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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트 초코, 하와이언 피자, 고수... 호와 불호가 극명하게 갈리는 음식들입니다. 남들은 이해 못하지만, 내겐 '극호'인 독특한 음식들을 애정을 듬뿍 담아 소개합니다.  [편집자말]
 피자.
 피자.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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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는 손자에게 맛있는 피자 가운데 부분을 건네주고, 자신은 맛없는 빵 끝만 잘라먹었습니다."

어릴 적 'TV 동화 행복한 세상'에서 나온 감동 에피소드였다. 난 이상한 데서 의문을 가졌다. '빵 끝이 맛없다고?' 우리 집은 아니었다. 이야기와 정반대로 피자 가운데 부분이 인기가 없었다. 

토핑이 있는 부분을 남기고 빵 끝만 잘라먹기도 했다. 남겨진 가운데 부분은 언제나 아빠 몫이었다. 우리에게 최고 인기 부분인 빵 끝이 밖에서는 초라한 대접을 받는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2%의 허전함이 주는 독특한 매력 

이것이 특이한 입맛임을 깨달은 것은 중학교에 입학한 뒤였다. 하교 후 친구들과 피자를 먹으러 갔다. 한두 명이 꼭 먹다가 빵 테두리를 남겼다. 왜 안 먹냐 물으니, 맛이 없다고 했다. "그럼 나 줘!" 이 한 마디에 내 앞에 빵 테두리가 산 모양으로 쌓였다.

친구들이 정말 빵 테두리가 가운데 부분보다 맛있냐고 물었다. 그렇다 했다. 나는 뭐든지 단순한 것을 좋아했다. 분명 피자 가운데 부분은 온갖 소시지, 고기, 피망, 감자 등이 들어가 맛이 없을 수 없었다. 하지만 오히려 너무 많은 재료들이 들어가 나를 부담스럽게 했다.

더군다나 한 조각이라도 먹어보려 들어 올리면, 꼭 한두 개의 토핑은 밖으로 나가떨어졌다. 재료 하나하나 본연의 맛을 느끼고 싶은데, 꼭 끝에 남는 것은 강한 소스 맛뿐이었다. 처음에는 심플했던 피자가, 시간이 갈수록 과해졌다. 그에 비해 테두리는 늘 그 자리에 그대로였다. 단순하고, 깔끔했으며, 부담이 없었다. 입과 위장 모두가 편했다.

비슷한 선상에서 나는 비빔밥에 참기름을 넣는 것도 좋아하지 않았다. 그것을 넣는 순간 나물과 쌀의 내음은 사라지고 참기름 맛만 남기 때문이었다. 누군가에게는 참기름이 화룡점정일 수 있겠지만, 나는 2%의 허전함이 좋은 사람이었다.

나에게 테두리는 엑스트라가 아니라 주인공 
 
 붕어빵도 꼬리부터 먹는다.
 붕어빵도 테두리부터 먹는다.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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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꽁다리', '자투리', '손잡이'라고 부르는 빵 테두리에도 엄연한 이름이 있다. 이태리어로 '꼬르니치오네(Cornicione)'다. 건축용어로 '처마'를 뜻하는 단어다. 작은 면적으로도 제 역할을 톡톡히 하면서 섬세한 매력을 보여주는 처마라니, 아주 잘 어울리는 명칭 아닌가.

이를 남기는 사람들을 위해 각종 피자 브랜드들은 변화를 시도했다. 빵 끝에 스트링 치즈가 들어간 치즈 크러스트, 고구마 무스를 뿌려 바삭하게 구운 리치 골드, 꽃잎처럼 빵 테두리만 똑 떼어먹을 수 있게 만든 치즈 바이트, 테두리를 주머니 모양으로 만들어 각종 크림치즈를 넣은 포켓치즈. 다양한 변화가 있었지만 '밀가루', '고구마', '치즈'라는 경계선을 크게 벗어나지는 않았다.

뒤돌아보면 나는 항상 꽁다리 입맛이었다. 쭈쭈바의 따개 부분을 좋아했고, 붕어빵의 바삭한 테두리가 많은 것을 골랐고, 김밥의 두툼한 끝부분을 입안에 넣을 때 가장 행복했다. 누군가에게는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존재가 나에게는 그 음식을 먹는 이유였다.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것은 그들이 아닌 좀 더 화려하고 예쁜 것들이지만, 나는 그 뒤 켠에서 한결같이 담백한 이들이 좋다. 나에게 피자의 테두리는 토핑을 빛내주는 엑스트라가 아니라, 영원한 주인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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