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전주 KCC가 2020-21시즌 첫 10승 고지에 오르며 단독 선두로 등극했다. KCC는 15일 안양실내체육관에서 열린 홈팀 안양 KGC인삼공사와의 경기에서 81-73으로 승리하며 5연승 행진을 이어갔다. 지난달 31일 서울 삼성전(78-82) 패배 이후 11월 들어서는 한번도 지지 않고 있다.

KCC로서는 지난 시즌의 아쉬움을 만회하는 기분좋은 반전이다. KCC에게 지난 2019-20시즌은 유독 실망스러웠다. 전창진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첫 시즌, 11월 11일 울산 현대모비스와의 2대 4 대형 트레이드를 통하여 특급 선수로 꼽히던 라건아와 이대성을 영입하며 농구팬들에게 화제를 모았다. 기존의 이정현-송교창과 함께 사실상 국가대표급 라인업을 완성하며 단숨에 우승후보로 급상승한 KCC를 두고 'KBL판 슈퍼팀의 탄생'이라는 평가까지 나왔다.

하지만 결과는 용두사미였다. 트레이드 전까지 8승 5패로 리그 3위를 기록중이던 KCC는 트레이드 이후로는 고작 15승 14패, 승률이 5할이 간신히 넘기는데 그쳤고, 4위로 오히려 한 계단 하락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악화되며 프로농구 2019-20시즌이 조기종료되는 초유의 사태까지 벌어지며 KCC의 슈퍼팀 프로젝트는 그렇게 허무하게 끝났다.

큰 기대를 모으며 영입했던 이대성은 기존의 에이스인 이정현과 역할이 겹치면서 좀처럼 시너지 효과를 내지 못했고, 전창진 감독의 전술과도 맞지 않았다. 트레이드 전까지 국내 선수들의 끈끈한 팀플레이가 돋보이던 KCC는 오히려 조직력에서 문제점을 드러내며 몇몇 선수들의 활약에 따라 경기력의 기복이 심한 팀으로 바뀌어버렸다.

설상가상 시즌 후반기에는 홀로 고군분투하던 라건아마저 부상으로 시즌아웃되는 악재가 겹쳤다. 만일 시즌이 조기 중단없이 정상적으로 완주했더라도 이미 KCC가 우승할 가능성은 높지 않았을 것이라는 게 대다수의 전망이었다. 시즌이 끝나자 FA 자격을 얻은 이대성은 고양 오리온으로 떠나버렸다. 슈퍼팀을 기대했던 KCC지만 '슬픈 팀'으로 끝났다는 웃지 못할 흑역사만 남겼다.

2020-21시즌을 앞두고 KCC는 더 이상 우승후보로 분류되지 못했다. 정규시즌에 앞서 열린 컵대회에서 4강에 올랐지만 3경기 내내 그리 좋지못한 경기력을 보였고, 리그 개막전에서는 약체로 분류된 창원 LG에서 뜻밖의 일격을 당하며 출발이 좋지 않았다.

부상 선수도 초반부터 속출했다. 개막 3경기만에 라건아가 발목 부상을 입은 것을 비롯하여 유병훈-김지완도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했다. 지난 시즌에 이어 가드진과 토종 4번이 취약하다는 문제점은 여전했고 에이스 이정현은 초반 컨디션을 찾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또한 프로 경험이 부족한 타일러 데이비스가 라건아의 공백으로 갑작스럽게 출전시간이 늘어나며 많은 부담을 짊어져야 하는 상황이 됐다.

하지만 KCC는 무너지지 않았다. 위기는 오히려 전화위복이 됐다. 부상과 적응 문제로 초반 어려움을 겪었던 데이비스는 출전시간이 늘어나면서 점점 자신감을 회복했다. 경기당 19득점(2위), 11.9리바운드(1위)를 기록하며 리그의 새로운 '더블-더블' 머신으로 등극했다. 데이비스가 골밑에서 기대 이상의 활약을 보이며 이제는 부상에서 돌아온 라건아가 오히려 데이비스의 백업 선수로 기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사실 데이비스는 이미 리그 적응만 잘 거치면 라건아보다도 더 위력적인 선수가 될 것이라는 평가가 많았기에 놀라운 일은 아니다.

가드진에는 유현준의 성장세가 돋보인다. 이대성이 떠나고 김지완-유병훈-이진욱이 번갈아가며 부상을 당해 KCC는 유현준이 많은 출전시간을 소화하며 게임리딩을 혼자 맡아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여러 선수들과 로테이션으로 출전시간을 분담하던 때와 달리 주전으로서팀을 이끌어야 한다는 책임감이 오히려 유현준의 각성을 부추겼다.

유현준은 선두 대결을 펼치던 전자랜드전(14일)에서 7득점 5리바운드 10어시스트 6스틸-SK전(15일)에서 12점 7어시스트로 맹활약하며 경기를 거듭할수록 꾸준히 발전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시즌 기록은 5.8점, 4.5어시스트(6위)로 정통 포인트가드답게 경기를 풀어가는 능력과 패스전개가 탁월하고 득점력도 높지는 않지만 고비에서 한방씩 빅 샷을 터뜨려주고 팀에 쏠쏠하게 공헌하고 있다.

여기에 송교창과 정창영이 내외곽을 두루 커버하면서 보이지 않는 곳에서 궃은 일을 잘 해주고 있고, 초반 출전시간 관리를 받던 이정현이 SK전에서 올시즌 최다인 22점을 터뜨리는 등 부활의 서막을 알렸다. 라건아의 부상 복귀와 현대모비스 1년 임대에서 돌아온 박지훈의 재합류 등으로 앞으로 선수 가용폭도 넓어져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KCC는 지난 시즌 초반도 특정 선수에게 의존하지 않고 국내 선수들의 끈끈한 조직력과 이타적인 플레이가 조화를 이뤄내며 선전했던 팀이다. 과감하지만 다소 무리수였던 지난해 대형 트레이드 이후 오히려 팀 고유의 컬러를 잃어버렸다는 평가를 받았던 KCC는, 지난 시즌의 시행착오를 딛고 다시 본연의 색깔을 되찾아가는 중이다. 슬픈팀에서 '해피팀'으로 부활한 KCC는 오는 17일 열리는 창원 LG와의 경기에서 지난 개막전 패배의 설욕 및 전창진호의 최다승 타이 기록인 6연승 행진에 도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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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팀 KCC 유현준 타일러데이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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