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을 제작하는 과정에서 전 세계 유저들에게 복식 문화와 그 뒤에 숨겨진 이야기, 특히 중국 전통 복식 문화를 더 많은 사람에게 전해지고 함께 즐기며 알아가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최근 전통 의상 문화에 대한 논란을 깊이 주목하고 있으며 중국 기업으로서 우리의 입장은 항상 조국과 같다는 점을 거듭 강조하고 싶다.
논란을 일으킨 의상 세트 폐기 공지를 안내한 후에도 일부 계정들은 여전히 중국을 모욕하는 급진적인 말들을 여러 차례 쏟아내면서 결국 우리의 마지막 한계를 넘었다. 이러한 행위를 단호히 배격하고 국가의 존엄성을 수호한다."
최근 한복 논란을 빚은 모바일게임 '샤이닝니키'의 제작사 페이퍼게임즈가 한국 서비스를 종료하면서 한 발언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중국의 '동북공정'을 떠올리게 한다고 지적한다.
필자는 '샤이닝니키'의 한복 논란과 한국에서 활동하는 중국 출신 아이돌의 잇따른 항미원조 언급을 보면서 중국의 역사 왜곡이 심화되고 있다고 느꼈다.
한복(韓服)≠한푸(漢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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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 전통의상인 한복을 둘러싸고 한국과 중국 누리꾼들이 때아닌 원조 논쟁을 벌이고 있다. |
| ⓒ 샤이닝니키 공식홈페이지 | 관련사진보기 |
샤이닝니키는 중국 기업인 페이퍼게임즈에서 개발한 옷 입히기 게임이다. 샤이닝니키는 한국 출시를 기념하여 게임 의상에 한복을 선보였고, 이를 한국의 전통 의상이라고 소개했다. 그러나 중국 네티즌들이 해당 의상은 한복이 아닌 중국 명나라 시대 때의 의상인 한푸(漢服)이라며 항의했다. 이에 페이퍼게임즈는 지난 5일, 한복 의상을 삭제했고, 한국 서버에서 철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국 입장에선 어처구니없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자세히보면 저고리부터 치마까지 디테일한 부분은 한푸와 모두 다르다. 샤이닝니키의 태도에 분노한 한국 네티즌들은 SNS에 한복 일러스트를 그려 한복이 한국의 전통 의상임을 알리는 '한복 챌린지'를 시작했다. 그러자 중국 네티즌들은 한복 챌린지에 대항한 '한푸 챌린지'를 통해 한국이 중국의 전통 의상을 빼앗아가고 있다는 유언비어를 퍼트리기 시작했다.
한복은 한국 역사를 대표하는 의상으로, 전통성을 지닌다. 따라서 한복을 빼앗아간다는 것은 한국의 전통성을 빼앗아가는 것과 같다. 전통성은 역사의 핵심이다. 중국은 한복부터 시작해서 조금씩 한국의 전통성을 빼앗아 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중국 출신 아이돌들의 역사 왜곡
지난 10월 25일, 그룹 엑소의 멤버 레이, 그룹 에프엑스의 멤버 빅토리아, 그룹 프리스틴 출신 주결경 등 한국에서 활동한 중국 출신 아이돌들이 중국 SNS 웨이보에 항미원조 70주년을 기념하는 글을 올렸다. 항미원조는 중국이 6·25 전쟁의 중국식 표현으로, 말 그대로 중국이 미국에 대항하여 조선(북한)을 도와주었다는 의미이다. 중국군이 본격적으로 북한군을 도와주기 시작한 10월 25일이 중국의 항미원조 기념일이다.
항미원조를 기념하는 것이 논란이 된 이유는 6·25 전쟁의 역사를 왜곡하기 때문이다. 항미원조의 의미를 살펴보면 6·25 전쟁에는 중국, 미국, 북한만 있을 뿐 남한은 없다. 한국 역사인 6·25 전쟁에서 남한을 지워버린 것이다. 또한 전쟁 발발 이유를 북한의 남침이 아닌 단순 내전으로 정의하고 있다. 미국이 한반도를 공격했고, 이에 중국이 북한을 돕기 위해 정의롭게 싸운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6·25 전쟁은 엄연히 남한군과 북한군의 싸움이며, 남한과 북한의 역사이다. 6·25 전쟁에서 중국군은 단순히 북한군을 도와준 것에 불과하며, 전쟁의 핵심 주체가 아니다. 그러나 중국은 6·25 전쟁을 통해 중국이 미국을 몰아냈다며 중국 국민들에게 잘못된 역사를 가르치고 있다.
이들이 항미원조 70주년 기념글을 자의로 올렸든, 타의로 올렸든 이는 많은 팬에게 영향을 준다. 특히 케이팝이 세계 곳곳으로 뻗어나가는 상황에서 세계적으로 많은 팬들을 보유한 아이돌 그룹 멤버가 이러한 글을 올린다는 것은 전 세계 사람들에게 잘못된 역사 인식을 갖도록 하는 것과 동일하다. 한국에서 시작해서 많은 팬들을 얻고 돈을 버는 아이돌이 중국의 역사 왜곡에 동참하는 것이 참으로 이중적이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