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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도 많고 탈도 많은 이해충돌! 피감기관 수백억대 공사수주 의혹을 받고 있는 박덕흠 의원을 비롯해, 여야를 가리지 않는 공직자 및 국회의원 이해충돌 문제, 해법은 무엇인가. 제도로써 원천적 방지는 가능한가? 복잡하고 논쟁적인 성격을 가진 이해충돌의 개념과 제도화 역사, 현재 쟁점이 되는 부분을 짚어본다.[편집자말]
공적 직무와 사적 이익의 충돌에 관한 한, 선출직 공무원에게는 직업공무원과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 물론 그들도 직업공무원들처럼 개인의 재산상 이해관계가 직무와 충돌하지 않도록 규제받아야 하며, 자신만이 아니라 가족의 이해관계와도 충돌해서는 안 된다. 당연히 부정청탁행위에 관여해서도 안 된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선출직 공무원의 직업윤리는 무엇이어야 하는가 

그들이 직업공무원과 다른 첫 번째 이유는, 선출직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선거에서 우리 사회의 누군가를 '대표하겠다'는 약속을 내걸었고, 시민들이 그 약속을 보고 선택을 했기 때문에 그 자리에 있게 된 사람들이다. 그들 중 누군가는 지역구민을 대표하겠다고 약속했을 것이고 또 누군가는 기업인을, 노동자를, 장애인을, 청년을 대표하겠다고 했을 것이다. 그렇게 당선된 후 당연히 그들은 약속을 이행해야 한다. 약속을 이행하려면 이해당사자를 만나야 하고 요구를 들어야 한다. 또 국회 안에서 입법이나 국정감사, 예산심의 과정을 통해 이익과 의견을 대변하는 행위를 해야 한다. 이건 선출직 공무원의 직업윤리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다음과 같은 일들은 과연 이해충돌일까, 아닐까? 노동자들을 대표하겠다고 공언했던 의원이 노동조합 관련자들로부터 정치후원금을 받는 건 정당한가? 당연한 일이다. 정치는 돈이 든다. 그래서 합법적인 방법으로 비용을 조달하라고 만들어둔 것이 정치자금법이다. 

그런데 그가 기업인들로부터 많은 정치후원금을 꼬박꼬박 받고 있다면 어떨까? 현행 정치자금법상 정치자금을 제공할 수 있는 사람은 정해져 있고 상한액도 정해져 있지만, 특정 의원이 후원금을 받아도 되는 사람과 아닌 사람이 정해져 있는 건 아니다. 노동자 대표를 약속했던 의원이 기업인으로부터 후원금을 받는다고 해서 불법은 아니다. 다만 그 사실을 안 노동자 시민들 중 누군가는 다음 선거에서 그를 선택할 것인지를 고민하게 될 것이다.  

어떤 의원이 '2040년 탄소배출 제로'를 공약하고 당선되었다고 해보자. 그런데 당선 후 그 의원의 정치후원금 계좌를 봤더니 석탄화력발전과 석유에너지 의존 기업 관련자들로부터 상당액의 후원금을 받고 있었다면 어떨까? 당연히 불법은 아니다. 그러나 원래 공약을 지지했던 시민들은 그가 약속을 지키는지 아닌지 좀 더 관심을 갖고 지켜보게 될 것이다. 선출직 의원이 '누구의 돈으로 정치를 하는가'가 시민들이 알아야 할 핵심 정보인 이유다. '누구'에 관한 정보가 그저 '홍길동'이면 안 되고 직책과 하는 일이 포함되어야 하며, 시민들이 궁금할 때 항상 쉽게 의원의 후원 내역이나 선물 내역 등을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의정활동 전문성과 이해충돌 사이에서  

선출직 의원이 직업공무원과 다른 이해충돌 규범을 적용받아야 하는 두 번째 이유는, 그가 하는 일이 특정 직종이나 이해관계에 한정되지 않고 5천만의 생명과 생계, 재산과 권리에 두루 관계된 일이기 때문이다. 

보건의료 관련 경력자 국회의원이 보건복지위원회 위원이 되는 건 이해충돌일까, 아닐까? 율사律士 출신 의원이 법제사법위위원회 위원이 된다면? 금융기관 경험을 가진 의원이 정무위원회 위원이 된다면? 벤처 사업가 출신 의원이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위원이 된다면? 이 자체는 이해충돌이 아니며 나아가 5천만 국민을 위해서 필요한 일이기도 하다.

국회가 해야 하는 핵심 업무는 수백조 원의 세금을 집행하는 100만이 넘는 직업공무원들이 제대로 일을 하고 있는지를 감독하는 것이다. 교육 전문가가 교육부 공무원을 감독하고 법률 전문가가 법무부와 검찰을 감독하는 것은, 제대로 하기만 한다면 관련 분야 비전문가가 행정부처를 감독하는 것보다 국민들에게 더 이득이 될 수 있다. 

그런데 여기에도 어려운 문제가 있다. 검사 출신 의원이 일반 국민의 인권과 공평하게 재판받을 권리가 아니라 검찰의 부당한 권한 남용을 옹호한다면, 의사 출신 의원이 공공복지의 관점에서 보건복지 관련 입법과 국정감독권을 행사하는 것이 아니라 의사집단의 이익만을 대변한다면, 특정 로펌 출신 의원이 자기가 속했던 로펌이 수임한 사건에 유리한 입법이나 국정감사 행위를 한다면, 이건 이해충돌일까 아닐까? 

일반 국민의 상식에서 보면 당연히 이해충돌이다. 그런데 그가 아무런 재산상의 이익을 얻지 않으면서 검사의, 의사의, 속했던 로펌의 이익을 대변했다면? 혹은 정치자금법이 허용한 범위 내에서 정치후원금만 받으면서 이런 행위를 했다면 그는 법적 제재의 대상이 되기 어렵다. 그의 행위는 공직자윤리법을 위반한 것도, '김영란법'을 위반한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아마도 그는 이해충돌이라는 비판에 대해, 자신의 신념이라고 말할 것이다. 우리 헌법은 위법행위가 아닌 한, 모든 국민의 양심과 사상의 자유, 표현의 자유를 보장한다. 하지만 그의 행위는 충분히 누군가의 권리를, 이익을 침해할 가능성이 있다. 어떻게 해야 할까?    

국회의원 이해충돌, 정보공개와 시민적 감시로부터! 

첫 번째 가능한 방법은 특정 상임위원회에 이해관계를 가질만한 가능성이 있는 국회의원을 모조리 배제해버리는 것이다. 율사 출신은 법사위 위원이, 보건복지 경력자는 보건복지위 위원이, 기업가 출신이나 노동조합 출신은 노동 관련 위원회 위원이 되지 못하게 막아버리는 것이다. 그런데 이 방법은 입법과 행정부 감독에서 의원의 전문성을 무용지물로 만들어버림으로써 결과적으로 그들을 대표자로 선출한 국민이 피해를 보는 결과를 낳는다. 특히 비전문가의 감독을 받는 직업공무원들에게 날개를 달아주게 될 것이다. 그러면 국민들은 내가 낸 세금이 엉뚱한 곳으로 줄줄 새더라도 나를 대신해 그들을 감시해줄 대리자를 잃게 된다. 

그래서 독일, 스웨덴, 영국 등 의회민주주의의 역사가 오래된 나라들에서는 의원의 영리 행위를 제한하거나 재산공개 의무를 부과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의원이 되기 이전의 경력, 직업, 소속단체를 꼼꼼히 등록하게 하고 현직 의원이 특별히 이득을 취하지 않더라도 맡고 있는 여러 직책을 등록하게 하며 의회가 상시적인 정보공개의 의무를 이행하도록 별도의 제도를 만들어두고 있다. 의원이 상임위원회에서 행정부 감독이나 입법발의 및 심의를 하면서, 이해충돌이 발생할 여지를 사전에 정보공개를 통해 시민들이 모두 알 수 있도록 해두고 시민들이 판단하게 하는 것이다.

여기에서 중요한 건 정보공개의 목록을 구체적으로 열거하고 의원 본인에게 등록의무를 부과하며 의회가 주체가 되어 정보공개 및 관리의 책임을 지게 만드는 것이다. 물론 의무이행을 하지 않은 의원은 징계를 받는다. 또한 의원은 소속 상임위원회에서 현재 논의되는 안건이 과거 혹은 현재 자신이나 가족, 지인들의 이해관계와 관련될 경우 스스로 판단하여 보고하고 회피해야 할 의무를 진다. 이를 어길 경우 역시 징계를 받는다.  

물론 이 방법만으로 의원이 과거에 자신이 속했거나 현재 소속감을 가지는 집단의 이익을 대변하는 것 자체를 완전히 막을 수는 없다. 그러나 가능성만으로 의원을 위원회에서 배제해버리거나 법적으로 처벌할 수는 없기 때문에, 사전 정보공개와 스스로 이해충돌회피 의무를 부과하고 불이행 시 법적 제재방안을 법률에 명시함으로써 가능성 자체를 줄여보자는 것이다. 

우리나라 국회법은 상임위원회 위원선임과 안건심의에서 이해충돌회피 의무를 명시하고는 있으나 회피 주체가 의원 본인이 아닌 의장이나 교섭단체 대표로 명시되어 있어 집행력을 갖기 어렵게 되어있다. 일단 의원 본인에게 이해충돌이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정보의 등록의무와 안건심의에서 이해충돌회피의무를 법적으로 부과해야 한다. 다음으로 국회가 주체가 되어 의원이 등록한 이해관계정보의 신뢰성을 판별하고 주기적으로 갱신하여 시민들에게 공개해야 한다. 지금은 1년에 한 번 공직자윤리법에 따른 재산공개의 의무만 있을 뿐 다른 정보의 관리 및 공개책임을 지고 있지 않은데, 300명 의원에 대한 시민의 알 권리 보장 주체는 국회가 되어야 한다. 
  
[기획 / 이해충돌의 이해]
① 하늘을 우러러 부끄러운 법 http://omn.kr/1qbx5
② 이해충돌 방지법 제정, 왜 쉽지 않나? http://omn.kr/1qbxk

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서복경 님은 서강대학교 현대정치연구소 연구교수이자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 소장입니다. 이 글은 <월간참여사회> 2020년 11월호에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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