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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근 대위의 유행어 중 하나인 "너 인성 문제있어"가 나온 장면  가짜사나이 1기 당시 조교로 출연한 이근 대위가 훈련생으로 출연한 유튜버 꽈뚜룹씨를 질책하는 장면
 가짜사나이 1기 당시 조교로 출연한 이근씨가 훈련생으로 출연한 유튜버 꽈뚜룹씨를 질책하는 장면. 이씨는 최근 여러 논란에 휩싸였다.
ⓒ 유튜브 채널: 피지컬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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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 초4 아들과 초2 딸은 남매 유튜버다. 유튜버가 되고 싶다고 해서 계정을 만들어 주었다. 직접 촬영도 하고 편집도 한다. 구독자 45명, 최고 조회수 50회. 귀여운 수준이다. 늘지 않는 구독자 수에 골머리를 앓고 있지만 나는 답을 알고 있다.

재미가 없다. 구독자를 올릴 비장의 카드를 준비해서 돌아오겠다며 시즌2를 준비하고 있는데 여전히 기대는 되지 않는다.

나와 남편은 방송 계통에서 오랫동안 일을 해왔다. 그래서 아이들의 미디어 노출에 조금 남다른 철학을 가지고 있다. 미디어에 놀아나지 말고 자신이 직접 가지고 놀 줄 알아야 한다는 생각이다.

하나의 콘텐츠가 만들어지기까지의 과정을 세세하게 알려 주고 때론 현장에 데리고 가기도 한다. 유튜버가 되고 싶다고 했을 때 거리낌 없이 시도해 보게 한 것도 미디어에 대한 감을 익히길 바라서였다. 미디어 콘텐츠를 볼 때 우리 가족이 나누는 대화는 주로 이렇다.  

"엄마, 저 둘은 만나기만 하면 싸우는 것 같아."
"그건 진짜가 아니라 캐릭터 설정이야. 프로그램 안에 상극인 캐릭터가 있어야 재밌어." 


"으아아!! 왜 더 안 보여주는 거야. 진짜 나쁘다!!!"
"그래야 다음 회에 시청률이 높아지거든. 일부러 저렇게 편집한 거야." 


가짜뉴스에 '사이버렉카'까지... 그냥 보게 둘 순 없는데 

방송의 메커니즘을 설명해준다. 아이들은 대체로 1차원적이다. 보이면 보이는 대로 믿는다. 아무리 설명해 줘도 자주 속고 자주 당하기 일쑤다.

얼마 전 아들은 유튜브의 '가짜사나이' 짤을 보고 군대 가기 싫다고 벌벌 떨었고, 딸은 유튜브 광고에 나오는 장난감을 사달라고 귀에 딱지가 앉도록 졸라댔다. 콘텐츠 콘셉트라고, 광고빨이라고 아무리 말해도 아이들 귀엔 잘 안 들리는 법이다.  

그런데 문제는 요즘 들어 나 역시도 자주 낚인다는 것이다. 그래도 방송 짬밥이 얼만데... 하고 콧대를 세웠다가 몇 번이나 보기 좋게 당했다. '내돈내산 PPL 사건', '유튜브 뒷 광고', '가짜뉴스'까지, 너무 그럴싸해서 나름 전문가라 불리는 나도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방송에서 소개한 물건을 구매하기도 하고 가짜뉴스를 믿고 다른 이에게 전하기도 했다. 지금은 그 후유증으로 의심병이 생겨버렸다. 

그러고 나니 유튜브에 갓 발을 디딘 아이들이 걱정되기 시작했다. 늑대와 하이에나 같은 유저들이 도사리고 있는 온라인 세상에 양처럼 순진무구한 아이들을 풀어놔도 될지 염려가 됐다. 

제아무리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하고 방송에 대한 인지 개념을 확장시킨다 한들 검증되지 않은 콘텐츠의 홍수 속에 우리 아이들은 쫄딱 맞고 서 있을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부모가 일일이 우산을 씌워줄 수도 없는 일이다.
 
 최근 유튜브에선 이슈가 될 만한 사람의 뒷조사를 해서 폭로하는 '사이버 렉카' 콘텐츠가 논란이다. '사이버 렉카'에 대해 다룬 뉴스 장면 갈무리.
 최근 유튜브에선 이슈가 될 만한 사람의 뒷조사를 해서 폭로하는 "사이버 렉카" 콘텐츠가 논란이다. "사이버 렉카"에 대해 다룬 뉴스 장면 갈무리.
ⓒ kbs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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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엔 모든 것을 폭로하는 '사이버 렉카'라는 명칭까지 생겨났다. 이슈가 될 만한 사람의 뒷조사를 해서 폭로를 하는 형태로, 마치 사설 견인차(렉카)처럼 무슨 사고만 나면 부리나케 달려오는 모습을 비꼬는 데서 생겨난 이름이라고 한다. 

특히나 진위 여부와는 상관없이 화제성만 노릴 때가 많아 그 타깃 대상자가 안쓰러울 때가 있을 정도다. 먼 훗날, 내 아이가 타깃이 되지 말라는 법도 없지 않은가. 

아이들이 '온라인 괴물'로 자라나지 않으려면 

험하고 무섭다고 해서 아이의 온라인 진입을 강제로 차단할 수도 없는 일. 코로나 19 사태로 인해 우리가 가장 많은 도움을 받은 것이 바로 또 이 온라인이었다. 학교를 못 가는 대신 유튜브, 줌, 채팅을 이용해 정규 수업을 집에서 안전하게 이수할 수 있었다. 이제 아이들에게 온라인 속 세상은 명백한 학교이자, 놀이터이자 쉴 곳으로 자리잡았다.  

그런데 내가 걱정되는 것은 이 온라인 속 세상엔 위험한 지뢰가 너무 많다는 것이다. 방송 전문가인 나도 속을 만큼 감쪽같은 거짓말이 난무하고 한 사람을 생채기 낸 후, '카더라'로 내빼버리는 도덕적 태만이 가득한 곳, 그런 곳에서 우리 아이들이 과연 안전하게 공부하고, 놀고, 쉴 수 있을까?

요즘 아이들은 자아를 둘로 나눈다고 한다. 오프라인과 온라인 세계의 자신으로 말이다. 현실에선 너무나 착한 아들 딸이지만 온라인 세상 안에선 괴물로 자랄 수도 있다. 그런 비극이 오지 않으려면 지금부터 우리 어른들이 나서서 제도적인 안전 장치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덧붙이자면 개인적으로 나 역시 더 이상 속고 당하기만 하는 '호구'로 살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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