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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노원구 중계청구3차아파트 입주자대표 심상숙씨가 14일 교체를 앞둔 노후급수관을 가리키고 있다. 27년 된 노후관을 손가락으로 만져보니 검은 때가 묻어나왔다(오른쪽 사진).
 서울 노원구 중계청구3차아파트 입주자대표 심상숙씨가 14일 교체를 앞둔 노후급수관을 가리키고 있다. 27년 된 노후관을 손가락으로 만져보니 검은 때가 묻어나왔다(오른쪽 사진).
ⓒ 손병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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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도 수건을 세탁하는데 누르스름하게 색깔이 변해있는 거다. 또 어딘가에서 녹물이 새어나왔다 싶었다. 아파트 사는 저학년 아동 중에 아토피 심한 친구도 있다는데..."

서울시 노원구 중계청구3차아파트 심상숙 입주자대표 회장의 말이다. 심 회장은 14년 전 이 아파트로 이사온 뒤부터 자치회 활동을 하면서 이런 식의 민원을 수도 없이 접했다고 한다.

우리나라 수돗물을 공급하는 급수관은 1990년대 초반까지 아연도강관을 주로 썼다. 아연도강관은 주조가 용이하고 비용이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도금한 아연이 벗겨지고 쇠 부분에 물이 닿으면서 부식이 진행된다. 동네 냇가에서 멱을 감고 빨래를 하던 시절에는 상수도 보급률을 높이는 게 정책의 최우선 과제였기 때문에 아연도강관의 단점이 상쇄됐다.

그러나 1990년대 들어 환경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지면서 수돗물에 섞여나오는 녹물(붉은 수돗물)에 대한 논란이 거세졌다. 녹물의 원인이 아연도강관의 부식 작용이라는 것이 밝혀지면서 정부는 1994년 4월 신축건물의 급수용배관재로 아연도강관을 쓰는 것을 전면 금지했다. 서울시도 상수도관을 수시로 교체하고 세척하는 작업을 해서 수질에 대한 우려를 덜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그러나 중계청구3차아파트처럼 1994년 이전에 건축 허가가 난 아파트는 아연도강관을 그대로 쓸 수밖에 없었다. 

문제는 옥내배관 교체 공사비다. 단독주택은 400만 원, 공동주택은 가구당 100만 원 안팎의 공사비가 든다. 많은 가구들이 수백만 원의 목돈을 들여 급수관 교체를 하는 것보다는 생수를 사 먹거나 정수기 렌탈로 수돗물 음용의 찜찜함을 덜고 있다.

2007년까지 서울에만 노후 급수관을 교체해야 할 세대 수가 56만5000 가구에 이르렀다. 2019년까지 이 가운데 77%를 교체했다. 2019년 3~11월 급수관을 교체한 1250 가구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해보니, 수돗물 음용률도 교체 전 27.2%에서 37.3%로 높아졌다. 같은 기간 생수 음용률은 31.3%에서 20.2%로 떨어졌다.

그러나 아직도 12만8621 가구가 남아 있다. 서울시는 2020년부터 이들을 위해 근본적인 처방에 나서기로 했다. 옥내 배관을 바꾸는 집에 주는 보조금을 다가구주택의 경우 최대 250만 원에서 500만 원으로, 공동주택의 경우 40만 원에서 60만 원으로 끌어올렸다. 

780세대가 사는 중계청구3차아파트은 이번 급수관 교체 공사비로 7억 7000만 원이 들었는데, 이 비용 가운데 70%를 서울시와 노원구가 보조금으로 충당했다. 시에서 40만 원, 구에서 30만 원씩 지원한 덕에 주민들의 개별 부담금은 28만 원 선으로 크게 떨어졌다. 주민들이 부담할 돈은 아파트의 주요시설 교체 및 수리 등을 위해 축적하고 있는 장기수선충당금으로 대체하기로 했다.

심상숙 회장은 "워낙 오래된 아파트이다보니 누수관 수리 비용은 어차피 장기수선충당금으로 메워야 한다"면서 "그런데 이웃 5단지도 보조금을 받고 옥내배관을 교체했다는 얘기를 듣고 우리도 이번 기회에 바꿔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귀찮다", "엉뚱한 돈 들인다"는 반응이 없지 않았지만 집 주인 80% 이상의 동의를 얻어내는 데는 한 달 밖에 걸리지 않았다. 심 회장은 "공사 입찰 올리기 전에 전 주민의 등기부등본을 떼보고 일일이 확인 작업을 거쳤다"면서 "사실 노원구가 학군 빼고는 특별히 좋은 게 없는데, 아이들을 다 키운 뒤에도 살고싶은 아파트를 만들자는 취지로 뭉친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계청구3차아파트 780세대를 포함해 올해 말까지 급수관을 교체할 집은 4만 6000여 가구에 이른다. 올해 책정된 3만 4000가구 분의 보조금 예산은 이미 소진된 터라 나머지 1만 2000가구 분은 내년 1월 이후 지급하기로 했다.

상수도사업본부 관계자는 "수도계량기를 통과한 후 옥내배관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개인의 몫이지만, 누구나 안심하고 마실 수 있는 물을 공급해야 한다는 취지에서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고 사업 배경을 설명했다.
 
 시공업체 직원이 노원구 중계청구3차아파트의 노후급수관 교체를 위해 14일 용접 작업을 하고 있다.
 시공업체 직원이 노원구 중계청구3차아파트의 노후급수관 교체를 위해 14일 용접 작업을 하고 있다.
ⓒ 손병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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