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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항일유적답사기> 표지
 <항일유적답사기> 표지
ⓒ 눈빛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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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일유적답사기를 펴내다

2005년 늦가을 첫서리가 내렸다. 그러자 텃밭의 호박잎은 속담 그대로 "서리 맞은 호박잎"으로 하루 만에 자지러져 버렸다. 또한 다른 작물도 나날이 초록을 잃어갔다. 그러자 산골 농사꾼들은 타작과 겨우살이 준비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움직였다. 우리 내외도 겨울나기 준비에 바빴다.

나는 아래채 흙집에 '박도글방'이란 현판을 붙인 뒤 서재로 쓰고 있었다. 그 방 난방은 온돌이었다. 그래서 아침저녁으로 군불을 땠다. 한나절 뒷산에 톱과 낫을 들고 올라가 땔감을 마련하면 이삼일 정도는 땔 수 있었다.

어느 하루 눈빛출판사 이 대표가 오마이뉴스에 연재한 '항일유적답사기'를 출판하고 싶다는 제의를 했다. 그래서 그 원본 원고 '민족 반역이 죄가 되지 않는 나라'를 꺼내 다시 가다듬었다.

마침 지린성 용정 명동촌 시인 윤동주 생가 방문 얘기를 가다듬던 중이었다. 지난번 책에서 그 대목을 보신 시인 김규동 선생이 명동교회를 세운 김약연 목사에 대한 일화를 편지로 들려주신 적이 있었다.

그래서 그 편지 글과 함께 2차 항일유적지 탐방기도 본문에 보탰다. 재출간이지만 출판사에서 공을 많이 들였다. 그 탓으로 그해 문화예술위원회 우수문학도서로 선정되는 기쁨도 누렸다.
  
 '나를 울린 한국전쟁 100장면' 표지
 "나를 울린 한국전쟁 100장면" 표지
ⓒ 눈빛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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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울린 한국전쟁 100장면'

2004년 6월에 발간한 '지울 수 없는 이미지' 한국전쟁사진집이 단시일 내에 매진되자 눈빛출판사 이규상 대표는 2005년 가을쯤 함께 미국 국립문서기록관리청(NARA)에 가자고 제의를 했다. 하지만 막상 때가 되자 출판사 사정으로, 나 혼자 2005년 11월 29일 NARA에 갔다.

거기서 1차 방미 때 도움을 받았던 박유종 선생님과 함께 그해 12월 10일까지 눈에 불을 켜고 한국전쟁 사진 770점을 수집해 왔다. 그동안 박유종 선생님은 미리 자료를 검색해두셨다. 게다가 새로이 눈빛출판사에서 장만해준 스캐너 그리고 나의 스캔 다루는 솜씨도 그새 크게 늘었다. 그런저런 탓으로 1차 때보다 해상도가 훨씬 더 높은 사진들을 입수했다.

그리하여 그 이듬해인 2006년 6월 25일 '지울 수 없는 이미지 2'와 '나를 울린 한국전쟁 100장면'을 출간했다. '나를 울린 한국전쟁 100 장면'은 NARA에서 입수한 한국전쟁 사진 100컷에다가 문단의 원로 김원일·문순태·이호철·전상국 선생 등 네 분의 한국전쟁 체험담을 수록했다.

그 책은 비단(사진)에 꽃 수(문인들의 이야기)를 놓은 격으로, 발간 이후 지금까지도 스테디셀러다. 아마도 우리 문단사 및 출판계에 길이 남을 '6.25전쟁 증언록'이 될 것으로 믿는다. 책은 저자가 잘 쓰고, 출판사가 잘 만들어야 독자의 꾸준한 사랑을 받는다는 출판의 기본을 체득케 했다.

그 책은 2006년도 문화관광부 우수교양도서로 선정되는 기쁨도 누렸다. 그러자 이 대표는 부인 안미숙 편집장과 함께 안흥 산골 내 집까지 내려왔다. 내가 계좌이체하라고 해도, 굳이 내 집까지 와서 손수 인세를 전하고 갔다.
  
 녹천 고광순 의병장 순절비가 있는 지리산 연곡사
 녹천 고광순 의병장 순절비가 있는 지리산 연곡사
ⓒ 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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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 항일의병 유적지를 답사하다

중국대륙 여기저기 흩어진 항일운동 유적지 기사가 오마이뉴스를 통해 여러 독자들에게 알려졌다. 거기다가 '항일유적답사기'가 책으로 출판되자, 특히 독립운동가 후손 분들이 여기저기서 불렀다.

그래서 나는 백범기념관도, 우당기념관도 방문했고, 왕산 후손들도 만났다. 아울러 호남의 여러 항일의병 후손도 만났고, 그 어른들의 안내로 호남의병 전적지도 답사케 되었다. 그리하여 2007년 10월부터 이듬해 5월까지 8개월 동안 본격으로 일곱 차례에 걸쳐 호남 의병전적지 답사에 나섰다.

전라남북도 구석구석 항일의병 전적지를 찾고, 그 후손들은 만나 100년 전 호남 벌에 휘날린 창의의 깃발에 매우 감동하면서 붓을 마음껏 휘둘렀다. 이 길에는 의병선양회 조세현 부회장, 고광순 의병장 후손 고영준 선생, 오성술 의병장 후손 오용진 선생, 전해산 의병장 후손 전영복 선생 등이 자청으로 길 안내를 했다.

그리하여 전남 창평 녹천 고광순 의병장의 전적지 지리산 연곡사부터 시작하여 장님 의병장 백낙구, 기산도, 머슴 출신 안규홍, 나주의 김태원·김율 부자 의병장, 오성술, 양진녀·양상기 의병장, 심남일, 김용구·김기봉 부자 의병장, 매천 황현, 기삼연, 조경환, 김원국·김원범 형제 의병장, 화순 쌍산의소의 양회일 의병장 전적지를 더듬었다. 그런 뒤 전북 임실의 이석용, 정읍의 임병찬, 남원의 전해산 의병장에 이어 마무리로 충남 청양 모덕사 면암 최익현 선생의 유적지 등을 답사했다.

그동안 정부나 언론으로부터 외면당한 호남 의병 후손들은 초라한 한 경상도 출신의 문사를 쌍수로 반겨줬다. 더욱이 호남의병 전적지를 영남사람이, 그것도 경북 구미 출신이라고 하자 현지인들은 더욱 놀라면서 반겼다. 한 선비(화순 양동하 전 능주 전교)가 내게 한 말씀이다.

"경상도 금오산 선비가 호남에 오시다니 참 귀한 손이오. 예전에는 영호남 간에 틈이 없었지라우."

나는 그 흔한 승용차도 없이 가방에 노트북, 스캐너, 녹음기, 카메라 등을 잔뜩 넣은 채 끌고 다녔다. 호남인들은 그런 나를 두 손 들어 환영하면서 그 지방의 산해진미로 대접했다. 호남 의병 답사 길을 떠날 때마다 아내가 한마디씩 잔소리했다.

"제발 많이 먹지 마세요."

그때 의병운동사 대가 순천대 홍영기 교수가 자문해줬다. 나의 호남의병유적지 답사기 '누가 이 나라를 지켰을까'는 2007년 10월 24일부터 오마이뉴스에 연재를 시작하여 이듬해 5월 13일 56회로 마무리됐다. 그런 다음 그해 8월 눈빛출판사에서 같은 제목의 단행본을 발간했다.

그 책이 나가자 당시 김양 보훈처장이 격려 편지와 함께 도서 200권을 주문해 주었다. 저자로서는 가장 고마운 일이다. 호남은 '의향(義鄕)'이요, '예향(藝鄕)'이며, '미향(味鄕)'이었다. 나는 8개월 동안 전라남북도 곳곳을 일곱 차례나 누비면서 따뜻한 호남인의 인정과 그 맛깔스러운 음식을 만끽했다.

나는 한 작가로, 한 교육자로 망국적인 지역 감정의 골을 붓으로 메우고자 온 정성을 다했다. 그 열정이 그분들에게 전달됐는지, 답사 이후에도 수시로 호남 의병 후손들은 당신 고장으로 초대했다. 그리하여 나는 그때마다 호남의 빼어난 산수와 감칠 맛나는 음식에 흠뻑 빠지곤 했다.
      
 '누가 이 나라를 지켰을까' 표지
 "누가 이 나라를 지켰을까" 표지
ⓒ 눈빛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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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산문집을 펴내다

나는 귀촌한 뒤 아내와 같이 안흥 산골마을에서 얼치기 농사꾼으로 살았다. 산골생활을 하면서 거의 매일 일기를 쓰듯이 기사를 서서 오마이뉴스로 송고했다. 그 기사들이 '안흥 산골에서 띄우는 편지'(지식산업사), '길 위에서 길을 묻다'(새로운사람들), '삼천리 금수강산 사뿐히 즈려 밟고'(새로운사람들), '그 마을에서 살고 싶다'(바보새출판사), '로테르담에서 온 엽서'(대교베텔스만출판사), '카사, 그리고 나'(오래출판사)와 같은 이름의 단행본으로 출판됐다.

해마다 여러 산문집을 한두 권씩 펴냈다. 하지만 내 마음속 깊은 곳은 늘 허전했다.  그것은 작가로서 장편소설을 쓰고 싶은 욕구 때문이었다. 그것도 6.25전쟁을 배경으로 분단과 동족상잔의 아픔을 아름다운 예술로 승화시킨 작품을 쓰고 싶었다.

그리하여 두터운 철책이 둘러쳐진 현실에서도 한 가족의 작은 통일을 그려냄으로써 분단의 견고한 벽을 한 작가의 붓으로 무너뜨리는, 한 마리 개미 역할을 하고자 했다. 그것이 이 시대의 작가의 소명이요, 한 지식인 사명이리라.

2004년 2월, NARA에서 어린 인민군의 사진을 본 그때부터 북의 남자(인민군)와 서울의 한 여성(간호사)이 빗발치는 낙동강 전선에서 만나 사랑도 나누고, 이별하여 마침내 20년 만에 다시 만난다는 드라마틱한 이야기를 그렸다. <어떤 약속(가제)>이란 작품의 제목조차도 미리 정한 뒤 그때부터 작품의 얼개를 치밀하게 구상하기 시작했다.
 
 '안흥 산골에서 띄우는 편지' 표지
 "안흥 산골에서 띄우는 편지" 표지
ⓒ 지식산업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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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회에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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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년 교사생활 후 원주에서 지내고 있다. 장편소설 <허형식 장군> <약속> <용서>, 역사다큐 <항일유적답사기><영웅 안중근>, 사진집<지울수 없는 이미지> <한국전쟁 Ⅱ> <일제강점기> <개화기와 대한제국> <미군정 3년사>, 어린이 도서 <대한민국의 시작은 임시정부입니다> <김구, 독립운동의 끝은 통일> <독립운동가, 청년 안중근>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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