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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경기도 시흥에 인공서핑장 웨이브파크가 개장했습니다. 타지역 소식이었음에도 관련 내용은 9월30일부터 10월23일까지 총 14차례 부산 지역 언론에 등장했습니다.

웨이브파크는 부산지역 건설사인 대원플러스건설이 만들었습니다. 앞선 2016년, 대원플러스건설은 '동부산관광단지 인공서핑장 조성 사업'을 부산시에 제안한 바 있는데요. 부산시는 해당 사업을 2년간 검토했으나, 최종적으로 무산 결정을 내렸습니다.

부산에 건립하려다 시흥으로 옮겨간 인공서핑장. 그 탓에 부산지역 언론의 관심이 시흥 웨이브파크로 쏠린 겁니다.

지역 언론은 웨이브파크를 두고 '대어', '3조 원 관광인프라', '세계 최대 인공 서핑장'이라 표현했는데요. 또 향후 예상되는 고용·생산효과를 언급하며 웨이브파크에 대한 장밋빛 전망을 내비쳤습니다.

한 건설사의 동일한 인공서핑장 조성 사업이라 할지라도, 어디에 들어서느냐에 따라 예상되는 연 방문객 수엔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또 매립 후 10년간 사업 개발자가 나타나지 않아 유휴부지였던 시화호엔 인공서핑장 조성 사업이 적합할 수 있지만, 동부산관광단지라면 사업의 적합성은 달라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부산 지역 언론은 여러 가지 제반 조건은 따져보지 않은 채 인공서핑장이 부산에 조성되지 못한 이유로 부산시의 소극행정을 꼽았습니다.
  
 국제신문, 10/9, 장호정 기자
 국제신문, 10/9, 장호정 기자
ⓒ 국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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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신문의 <부산시 미적댄 사이, 3조대 관광인프라 수도권 빼앗겨>(10/9, 장호정 기자)에 따르면 부산의 상공계, 학계, 언론계 인사 60명이 버스 3대에 나눠 타고 시흥 웨이브파크 개장식에 참석했다고 합니다.

해당 기사는 개장식에 참석한 지역 상공계·관광업계 인사들의 소회를 전했는데요. "지역 경제 활성화 측면에서 부산시는 이번 사건을 엄중한 인식으로 바라봐야 할 것", "부산시 인사가 낯부끄러워 (개장식에) 오겠나", "공익성을 담보하는 차원에서 시가 관광인프라 개발에 전향적인 태도를 보여야 할 때다"와 같이 웨이브파크를 부산에 유치하지 못한 것에 대한 안타까움, 부산시 행정에 대한 아쉬움 등이 갈무리됐습니다.

또 기사는 해상케이블카 등 지역 사업이 답보인 상태에서 '웨이브파크' 사례를 교훈 삼아야 한다고 적시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20년간 무상사용에 수익허가 방식으로 운용되는 웨이브파크에 어떠한 공익성이 담보되었는지는 기사에 담겨있지 않았습니다.

웨이브파크에 대한 언론의 논조도 지역 상공계 인사들의 입장과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3대의 버스를 함께 타고 웨이브파크 개장식에 참석했다는 지역의 상공계, 학계, 언론계. 그 결과 상공계 인사의 입장만을 일방적으로 보도한 것은 아닌지 의문스럽습니다.
  
 부산일보, 10/13, 김마선 기자
 부산일보, 10/13, 김마선 기자
ⓒ 부산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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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일보는 데스크칼럼 <소 잃고도 외양간 안 고치는 부산시>(10/13, 김마선 기자)를 통해 기사엔 미처 다 담지 못한 웨이브파크에 대한 아쉬움을 적극적으로 드러냈습니다.

해당 칼럼은 웨이브파크 사업은 부산이 '놓친 떡'이라며, 민선7기를 "기업인들을 적폐로 취급하고, 개발사업은 색안경을 끼고 봤다"라고 평가했습니다. '공공성 강화'라는 명분에 짓눌려 부산이 점점 활력을 잃어간다고 지적했는데요. 뒤이어 대원플러스건설 최삼섭 회장에 대해선 "최 회장은 출장 시 차에서 김밥으로 아침을 때우곤 한다. 기회와 이익이 있다면 고생도 마다않는다"고 평가했습니다.

끝으로 웨이브파크 개장식을 앞두고 전국 지자체가 최 회장에게 사업을 함께 하자고 제안했다는 사실을 알렸는데요. 기자는 자신이 최 회장에게 전화를 걸어 부산시에서 연락이 왔느냐 물었지만 "아직 없다"고 답이 왔다며 최 회장에게 연락하지 않은 부산시에 대해 "실패에서 배우지 않는 것이 진짜 실패"라 평가했습니다.
 
 9/30-10/23, '웨이브파크'와 관련한 부산지역 언론 보도 목록
 9/30-10/23, "웨이브파크"와 관련한 부산지역 언론 보도 목록
ⓒ 부산민주언론시민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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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지역 언론 5개사 중 '웨이브파크' 개장 소식을 뉴스로 전하지 않은 건 KBS부산이 유일했습니다. KBS부산은 유튜브 채널 '부케부캐'를 통해서만 웨이브파크를 언급했습니다.

이후 지난 21일 부산시의회 임시회 시정질문에서 '웨이브파크'가 언급되며 4건의 보도가 추가로 이어졌습니다. 국제신문 <"제2 웨이브파크 사태 막아야"…난타 당한 부산시 소극행정>(10/22, 이병욱 기자), 부산일보 <'웨이브 파크', 부산시 복지부동 '대표 사례' 오명>(10/22, 김영한 기자), 부산MBC <부산시의회, 인공서핑장 무산 경위 추궁>(10/21, 이만흥 기자), KNN <'인공서핑장도 놓치고', 민자사업 '하세월'>(10/21, 김성기 기자) 4건 기사 모두 사업타당성은 들여다보지 않고, 부산시의 무사안일한 행정력이 부산의 관광 인프라를 발목잡고 있다는 시정 질의를 그대로 전하는데 급급했습니다.

사업 담당 공무원이 여러 차례 바뀌었다는 사실을 비롯해 행정상의 문제가 있었다면 이를 비판하는 것은 분명 지역 언론의 역할입니다. 하지만 이번 '웨이브파크'와 관련해 지역언론이 부산시를 향해 보여준 비판은 구체적인 취재는 생략한 채, 되려 공익성과 공공성이라는 가치가 부산지역 발전의 걸림돌인 양 강조해 안타까움이 큽니다.

한 건설사가 부산에 먼저 제안했으나 시흥에 조성된 인공서핑장, 개장 한 지 채 한 달도 되지 않은 서핑장이 부산시의 오명으로 남을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듯합니다. 그럼에도 이번 사례를 빌미삼아 지역사회에서 합의도 되지 않은 각종 개발 사업을 일사천리로 추진해야 한다는 논조의 기사를 쓴 지역 언론들. 지나친 비약은 아니었는지 묻고 싶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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