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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수가 선우와 함께 군고구마 장작으로 쓸 나무를 자르고 있다.
▲ 봉사활동을 하는 강수 강수가 선우와 함께 군고구마 장작으로 쓸 나무를 자르고 있다.
ⓒ 최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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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애가 소년원에 온 것이 이해가 되지 않아요. 북한에서는 절도가 큰 문제가 안돼요. CCTV가 없어서 잘 잡히지도 않아요. "

강수(가명, 13세)의 어머니가 흥분한 목소리로 상담교사에게 말했다.

"영유아 시절부터 발달 지연이 있었어요. 계속 학습을 시켰지만 한글 읽기, 쓰기, 돈 계산, 시계 보기, 구구단 외우기가 안 되어서 너무 속상했어요. 소년원에 가기 전에도 제가 목욕시키고 옷 입히고 버스 태워주고, 일상생활을 다 도와줬거든요."

건강이 좋지 않아 경제활동을 못하고 집에서 요양 중인 강수 어머니는 한참 동안 교사와 상담을 한 후, 강수를 잘 부탁드린다고 하며 전화를 끊었다.

어린 소년이 감당하기에는 힘들었던 과거

강수는 황해도에서 태어났다. 7살 때 어머니와 함께 탈북했다. 탈북 과정에서 중국, 라오스, 태국을 거쳐 오면서 강을 건너다 일행이 총에 맞아 죽는 걸 목격했다. 어린 강수는 총소리에 놀라 기절했고, 지금도 악몽을 꿀 때가 있다.

정부 지원금으로 어머니와 함께 생활하던 강수는 학교 생활에 적응하지 못했다. 친구가 없어서 혼자 놀이터에서 놀았다. 중학교에 진학했지만, 읽기, 쓰기가 되지 않고 시계도 볼 줄 모르며 일주일, 한 달, 1년이 며칠인지도 몰랐다. 반 아이들은 강수를 놀렸고 강수는 이런 약점이 드러나는 것을 회피하고 경계하면서 공격적인 행동을 보였다. 지적장애 2급, ADHD(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 분노조절장애 진단을 받은 강수는 학교에 가지 않고 거리를 배회했다.

인형뽑기방에 들어가서 지폐 교환기를 부수고, 공터에 쌓여있던 쓰레기 더미에 불을 질러 현장에 있던 물품들을 태웠다. 소년부 법정에 선 강수는 7호 처분(6개월 소년의료보호시설 위탁)을 받았다.

입원 초기에 강수는 소년원 생활에 적응하지 못했다. 호실에서 잠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고 돌아다니거나 괴성을 질렀다. 교실에서도 수업에 집중하지 못하고 과제물도 이행하지 못했다. 담임 선생님이 한글과 구구단을 가르쳤지만, 배우려는 의지와 노력이 부족했다. 개별실에서 생활하던 강수는 선생님들의 눈을 피해 손목에 자해를 해서 5바늘을 꿰맸다. 그 후에도 수차례 자해를 하거나 시도하다 제지당했다.

방안을 기어 다니고 갑자기 이불을 잡고 서럽게 울기도 했다. 문이나 벽을 주먹으로 치고 베개를 업고 다니는 등의 이상행동을 반복했다. 담임과 정신보건 임상심리사, 정신과 전문의, 간호사의 치료와 상담을 받으며 차츰 자해나 이상행동이 줄어들었으나, 특별지도 학생으로 지정하여 한시도 눈을 뗄 수 없었다.
 
강수가 수레에 고구마와 장작을 싣고 치유의 숲을 내려가고 있다.
▲ 군고구마 봉사활동 강수가 수레에 고구마와 장작을 싣고 치유의 숲을 내려가고 있다.
ⓒ 최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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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살 새터민 소년의 꿈

필자는 강수에게 일을 시켜보기로 했다.

"선생님하고 봉사활동 한번 해볼래?"
"네! 할게요. 할래요! "


강수는 눈을 반짝거리며 생활관이 떠나갈 듯 크게 대답했다.

'그래, 좁은 방 안에서 얼마나 갑갑했겠니, 치유의 숲에 가서 맘껏 뛰어다녀라.' 강수는 수레를 끌고 신나게 뛰어올라 갔다. 힘겹게 나무를 수레에 싣던 강수에게 왜 봉사활동을 하고 싶은지 물어보았다.

"일을 하는 게 좋아요. 너무 좋아요!"  

강수는 소년원 입원 전의 영양 결핍으로 체중이 매우 적게 나간다. 영양사 선생님이 단백질 제공을 위한 식단을 따로 제공하고 두유도 매일 주고 있지만, 좀처럼 살이 찌지 않는다. 

"남한에 오니까 좋은 점이 뭐니?"

열심히 톱질을 해서 참나무를 자르고 난 후 쉬고 있던 강수에게 물었다.

"먹을 게 풍족해서 좋아요!"

강수는 소년원에 와서 처음 먹어본 게 많다고 했다. 소고기, 햄버거, 와플...
   
힘이 없고 깡마른 강수에게 봉사활동 중간 휴식시간에 농장에서 주문한 메추리를 장작불에 구워 먹였다.
▲ 강수를 위한 영양 간식 힘이 없고 깡마른 강수에게 봉사활동 중간 휴식시간에 농장에서 주문한 메추리를 장작불에 구워 먹였다.
ⓒ 최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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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시간이 날 때마다 강수 등 봉사활동 학생들과 치유의 숲에서 벌목된 소나무와 참나무를 나르고 톱질을 하고 함께 불을 피웠다. 타오르는 장작불을 멍하니 바라보며 행복한 표정을 짓고 있는 강수에게 꿈이 무엇인지 물어보았다.

"보디빌더, 헬스 트레이너가 되고 싶어요. 몸을 키우는 것에 관심이 많아요!"
"그럼 몸도 마음도 건강해야 되겠네. 앞으론 절대 자해하지마. 약속할 수 있겠니?"
"네! 약속할게요!"


전문 의료소년원 설립의 필요성

대전소년원에는 강수 같은 정신과적 치료가 필요한 7호 처분 학생들 70여 명이 생활하고 있다. 전국 소년원에 수용된 보호소년 중 정신질환·지적장애 소년원생은 약 30%다. 약물치료와 심리상담이 필요한 보호소년들이 전문 의료소년원에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법무부는 전문 의료소년원 설립을 수년간 추진해왔지만, 예산 부족과 님비현상으로 인해 난항을 겪고있다. 대신 소년 의료보호시설(7호 처분)의 기능을 일부 수행하고 있는 대전소년원이 기존 건물을 리모델링해서 입주를 준비 중이다. 하지만 전문 의료시스템을 제공하기에는 부족한 점이 많다.

강수는 마주치는 선생님들을 볼 때마다 달려와서 안긴다. 맑은 눈망울을 가진 강수는 애정에 목말라 있고, 지속적인 관심과 치료, 상담이 필요한 소년이다. 

강수의 마음속 상처를 치유하고 산만한 행동과 분노조절장애를 치료하는 데는 인내와 시간, 실질적인 예산 지원과 시설이 절실히 필요하다. 장애학생들을 위한 특수학교 설립을 호소하며 학부모가 무릎을 꿇는 나라에서, 비행청소년을 위한 전문 의료소년원 설립을 호소하는 것은 지나친 욕심일까?
 
[보호처분]
1호. 보호자 또는 보호자를 대신하여 소년을 보호할 수 있는 자에게 감호 위탁
2호. 수강명령
3호. 사회봉사명령
4호. 단기 보호관찰
5호. 장기 보호관찰
6호. <아동복지법>에 따른 아동복지시설이나 그 밖의 소년보호시설에 위탁 (6개월)
7호. 병원, 요양소 또는 소년의료보호시설에 위탁
8호. 1개월 이내의 소년원 송치
9호. 단기 소년원 송치 (6개월)
10호. 장기 소년원 송치 (2년)

태그:#소년법, #소년원, #위기청소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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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 보호직 공무원입니다. 20년 동안 소년원, 소년분류심사원, 보호관찰소, 청소년꿈키움센터에서 위기청소년을 선도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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