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유행이 계속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백신 상온 노출, 침전물 발생 등 독감 예방접종과 관련된 잡음 또한 끊이지 않고 있다. 영유아를 시작으로 청소년, 노인 대상 무료 접종이 진행 중인데, 백신 수급 상황이 워낙 좋지 않아 무료 접종을 받지 못한 경우도 꽤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무료 접종 대상자가 미리 유료 접종을 원하는 경우도 있고, 무료 접종을 하지 않고 유료 접종만 하는 병원도 있다.
무료 접종은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하는데 무료 접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그만큼 독감 방역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 설상가상 독감 예방접종 직후 사망하는 사례들까지 보도되고 있다. 이 정도면 대란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침전물 발생은 백신의 제조 유통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일이고 과거에도 가끔 발생한 적이 있었다. 독감 예방접종 직후 사망한 사례들은 사망의 원인이 예방접종 때문인지 아직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보다 명확한 역학조사가 필요하다. 그런데 백신 상온 노출 사고나 무료 접종 대상자 다수가 접종을 받지 못하는 상황은 전대미문의 사건으로 전형적인 인재라 할 수 있다.
백신 상온 노출 사고는 납품가를 지나치게 낮게 책정해 그동안 업무를 해 본 경험이 있던 업체들은 입찰을 포기하고 신규 업체가 선정된 점, 그 와중에 입찰이 지연돼 사고가 발생했을 때 대처할 시간이 충분치 않았던 점 등이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한편 독감 예방접종이 시작되기 한참 전인 상반기부터 올해 독감 백신 수급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있었다. 무료 접종이 확대되었을 뿐만 아니라 예방접종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이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보건당국이 독감 예방접종 수요를 제대로 예측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최근 코로나19로 인해 독감 예방접종에 대한 관심과 수요가 폭증한 측면이 없지 않지만 그 이전에도 이미 사스, 신종 플루, 메르스 등을 경험하면서 계속 꾸준히 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을 예상하고 백신 생산량을 늘리던지 최소한 무료 접종 대상자라도 충분히 맞을 수 있도록 대책을 마련했어야 했다. K방역의 성공으로 쌓은 명성을 한방에 날린 형국이다. 방역 당국은 이번 사태를 통해 더 배워야 할 것이 많을 것 같다.
그렇다면 아직 독감 예방접종을 하지 못했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 한 가지 다행스러운 소식은 올해 독감이 유행할 가능성이 예전에 비해 그리 높지 않다는 것이다. 남반구의 겨울에 해당하는 지난 7~8월 남반구의 독감 발생이 작년에 비해 대폭 감소했다고 한다. 8월 2주간 남반구 59개국에서 46건의 독감 양성 반응이 확인됐는데 이는 예년의 1.3% 수준에 불과한 것이라고 한다.
호주에서는 연간 130명이었던 독감 사망자가 올해는 1명이라고 한다. 국내에서도 10월 19일 현재 올해 독감 발생이 외래환자 1000명 중 1.2명으로 작년 4.2명의 4분의 1 수준이다. 이동제한, 사회적 거리두기, 마스크 착용 등 코로나 방역 수칙이 독감을 차단한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정하고 있다. 호주 등 남반구 국가에서도 올해 독감 예방접종이 크게 증가했는데 이 또한 원인 중 하나로 여겨지고 있다.
따라서 아직 독감 예방접종을 하지 못했다면 지금이라도 가능한 의료기관을 찾아서 예방접종을 하는 것이 좋겠다. 특히 고위험군인 무료 접종 대상자는 가능한 꼭 맞는 것이 좋다. 하지만 독감 예방접종을 하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지나치게 불안해 할 필요는 없을 듯하다. 지금하고 있는 코로나 예방을 위한 방역 수칙을 잘 지키면 코로나뿐만 아니라 독감도 어느 정도는 예방할 수 있을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화성시민신문에도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