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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동 지렁이농장 변종열씨.
 수동 지렁이농장 변종열씨.
ⓒ 주간함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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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이사슬로 볼 때 최고 우위에 있는 인간으로 살다 보니 생태계 저 아래에 있는 지렁이에게 관심을 돌릴 일은 거의 없다. 비 온 뒤 길 위에 출몰한 지렁이를 보고 깜짝 놀랄 일 말고는 지렁이가 우리의 일상을 침범할 일도 생기지 않는다. 그랬던 지렁이가 요즘 존재감을 드러냈다면 그건 아마도 TV예능프로그램 <도시어부> 때문일까. 물론 민물낚시와 바다낚시의 차이가 있긴 하겠지만 낚시미끼 하면 지렁이다.

경남 함양군 수동면에도 낚시미끼로 판매되는 지렁이를 사육하는 곳이 있다. 애지중지 지렁이만 25년간 키워 온 변종열(50)씨. 미끌거리고 꿈틀거리는 지렁이는 그다지 호감을 주는 이미지가 아니다. 보지 않고 상상만 해도 괜히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데, 변종열씨는 이미 지렁이와 사랑에 빠져 있었다.  

"처음엔 나도 징그러워서 손에 잡지도 못했어요. 근데 지금은 지렁이만큼 깨끗한 녀석도 없다고 생각해요."

그는 그렇게 말하며 지렁이를 만진다, 아니 쓰다듬는다.

변종열씨는 1996년 우연한 기회에 선배의 지렁이 농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게 됐다. 변씨는 수동면에서 늘 1등만 하던 수재였다. 거창고등학교를 나와 대학을 졸업하고 지렁이를 만난 변씨는 2001년부터 본격적으로 지렁이 사육을 시작했다.

지렁이는 못 먹는 게 없다. 과일을 좋아하고 달달한 건 뭐든 잘 먹는데 변씨의 말에 의하면 귤껍질은 먹지 않는다고 했다. 지렁이 먹이로 하수슬러지와 음식물쓰레기 침출수슬러지 또는 제지슬러지 등이 사용되는데, 변씨는 입찰을 통해 함양군에서 공급해 온다. 이걸 먹으면 지렁이 번식률도 높아진다고 했다.
   
쓰레기 찌꺼기를 먹으니 냄새가 지독할 것 같지만 예상은 빗나갔다. 오히려 냄새나는 먹이를 지렁이가 입만 가져다 대도 하루 만에 냄새가 사라진다고 했다. 지렁이가 흙 속의 유기물을 먹고 배출하면 토양이 비옥해지고 질감도 좋게 된다. 지렁이가 배설한 흙을 분변토라고 하는데 지렁이분변토는 질 좋은 퇴비가 된다.

"현대화 시설을 통해 지렁이분변토 생산을 시스템화 하려고 한다"며 변씨는 앞으로의 계획을 설명했다.
 
 지렁이농장 변종열씨
 지렁이농장 변종열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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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렁이 분변토
 지렁이 분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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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씨는 25년간 지렁이를 키우면서 분양도 많이 해 주었다. 분양을 하게 되면 경쟁자가 늘게 되지 않냐고 하니 "지렁이를 잘 키우는 나만의 노하우가 있다. 먹이를 잘 골라서 지렁이를 잘 먹이는 것. 나만의 사육 비법이 있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변씨가 키운 지렁이는 대부분 낚시 미끼로 판매되기 때문에 4월부터 10월까지가 성수기다. 연간 5~6톤 가량의 지렁이를 출하해 20여 년 이상 거래해 온 업체에 공급한다.
   
지금은 탄탄한 판로를 구축하고 경남지렁이산업협의회 회원으로 활동하면서 지렁이박사로 입지를 다지고 있지만 그동안 어려운 고비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먹이사슬에서 가장 나약한 지렁이는 천적을 만나면 힘 한번 못쓰고 죽어야 한다. 특히 두더지는 축사 한 동을 통째로 먹어 삼킬 정도로 지렁이를 초토화시킨다. 그런 두더지의 천적은 뱀, 두더지를 잡으러 뱀도 축사에 들어오곤 한다. 변씨의 지렁이축사는 그야말로 전쟁터다.

인간이 먹고 버린 쓰레기를 먹이로 삼고, 인간이 오염시킨 땅을 묵묵히 일궈 인간에게 돌려주며 죽어서도 인간에게 보양식이 될 '토룡탕'이 되어주는 지렁이. 처음 지렁이축사를 찾았을 땐 이해할 수 없었던 변씨의 사랑이 묘하게 설득되고 말았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주간함양에도 실립니다.


태그:#함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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