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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본 여행서적중 재미있게 본 책입니다.
▲ 예술과 함께 유럽의 도시를 걷다 최근에 본 여행서적중 재미있게 본 책입니다.
ⓒ 전형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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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유입 코로나 확진자가 꾸준히 늘어가고, 전 세계가 위험지대인 이때 해외여행은 자제하는 것이 상책이다. 특히 유럽은 재유행으로 더 위험해 보인다. 벌써 일 년이 다 돼가는 코로나로 발목이 잡혀 여행에 굶주린 이들이 있다면 집에서 유럽 여행을 떠나는 방법을 소개한다.

50대 중반 나이에 '한 살이라도 젊을 때 떠나자'라는 생각으로 여행에 대한 욕구가 강해져 여행 서적을 가끔 찾아보는 편이다. 그 책들이 하도 많이 쏟아져 나와, 나는 그중 적당한 사진과 사연이 섞여진 책을 선호한다. 글이 너무 많으면 독서가 지루해져 여행지의 흥미를 감소시키고 긴 문장의 글보다 잘 찍은 사진 한 장의 설명이 좋기 때문이다. 이 책은 그런 면에서 글과 사진의 배합이 적절하다.

저자는 유럽 여러 도시를 10여 년 동안 여행하며 그 도시가 사랑하는 예술가들의 자취를 담담하고 간결한 필체로 이어간다. 거만한 렘브란트와 슬픈 고흐의 도시 네덜란드의 암스테르담을 시작으로 하는 이 책의 인상적인 부분을 조금 소개해보겠다.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음악 신동 모차르트의 죽음은 서글프고 충격적이다. ​모차르트의 초라한 장례식에 그의 음악을 극찬했던 귀족들 그 누구도 장례식에 참석하지 않았다. 모차르트의 시신은 다른 이름 모를 시신들과 함께 한 구덩이에 묻혔다.

그로부터 한참의 세월이 지난 후 모차르트가 묻혔을 것으로 추정되는 곳에 그를 기리는 비석이 세워졌단다. 성 마르크스 묘지에 신원불명의 시신들과 함께 묻힌 모차르트의 유해는 끝내 찾지 못했다. 말년에 극도로 궁핍한 삶을 살다간 음악 천재를 그려보니 슬프고 먹먹해진다.

스페인의 말라가에는 '보이는 것을 그리지 않고 생각하는 것'을 그린다는 피카소의 동상이 있다. '하나의 사물을 정면과 좌우 측면, 그리고 위와 아래에서 보고 그것을 하나의 평면에 그린다.' 바로 입체주의 화가의 대가인 피카소의 그림이 알쏭달쏭한 이유이다.

'바티칸시국'에서 두 천재 미켈란젤로와 라파엘로를 따라 르네상스를 걷는 재미도 특별할 듯하다. 바티칸시 입구 조각상의 주인공은 바로 미켈란젤로와 라파엘로. 도시 전체를 박물관으로 만들어 놓은 그들이니 입구 주인공의 자격은 충분하다. 둘의 나이 차이는 별로 안 나지만 왼쪽의 미켈란젤로는 힘들어 보이는 노인의 모습이고 젊은 나이에 죽은 라파엘로의 오른쪽 동상은 활력 넘쳐 보인다.
 
세계에서 가장 큰  박물관 바티칸 시국 정문의 두 동상
▲ 미켈란젤로와 라파엘로 세계에서 가장 큰 박물관 바티칸 시국 정문의 두 동상
ⓒ 전형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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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가리 부다페스트 편. 지난 5월 유람선 침몰로 우리에게 슬픈 이야기를 들려주는 그곳에서 폴 사르트르는 "부다페스트와 도나우강을 보고 있으면 음악가가 아니더라도 악상이 떠오르고, 시인이 아니더라도 시상이 떠오른다"라고 말했단다.

체코 프라하의 천문시계가 너무 아름다워 다시 못 만들도록 장인의 눈을 제거했다는 엽기적인 이야기는 아름다움을 아름다움으로 대하지 못하는 인간의 욕심에 기가 찰 노릇이다.

'뭉크의 절규' 그의 차가운 그림을 보면 그의 조국이 노르웨이의 오슬로인 것이 어쩌면 당연해 보인다. 예술가와는 상관없지만, 김일성이 초청받아 가서 "피곤한 조국으로 돌아가기 싫다" 했다는 슬로베니아의 블레드 호수도 소개되어 있다.

아는 만큼 보인다 했다.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이 인류 고난 시기에 나는 책을 통해 더 넓은 세상을 볼 수 있는 눈을 밝히고 싶다. 다시 평온한 시대는 올 것이다. 그때가 되어 내가 읽던 책 속의 여행지를 찾아가 그들이 지나간 길을 따라 걷는다면 그 기억이 오래될 것이고 여행의 의미가 남다를 것은 분명하다.

그런 의미에서 모차르트와 고흐, 미켈란젤로의 발자취를 따라 걸어보고 싶다면 <예술과 함께 유럽의 도시를 걷다>를 적극적으로 추천한다.

예술과 함께 유럽의 도시를 걷다 - 음악과 미술, 문학과 건축을 좇아 유럽 25개 도시로 떠나는 예술 기행

이석원 (지은이), 책밥(2020)


태그:#책속의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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