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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분에 집에서 나가야 하는데 30분에 일어났다. 부랴부랴 아이를 깨우고 옷 입으라고 챙겨준 뒤 시간표를 보고 책가방을 쌌다.

"이거 10칸 공책 오늘 가져가야 되니까. 가방에 넣어."

옷을 다 입은 아이에게 공책을 주고 물통을 챙겼다. 책가방에 물통을 넣어주려고 왔더니 10칸 공책이 가방 밖으로 삐죽 나와 있다. 가방 안쪽에 제대로 넣지 않고 대충 던진 모양새다.

"이거 가방에 제대로 넣어야지 이게 뭐야."
"내가 안 그랬어."
"니가 안 그러면 누가 그래?"
"필통이 그랬나 보지."


자긴 제대로 넣었는데 필통에 맞고 퉁겨져 나왔단 말이다. 시간은 없고 아이의 말대답은 화가 나고 오늘 아침도 고함을 발사했다.

그림책 <고함쟁이 엄마>에는 엄마의 고함 소리를 들은 아이의 마음이 어떤지 잘 나와 있다. 아침부터 마음이 갈가리 찢겨 학교에 갔을 아이를 생각하며 다시 한번 들춰봤다.

산산조각난 아이, 엄마 펭귄이 한 일 
 
 책 고함쟁이 엄마
 책 고함쟁이 엄마
ⓒ 비룡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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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를 보면 엄마 펭귄과 아기 펭귄이 손을 잡고 가는데 엄마는 뒷모습만 나와 있고 아기는 뒤돌아 있다. 두 발이 공중에 있는 거로 봐서 아기 펭귄은 지금 신나있다. 엄마 펭귄 앞모습은 안 나와 있지만 양 미간이 좁혀져 있고 콧김을 씩씩 발사하며 두 입술은 앙 다물어져 있을 것 같다.

책장을 넘기니 아니나 다를까 입을 커다랗게 벌리고 혀를 벌벌 떨며 소리 지르는 엄마가 나온다.

엄마의 고함소리에 놀란 아기 펭귄은 온몸이 뜯겨 사방으로 날아간다. 머리는 우주까지 날아가고, 몸은 바다에 떨어졌다. 날개는 밀림에, 부리는 산꼭대기에 내려앉았다. 꼬리는 거리 한가운데에 떨어졌고 두 발만 그 자리에 남아 있었다. 자기 몸을 찾으려고 두 발은 달리기 시작했다. 아무리 달려도 눈이 우주에 가 있어 아무것도 볼 수 없고 소리칠 수조차 없는 아기 펭귄.

저녁 무렵 사하라 사막에 도착한 아기 펭귄은 몹시 지쳐 있었다. 그때 사막 위로 커다란 그림자가 드리우고 커다란 배 위에서 엄마가 아기 펭귄의 조각을 모아 한데 꿰맸다.

"아가야, 미안해."

이 책을 볼 때마다 폐부를 찔리고 민낯을 들킨 것 같아 부끄럽다. 오늘 아침 발사한 내 고함이 아이를 저렇게 찢어 놓는단 말이지.

예전에 아이랑 책을 보면서 직접 물어보기도 했다. "엄마가 소리 지르면 이렇게 몸이 찢기는 거 같아?" 아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렇다고 답했다.

하지만, 아이를 키우면서 고함을 안 지르는 일은 있을 수 없다(한 번도 고함을 지르지 않았다 자신하는 분은 제보 바랍니다). 신체적으로 정서적으로 권력적으로 약한 존재인 아이에게 고함을 지르는 게 비겁한 일이란 걸 알지만 감정이 격해지다 보면 나도 모르게 목소리가 높아진다. 그림책 속 엄마 펭귄처럼 "야~~~~" 라고 발성하진 않아도 소리 지르는 일이 생기기 마련이다.

중요한 건 소리친 다음이다. <고함쟁이 엄마>에서 엄마 펭귄이 아이의 흩어진 몸(마음)을 모아서 한땀한땀 이태리 장인 정신으로 꿰맨 뒤 미안하다고 사과한 게 이 책의 포인트다. 엄마가 소리치면 아이가 얼마나 큰 충격을 받는지 시각적으로 드러내 준 것도 핵심 포인트지만 마지막에 엄마와 아이가 어떻게 갈등을 해결하는지가 현실에선 더 중요하다.

엄마, 내 마음도 꿰매줘 
 
 우리의 마음도 잘 꿰매야 한다.
 우리의 마음도 잘 꿰매야 한다.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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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 아이에게 지른 고함을 하교 후 맛난 점심 제공과 함께 사과하면 될까 고민하다 알게 됐다. 내 맘은 꿰매진 적이 없었다. 엄마가 소리를 지르면 아이 마음이 찢어지는 건 알겠다. 나도 많이 당해봤으니까. 그런데 엄마가 한 땀 한 땀 이태리 장인정신으로 꿰매주면 어떤 마음일까? 어떻게 꿰매야 마음이 다시 한 데 모아질까? 고함이라면 우리 동네 골목에서 뒤지지 않았던 우리 엄마가 내 마음도 꿰매줬으면 좋겠단 생각이 들었다.

너도 어렸는데 동생 챙기라고 해서 힘들었지? 그땐 엄마도 일하느라 힘들어서 그랬어. 엄마가 어릴 땐 여자들은 집안일을 당연히 했어. 그래서 너한테 집안일을 많이 시켰는데 억울하고 그랬을 거야. 아빠가 도와주는 것도 아니고 너랑 짐을 나누고 싶었던 것 같아. 첫째라고 엄마 짜증 내는 거 받아주느라 고생했어. 엄마도 사느라 힘들어서 그땐 몰랐어. 미안해.

엄마가 내게 "미안해"라고 말해 준다면 30년 넘게 우주로 날아갔던, 밀림에서 헤매는 내 마음도 돌아올 것 같다. 그리고 내 마음이 꿰매지면 아이 마음을 어떻게 꿰매야 하는지 알 수 있을 것 같다.

살면서 엄마가 내게, 내가 아이에게 고함을 안 지르고 살면 좋겠지만 그게 힘들다면 잘 꿰매는 방법을 아는 게 좋을 것 같다. 내일은 엄마에게 전화해서 나 좀 꿰매 달라고 해야겠다. 그동안 아이를 잘 꿰매주려고만 했는데, 일단 내 맘이 모여야 아이도 잘 꿰매줄 수 있을 것 같다.

덧붙이는 글 | 개인 블로그에도 게재됩니다.


고함쟁이 엄마

유타 바우어 글.그림, 이현정 옮김, 비룡소(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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