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렌시아 전 슈팅을 시도하는 레알 벤제마

발렌시아 전 슈팅을 시도하는 레알 벤제마 ⓒ 레알 마드리드 공식 홈페이지

 
영입이 없었다는 점이 변명이 될지 모른다. 하지만 최근 보여주고 있는 경기력과 성적은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 지난 시즌 스페인 라리가를 우승한 레알 마드리드의 이야기다. 9일(월) 레알 마드리드는 발렌시아에 4대1로 패하면서 리그 4위로 밀려났다. 챔피언스 리그에서는 홈에서 샤흐타르에 졸전 끝 2대3으로 패한 건 물론 묀헨글라트바흐 원정에서 비겼다. 인터 밀란과의 홈경기에서 신승이 없었다면 탈락 위기에 빠졌을 것이다.
 
레알 마드리드는 '갈락티코'로 대표되는 스타군단을 소유한 구단이다. 2018년 챔피언스 리그 3연패를 기록하며 최고의 구단임을 다시 한 번 입증했다. 하지만 이후 레알 마드리드는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3연패의 주인공 지네딘 지단 감독이 다시 돌아와 팀에게 라리가 우승을 선사했음에도 올 시즌 경기력은 전혀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 그 원인은 크게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레알 마드리드 에당 아자르

레알 마드리드 에당 아자르 ⓒ 레알 마드리드 공식 홈페이지

 

핵심 영입, 아자르의 부진
 
레알 마드리드는 크리스티아노 호날두의 이적 후 가레스 베일을 중심으로 팀을 개편하고자 했다. 베일에게 주급만 9억을 주는 재계약을 맺은 게 그 이유다. 동시에 플로렌티노 페레스 회장은 체질개선에 나선다. 스타플레이어의 적극적인 영입보다 젊은 유망주를 키우는 정책을 시도한 것이다. 맨체스터 시티, 파리 생제르망 등 '오일머니'를 중심으로 한 팀들을 상대로 자금 경쟁보다 내부 육성을 택한 것이다.
 
오드리오솔라, 비니시우스, 호드리구 등 젊은 피를 대거 영입하면서 기대를 품게 만들었다. 결론적으로 즉시 전력감 부족으로 팀은 하락세를 겪게 된다. 가장 큰 이유는 호날두 이후 에이스 역할을 해줘야 했던 베일의 부진이다. 이런 상황에서 레알은 팀에 챔피언스 리그 3연패를 선물한 지단 감독을 다시 선임한다. 지단 감독은 새로운 에이스의 필요성을 느꼈고, 그 선택은 에당 아자르였다.
 
EPL의 왕으로 불렸던 아자르는 '슈퍼 크랙'이라는 별명답게 첼시에서 공격을 혼자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 왔다. 그의 활약과 달리 챔피언스 리그와의 인연은 없었다. 이에 계약기간을 1년 앞두고 2019년,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하게 된다. 1억 1500만 유로(약 1547억 원)의 높은 이적료가 이를 입증한다. 내년 자유계약 시 경쟁을 피하기 위해 과도한 금액을 지른 건 아자르 위주의 개편을 준비하기 위해서였다.
 
문제는 아자르의 컨디션이었다. 아자르는 시즌 초 체중관리로 매번 문제를 일으켰다. 과체중 된 몸으로 시즌을 시작했고, 시간이 지나면서 경기력이 오르는 패턴의 연속이었다. 레알 마드리드에서는 과체중에 이어 부상과 컨디션 난조 등 몸값에 걸맞는 활약을 전혀 선보이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라리가 우승을 해냈지만 챔피언스 리그에서는 떨어졌다. 맨체스터 시티의 케빈 데 브라위너 같이 폭발적인 활약을 해줘야 할 선수가 부진했기 때문이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영입시장에 돈을 쓰지 않은 레알 마드리드는 아자르에 대한 의존도가 더욱 높았다. 하지만 시즌 초 부상에 이어 코로나19 확진으로 경기장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잦은 부상의 이유로 과체중이 지목되기도 한다. 자기관리가 부족한 베일에 이어 아자르도 문제를 일으키면서 크리스티아노 호날두 이후 제대로 된 에이스를 얻지 못한 레알이다.

  
 레알 마드리드 마르셀로

레알 마드리드 마르셀로 ⓒ 레알 마드리드 공식 홈페이지

 

노쇠한 주전 – 성장 못한 유망주
 
현재 레알 마드리드의 에이스는 86년생 라모스다. 라모스가 빠진 경기마다 수비진이 붕괴되며 문제를 겪고 있다. 공격진의 에이스는 87년생 벤제마다. 연계형 공격수라는 별명답게 골보다 경기를 풀어나가는 능력이 좋은 벤제마는 부족한 득점력을 보이며 최전방에 고민을 주고 있다. 문제는 벤제마를 제외하고는 딱히 골을 넣어줄 기대를 품게 만들 공격수가 없다는 점이다. 레알 마드리드는 3연패 당시의 주전들을 그대로 품고 있지만 30줄에 접어들어 기량이 쇠퇴했다.
 
특히 문제는 왼쪽 풀백 마르셀로다. 한때 호날두와 환상 호흡으로 세계 최고의 풀백으로 불렸던 그는 이전부터 문제로 지적받았던 수비가담 능력이 한층 더 부각되고 있다. 신체능력이 떨어지면서 크로스 능력을 제외하고는 경기장 위에서 도움이 되는 모습을 찾기 힘들다. 심지어 그 크로스도 이전보다 날카롭지 못하다. 페를랑 멘디를 대신해 마르셀로가 주전으로 뛰는 날이면 팬들이 걱정하는 이유가 분명하다.
 
주전급을 대신해야 하는 레알의 미래, 유망주들은 부진한 경기력으로 30줄 주전들의 부담을 더 키우고 있다. 오드리오솔라는 작년 바이에른 뮌헨으로 임대를 보낼 만큼 경기력이 좋지 못했다. 비니시우스는 경기력에 있어서는 향상된 기량을 보이고 있지만 골을 터뜨리는 능력이 부족하다. 밀리탕은 집중력이 떨어지는 모습을 연달아 선보이며 라모스에 대한 의존을 높이게 만든다.
 
미드필더진에서 발베르데의 성장과 지난 시즌 레알 소시에다드의 에이스로 자리 잡은 마틴 외데가르드의 임대 복귀는 긍정적인 요소이지만, 예전 크로스-카세미루-모드리치 라인의 명성에 비하면 부족하다. 수비적인 측면에 있어 카세미루가 빠지면 수비불안이 더욱 심해진다는 점도 문제다. 수비에서는 카세미루, 공격전개에 있어서는 크로스의 의존도가 높다. 이 역할을 대신해 줄 유망주가 성장하지 못하면서 필승 스쿼드와 필패 스쿼드가 확연하게 갈라지고 있다.
 
 
 지네딘 지단 감독

지네딘 지단 감독 ⓒ 레알 마드리드 공식 홈페이지

 

'지단 왜 이럴까' 전술적인 아쉬움
 
지네딘 지단 감독의 챔피언스 리그 3연패의 비결에는 전술적인 술수가 컸다. 지단 감독은 기존의 4-3-3 포메이션에 '이스코 시프트'를 활용하는 전략적인 변칙을 보여줬다. 이스코의 위치에 따라 4-4-2, 4-3-1-2 등 다양한 포메이션을 활용한 것이다. 테크니션 이스코는 공격에 활력을 불어넣으며 상대팀을 당황하게 만들었다. 지난 시즌에도 이런 전략적인 변칙은 계속되었다.
 
4-4-2 포메이션을 사용해 발베르데의 폭 넓은 활동량을 통해 상대팀의 중원을 휘어잡는 묘책을 선보였다. 특히 바르셀로나와의 경기에서 발베르데가 적극적으로 메시를 봉쇄하며 승리를 챙기는 힘을 보여줬다. 그런데 이번 시즌에는 단조로운 포메이션은 물론 균형이 잡히지 않은 스쿼드를 활용하며 의문을 자아내고 있다. 특히 참패를 기록한 발렌시아 전의 경우 예정된 패배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카세미루가 코로나19로 빠진 상황에서 크로스를 뺐고, 페를랑 멘디 대신 마르셀로를 기용했다. 크로스는 수비형 미드필더 역할을 해줄 수 있는 선수다. 크로스가 빠졌다면 공격력은 부족해도 수비력이 좋은 멘디를 풀백에 기용했어야 했는데 마르셀로가 대신 나왔다. 여기에 카르바할의 부재로 오른쪽 풀백은 공격수 바스케스가 대신 출장했다. 지단 감독은 이전에도 바스케스를 풀백에 기용해 재미를 봤으나, 공수 밸런스가 무너진 상황에서 마르셀로의 기용은 무모한 선택이었다.
 
이는 바란과 라모스에게 지나친 수비 부담을 줬고, 결국 바란의 자책골과 3번의 PK 헌납으로 굴욕적인 패배를 당했다. 스스로 자멸한 것이다. 전술적으로 기막힌 묘수와 균형을 잡았던 지단 감독을 생각할 때 이해할 수 없는 선택이다. 이번 시즌 들어 지단 감독의 로테이션은 힘을 내지 못하고 있다. 전술적인 균형으로 승리를 이끌어 왔던 지단 감독이기에 최근 연달아 보여주는 전술적인 선택은 아쉬움을 자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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