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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최서현 전국특성화고졸업생노조 고졸 일자리 보장 실천단장이 서울 종로구 전태일다리 앞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지난 15일 최서현 전국특성화고졸업생노조 고졸 일자리 보장 실천단장이 서울 종로구 전태일다리 앞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 전국특성화고졸업생노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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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은 정부가 선제적으로 공기업과 대기업, 공공기관 등에 고졸 출신 노동자 3% 채용 기준을 설정하는 거다."

최서현 특성화고졸업생노동조합 고졸 일자리 보장 실천단장이 '코로나19로 사회 전반적인 어려움이 큰 상황에서 정부 주도로 양질의 일자리가 과연 만들어질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오마이뉴스>의 말에 한 답이다.

최 단장은 "3개월 뒤(2021년 2월께) 특성화고 졸업생들이 실업자가 되는 건 이미 정해진 일"이라면서 "몇만 명의 실업자가 생기는 게 뻔히 보이는 상황에서 정부가 나서서 그에 대한 대책을 만드는 것은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이는 정부가 발표한 기준에도 부합한다"라고 설명했다.

앞서 15일 오후 최 단장은 서울 종로구 전태일다리 앞에서 '고졸 일자리 보장 촉구' 기자회견을 주도했다. 이 자리에서 최 단장이 속한 특성화고졸업생노조는 "지난해 10월 대비 올해 대졸 이상 실업자는 3만 6000명이 늘었지만 고졸 실업자는 약 3.5배인 12만 7000명이 늘었다"라고 밝혔다. 

지난해 1월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고졸취업 활성화 방안'을 발표하면서 "특성화고 취업률을 2022년까지 60%까지 올리겠다"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면서 정부는 "직업계고(특성화고)에서 미래 신산업과 지역전략 산업 등과 연계한 산업 맞춤 학과가 추진될 것"이라면서 "매해 100개 이상, 2022년까지 약 500개 학과를 만든다"라고 발표했다.

교육부 홈페이지에는 '특성화고'가 "특정 분야의 인재 양성을 목적으로 하는 학교로서, 학생 개개인의 소질과 적성에 맞는 교육을 통해 우수한 인재를 양성하고 좋은 일자리에 취업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학교"라고 소개됐다.

<오마이뉴스>는 16일 최 단장과 전화와 SNS 메신저 등을 통해 인터뷰했다. 

특성화고 졸업반의 자조 섞인 한탄 "저주받은 2002년생"
  
특성화고권리연합회 토론회에 참석한 특성화고 학생들이 21일 오후 자신들의 바람을 적어놓았다.
 특성화고권리연합회 토론회에 참석한 특성화고 학생들이 21일 오후 자신들의 바람을 적어놓았다.
ⓒ 윤근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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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단장은 "양질의 일자리가 하나도 없다"라는 말을 반복했다. 그러면서 그는 "요즘 특성화고 선생님들도 학생들에게 '대학 가라'라는 말을 먼저 한다. 취업하려고 특성화고에 온 친구들도 결국 취업하지 못해서 진학을 고려하는 경우도 많아졌다"라고 말했다.

"특성화고 3학년 학생들이 요즘 많이 하는 말이 '저주받은 2002년생'이라는 한탄이다. 초등학교 때 신종플루, 중학교 때 메르스, 지금은 코로나를 겪고 있으니 다들 서로에게 저주받은 2002년생이라고 말한다."

실제로 지난달 9일 국회 교육위 소속 정청래 민주당 의원이 교육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직업계고 졸업생 10만 103명 중 33.3% 수준인 3만 3295명만 취업한 것으로 확인됐다. 졸업생 3명 중 1명만 취업에 성공한 셈이다. 2017년에는 전체 졸업생 10만 9051명 중 5만 4908명이 직장을 구해 취업률 50.4%를 기록했다. 그러나 이마저도 2018년 42.8%로 줄어들었고 지난해에는 30%대까지 감소했다. 

반면 한국교육개발원 교육통계연보에 기재된 내용에 따르면 특성화고의 대학진학률은 2015년 36.1%, 2016년 35%, 2017년 32.8%, 2018년 36%로 꾸준히 30%대를 웃돌다 지난해 42.5%를 기록했다. 전문직업인을 양성한다고 만들어진 특성화고 학생들 중 절반 가까이가 대학 진학을 선택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에 대해 최 단장은 "양질의 일자리가 없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이지만, 통계로 잡히는 취업률도 실제로는 전공을 살리지 못하고 알바 사이트 등을 통해 카페와 패스트푸드, 콜센터 등에 취업한 것이 태반"이라면서 "구직활동지원금 등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기 위한 적극적인 정책이 이어져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학력사회 극복 위해 인식 변화가 우선"  
 
최서현 단장은 매일 아침 특성화고를 찾아 고등학교 3학년 졸업반 학생들을 만나고 있다. 사진은 학생들에게 건네는 선전물.
 최서현 단장은 매일 아침 특성화고를 찾아 고등학교 3학년 졸업반 학생들을 만나고 있다. 사진은 학생들에게 건네는 선전물.
ⓒ 전국특성화고졸업생노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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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최 단장은 "정부가 정책을 만들고 방침을 세움에 있어 보다 중요한 것이 있다"면서 "대학에 가지 않아도 잘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들겠다는 관점을 갖고 특성화고 졸업생과 고졸 노동자를 위한 정책이 만들어져야 한다. 이러한 기본적인 인식 변화 없이는 학력사회를 극복하기 어렵다"라고 밝혔다.

"15일 기자회견 때 참석한 조합원이 말하더라. '코로나19로 일자리를 잃었는데, 특성화고 출신으로서 과연 제대로 된 직장을 구해서 돈 벌 수 있을지 두렵다'라고. 고졸 취업자리가 기본적으로 부족하고, 있어도 대부분 비정규직 열악한 일자리뿐이다."

최 단장의 우려는 현실에서도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특성화고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벗어나기 위해 일선 학교에서부터 '공고'와 '상고' 등 기존의 이름을 버리고 있다. 

지난해 경기지역 광명공업고는 경기항공고, 안양 근명여자정보고는 근명고, 군포 산본공업고는 경기폴리텍고, 시흥 시화공업고는 경기스마트고, 서울지역 경기여자상업고와 고명경영고, 단국공업고 등은 각각 서울의료보건고와 고명외식고, 단국대학부속소프트웨어고 등으로 이름을 바꿨다.

최 단장은 "2018년 전국특성화고졸업생 노동조합이 탄생한 것도 같은 이유"라면서 "특성화고를 나온 구의역 김군, 제주 이민호군, 전북 콜센터에서 자살한 홍양 등 특성화고 졸업생들은 대부분 열악하고 위험한 현장에서 취업하고 있다. 이러한 현실을 개선하고자 목소리를 내고 행동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를 위해 최 단장은 "정부가 실질적인 해결책을 내놓을 때까지 매주 일요일 조합원과 함께 도보행진을 진행할 예정"이라면서 "문재인 대통령과 정부가 이에 대한 해결책을 내놓아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최 단장은 매일 조합원과 함께 아침 특성화고등학교를 돌며 졸업을 앞둔 학생들을 만나고 있다.

한편 교육부 관계자는 17일 오후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특성화고 현장에서 학생들이 직접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 정책들을 꾸준히 발굴해 이어가고 있다"면서 "대표적인 것이 지난해부터 운용되는 '취업지원관' 제도다. 취업처를 발굴해 연결하는 전담 인력이다. 전국에 500여 명 이상 배치가 됐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교육부 관계자는 "중앙취업지원센터를 지난 6월에 개소해 운용 중이다. 학생들이 현장실습을 나갔을 때 월 60만 원의 현장수당도 지원하고 있다"면서 "기재부 등과 협력해 '고졸 출신 공공부문 취업'에 관해서도 꾸준히 모니터링하고 숫자를 늘려가고 있다"라고 답했다.

태그:#특성화고, #고졸채용, #최서현, #전국특성화고졸업생노조, #문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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