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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이버 검색창에 ‘스마트 리쇼어링’이란 검색어를 입력하면 나타나는 화면 (왼쪽은 카페, 가운데는 뉴스, 오른쪽은 블로그)
 네이버 검색창에 ‘스마트 리쇼어링’이란 검색어를 입력하면 나타나는 화면 (왼쪽은 카페, 가운데는 뉴스, 오른쪽은 블로그)
ⓒ 김유진, 정아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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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 리쇼어링. 중소기업벤처부(아래 중기부)가 보도자료에 쓴 정책 이름이다. 해외로 나간 국내 기업을 돌아오도록 하기 위해 국내 복귀 희망 기업의 첨단화를 지원한다는 뜻이다.

이 말은 세계 3대 영영사전 옥스포드, 캠브리지, 롱맨 사전에서 찾을 수 없다. 공인 영어 중에 그런 말이 없기 때문이다. 신조어나 은어, 유행어까지 나오는 미국의 어번 딕셔너리 (URBAN DICTIONARY : 우리나라의 네이버 지식인 같은 검색 사이트)에도 그런 표현은 찾아볼 수 없다.

스마트 리쇼어링은 기업의 모국 복귀를 뜻하는 영어 단어 리쇼어링(RESHORING)에 똑똑하다는 뜻의 영어 단어 스마트(SMART)를 붙인 말이다. 부연 설명 없이 이해하기 어려운 이 단어는 영영사전까지 찾아봐도 뜻을 알 수 없었다.

외국인들조차 스마트 리쇼어링이 무슨 말인지 모른다는 반응이다. 현재 한국어를 배우기 위해 서울 강동구에 거주하고 있는 유학생 Brett(25, 미국 국적)씨는 스마트 리쇼어링이란 말을 듣자 "잘 모르겠다. 금융 용어 같기도 하고 해변 관련 용어 같아 보이기 하다"라며 머리를 갸웃거렸다. 공공기관이 이 용어를 사용했다고 전달하자 "한글이 세계적으로 우수한 언어라더니 정작 한국 정부는 어려운 영어를 쓰고 있는 게 이상하다"라고 비판했다.

인천 송도에서 영어 강사를 하며 지내는 Bradely(27·미국 국적)씨도 같은 반응을 보였다. Bradely씨는 "리쇼어링 앞에 붙은 '스마트'라는 단어가 사람들을 혼란스럽게 만드는 것 같다"라며 "스마트폰에 그 스마트를 말하는 거냐"라며 헷갈려했다.

외국인조차 정확한 뜻을 모른다는 이 단어는 위 사진에서 보듯이 포털 사이트에 널리 확산해 있다. 네이버 검색창에서 스마트 리쇼어링을 검색하면 무려 170개의 관련 글이 나온다. 이 단어가 들어가 있는 뉴스가 109건, 블로그 글이 55건, 카페 글이 21건이나 된다. 중기부가 보도자료에서 스마트 리쇼어링을 공식적으로 처음 사용한 지난 7월 14일 이후, 이 단어는 다양한 경로로 수차례 확산됐다.

공공기관, 보도자료 '5건 중 1건'꼴로 어려운 외국어 남용
 
 출처: 국어 발전과 보전에 관한 시책 및 시행 결과 보고서2019, 문체부
 출처: 국어 발전과 보전에 관한 시책 및 시행 결과 보고서2019, 문체부
ⓒ 문화체육관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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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우리나라의 언어 사용 실태를 보면 일상적인 언어생활에서도 국어의 사용 영역이 줄어드는 위기 상황을 맞고 있다. 심각한 외래어·외국어의 오·남용과 인터넷 통신 언어의 무분별한 사용 등으로 국어 환경이 점차 악화되고 있으며…"

문화체육관광부(아래 문체부)가 정부 각 부처를 대표해 올해 국회에 제출한 보고서 내용이다. 문체부는 국어기본법 8조에 따라 매년 국어 발전 정책을 수립하고, 그 시행 결과를 담은 내용을 국회에 보고해왔다.

문체부는 보고서에 우리나라 국어환경이 점차 악화되고 있는 사실을 알리면서도 언론을 통해 일반 국민에게 직접 전달되는 보도자료의 표현은 바르고 쉬워야 한다고 명시했다. 보도자료에 생소한 외국어 등 어려운 표현이 쓰이면 외국어 교육을 받지 못한 언어 소외계층은 소통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이유다. 보고서에는 공공기관이 보도자료에 의무적으로 쉬운 표현을 써야 한다는 내용이 재차 강조돼있다.

그러나 실상은 다르다. 김승수 국민의힘 의원실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보도자료 '5건 중 1건' 꼴로 어려운 외국어가 쓰였다. 국립국어원이 1월~7월, 중앙행정기관과 광역지자체 등의 공공기관이 낸 보도자료 약 '3만 건'을 전수 조사한 결과다. 보도자료 내용이 아닌 '제목'만 분석한 자료다. 공공기관이 제목에서부터 외국어를 쓴 사례가 평균 5건 중 1건, 전체 보도자료의 20%나 된다는 것이다. 
 
 서울시 누리집 보도자료 갈무리
 서울시 누리집 보도자료 갈무리
ⓒ 서울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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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중에서 서울시 누리집에 올라온 보도자료 한 개를 임의로 골라 확인해보니 외국어가 총 20회(중복 제외) 등장했다. "스타트업, 언택트 IR, 캠퍼스타운 페스티벌, 푸드 테크…" 모두 우리말로 대체 가능한 단어들이다.

이 자료를 본 서울시 동작구 주민 이상원씨(25, 가명)는 "아무리 영어가 많이 쓰인다고 해도 우리말로 대체할 수 있는데 왜 영어를 고집하는지 모르겠다. 좋은 정책도 홍보가 제대로 안 될 것 같다"라며 불만을 토로했다. 

세종국어문화원 김슬옹 원장은 "공공기관이 제공하는 정보는 우리나라 국민이면 누구나 함께 알아야 하는데 이런 외국어를 남용하는 것은 언어폭력이나 다름없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세종대왕은 쉬운 글로 정보를 나누라고 세계에서 가장 쉽고 과학적인 문자를 만들었는데 우리 후손들은 한글을 무시하고 있다"라며 씁쓸함을 감추지 못했다.

"영어 쓰면 유능하고 멋있어 보인다는 생각이 문제"

국어기본법이 시행 된지도 올해로 15년째다. 공문서에는 쉬운 우리말을 쓰라는 법이 있는데도 보도자료에 외국어가 남용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문화체육관광부 국어정책과 김철 사무관은 보도자료를 작성하는 공무원조차 쉬운 우리말을 사용하지 않고 영어를 쓰려 하는 관습을 근본적인 이유로 꼽았다. 김 사무관은 "국제화 시대가 되면서 영어 교육이 당연해지지 않았나. 영어를 잘하면 유식해 보인다는 인식이 오랜 기간 자리 잡혀서 그런지 관공서 공무원들도 습관적으로 영어를 쓴다"라고 말했다.

한글문화연대 이건범 대표도 같은 답변을 내놨다. 이 대표는 "일제 강점기 이후에 미국이 우리나라 민주주의를 후견한 적도 있고, 국제화 시대가 되면서 영어에 대한 동경 심리가 더 커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부분 영어를 쓰면 유능하고 멋있어 보인다는 생각을 갖고 있어서 한글 사용이 잘 지켜지지 않는다"고 답했다.

우리말 지키려는 노력, 체계적으로 접근해야
 
 이건범 대표가 한글문화연대 사무실에서 인터뷰 중이다.
 이건범 대표가 한글문화연대 사무실에서 인터뷰 중이다.
ⓒ 김유진, 정아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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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달리 자국어 보호와 공공언어 순화 작업을 효과적으로 시행한 나라도 있다. 대표적으로 프랑스는 1994년 '프랑스어 사용에 관한 법'을 제정 공포하여 시행하고 있다. 프랑스는 이 법에 따라 모든 광고와 상표에 프랑스어 사용을 의무화하고, 외국어를 과다하게 사용할 경우 벌금까지 부과하도록 했다. 정부 총리실 산하에 신조어 및 전문용어 전문실을 두고 신조어를 프랑스어로 바꾸는 작업도 하고 있다. 총리실 직속 기관이기에 정부 차원에서보다 집중적으로 공공언어 순화에 힘쓸 수 있다.

미국도 비슷하다. 미국은 2010년 '쉬운 글쓰기 법(Plain Writing Act)'을 제정했다. 이에 따라 미국은 모든 국민이 이해할 수 있는 쉬운 공공언어로 정부 문서를 작성하고 있다. 이 법은 미국 행정기관이 발행하는 모든 문서에 적용되고 있으며, 매년 각 행정기관의 기관장이 법률 준수 사항을 보고하는 등 총 책임을 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공공언어 개선 사업을 맡은 국립국어원이 문체부 산하에 있는 것과는 비교되는 사례다.

권영민 서울대 국어국문학과 명예교수는 "우리나라가 프랑스처럼 법적 규제를 가하는 게 어렵다면 시행령을 보완해 국민의 언어생활을 개선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또 "프랑스가 모든 상품명에 프랑스어 사용을 의무화하듯이, 우리도 비슷하게 매년 좋은 우리말 상품명을 선정해 발표하면 광고 효과도 얻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한글문화연대 이건범 대표는 공공언어 개선 사업을 맡은 국립국어원이 문체부 산하에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미국처럼 부처장 등 높은 직위에 있는 사람이 우리말 사용을 권고하는 식으로 체계적으로 운영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공공기관은 새로 유입되는 외국어를 그대로 가져다 쓰는 게 아니라 우리말로 대체해보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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