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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이네요."

말 그대로 오랜만에 들른 카페 사장님이 나에게 건넨 인사였다. 코로나19로 자영업자의 마음은 답답함이 가득했을 것이다. 사회적 거리 두기 단계가 격상할수록 매장을 찾아오는 손님들은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내 발걸음은 무거웠다. 그럼에도 이전부터 단골이라서 이젠 수어로 "안녕하세요"라고 인사를 먼저 건네는 사장님의 온기가 느껴졌다.
 
 손님으로 참 대우받는구나 싶어 좋은 기억으로 남았다.
 손님으로 참 대우받는구나 싶어 좋은 기억으로 남았다.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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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이 카페에 왔을 때는 스마트폰 메모장 어플에 "아메리카노 한 잔 여기서 먹고 갈게요"라고 작성해서 화면을 보여주고 커피를 주문했던 기억이 났다. 생전 만나지 못한 청각장애인 손님의 등장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사장님의 표정이 지금도 생생하다.

하지만 나는 살아오면서 그런 표정들을 많이 경험했기에 담담했다. 주문이 끝나고 나서 자리를 잡았다. 한동안 SNS를 살펴보던 중에 그림자가 다가오더니 커피 한 잔이 나왔다. 진동벨이 없어서 커피가 나왔는지 살짝살짝 확인하던 내 모습이 신경 쓰였는지 사장님이 직접 내 자리로 와 주셨다. 그런데 커피 옆에 작은 쪽지가 놓여 있었다.

"안녕하세요, 저희 카페를 찾아 주셔서 감사합니다. 커피 맛있게 드시고 편하게 쉬다 가세요. ^^"

편견이었을까. 남자인데도 필기체가 아주 단정했다. 사십대 초반으로 보였는데 손님이 누구인가에 상관없이 친절하겠구나 싶었다. 그렇게 카페 사장님과 나의 첫 만남이 시작되었다.

몇 번 들락날락하던 카페는 꽤 많이 북적였다. 신기하게도 많은 손님들이 왔다 갔다 하는 공간인데도 사장님과 아르바이트생들은 내가 누구인지 먼저 알아챘다. 그래서 주문할 때도 크게 불편하지 않았다. 어느 날, 아르바이트생이 새로 들어왔다. 알고 보니 대학교 동아리에서 수어를 아주 잠깐 배웠다고 했다.

"아이스? 핫?"

사장님은 "안녕하세요"라는 수어로 인사해 주시고, 아르바이트생도 수어로 주문을 받는 카페. 손님으로 참 대우받는구나 싶어 좋은 기억으로 남았다.

'우리가 함께 살아갈 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상생하기 위해서 어떤 태도로 서로를 섬기며 살아갈 수 있을까?'

속으로 이렇게 자문하며 커피를 마시니까 그날따라 커피가 참 맛있었다. 사장님도, 아르바이트생도 비슷한 고민을 했을 것이다. '나와 어떻게 대화를 하면 좋을까?'. 나도 그랬다. '어떻게 하면 나를 설명하고 이해시킬 수 있을까?'.

사람은 대화하는 방법과 살아가는 방법이 제각각 다르다. 서로를 수용하고 이해하는 과정을 겪어봐야 한다. 물론 장애인에 대한 올바른 인식도 사회적으로 필요하다. 그러기에 함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계기가 많아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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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농아인협회 미디어접근지원센터에서 농인(=청각장애인)을 위한 보이는 뉴스를 제작하며, 틈날 때마다 글을 쓴다. 유튜브 ‘달콤살벌 농인부부’ 채널 운영, 다수 매체 인터뷰 출연 등 농인에 대한 인식 개선을 위해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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