020년 1월 1일부터 중도의 중앙당과 자유당의 지지를 받는 조건으로 연간 소득 733.300kr 이상 소득자에게 부과하는 일종의 부유세 5%를 폐지했다. 이것은 소위 '1월 협정'의 한 부분인데, 이로 인해 스웨덴의 한계세율은 57%에서 52%로 내려왔다. 그 결과 스웨덴은 OECD 국가 중 한계세율 1위에서 벨기에 다음으로 2위가 되었다.

대부분 근로소득자는 제 2구간에 속하고 거주하는 지자체에 지자체 소득세만 낸다. 예를 들어 장인어른의 두 딸은 30년차 교직원으로서 월 소득이 약 40,000kr(월 516만원)인데, 이들이 내는 세금은 두 지자체에 따라 조금 다르지만 약 25%인 10,000kr (129만원)다. 지자체 평균 세율이 32% 정도인데 왜 25%를 내냐 하면 앞에서 언급한 '기초공제'와 우파 정부가 국민들이 일을 더 많이 하도록 고안해낸 '직장 소득 공제' 때문이다.

다른 예를 하나 들어보자. 월 소득이 한화로 1억 정도 고소득자인 경우 세금은 한계세율이 32+20=52%가 되어 공제액을 감안해도 세금은 5000만원이 조금 넘는다. 아내에게 월 1억을 버는데 5000만원을 세금으로 내면 세금을 너무 많이 내는 것 아니냐고 하니, 아내는 월 5000만원이나 가져가? 라고 반문한다. 대부분 근로소득자가 속하는 제 2구간보다 소득이 많으면 세금이 많아지고 누진율은 가팔라진다.

25% 소득세와 보편적 복지
 
고령화 시대, 노인 돌봄은 복지의 중요한 분야가 됐다.
 고령화 시대, 노인 돌봄은 복지의 중요한 분야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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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으로 우리는 다음과 같은 질문을 할 수 있다. 지금보다 약 15% 정도의 소득세를 더 내고 (즉 25%) 스웨덴과 같은 무상 교육, 거의 무상 의료 및 돌봄을 갖는 건 어떤가?

앞으로 한국도 노쇠한 부모를 누가, 어떻게 전문적으로 돌볼 것인지 심각하게 고민하지 않으면 안 된다. 현대사회는 자녀나 가족이 돌볼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노인들을 어떻게 돌볼 것인지, 그냥 방치할 것인지, 부의 정도에 따라 돌봄 서비스가 크게 달라지는 선별적 복지를 택할 것인지 아니면 돌봄 수준과 질을 어디까지 높이고 모든 국민이 공평하게 혜택을 받게 할지 결정해야 할 것이다.

장인어른의 두 딸로서는 직장을 다니며 다른 나라보다 세금을 좀더 내고 그 세금으로 돌봄 직원들이 아버지를 전문적으로 돌보는 것을 훨씬 선호할 것이다. 사실 여기에 논란의 여지는 없다. 또 장인어른은 무엇보다도 생의 마지막을 자택에서 보낼 수 있어 좋다. 스웨덴의 돌봄 제도가 많은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도 우리나라 노인 돌봄 제도를 발전시킬 때 고려할 점이다.

태그:#노인돌봄, #세금, #노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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