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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유가족 임영애씨가 쓴 손편지.
 세월호 유가족 임영애씨가 쓴 손편지.
ⓒ 이재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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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공소시효가 6개월도 채 남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세월호 단원고 희생학생 유가족들은 최근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낼 편지를 작성하고 있다.

충남 홍성에 살고 있는 세월호 유가족 임영애(단원고 고 오준영 어머니)씨도 문 대통령에게 편지를 썼다. 임영애씨는 지난 19일 <오마이뉴스>에 펜으로 꼭꼭 눌러쓴 손 편지를 공개했다. 임영애씨의 동의 아래 편지의 전문을 공개하기로 했다.

임영애씨는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20명 정도의 유가족이 편지 쓰기에 동참했다. 아직 대통령에게 편지를 보내지는 않았다. 요즘 세월호 진실버스도 전국을 돌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 맞춰 부모들의 현재 마음이 어떤지 대통령에게 전달하기 위해 편지를 썼다. 편지는 조만간 문 대통령에게 전달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임씨가 쓴 편지는 "잊지 않으셨지요? 대통령님"이라는 말로 시작된다. 편지에는 "아들을 잃고 2365일 하루하루가 재난 영화 같은 삶을 살아내는 엄마의 마지막 희망"이라며 "얼마 남지 않은 공소시효 안에 7주기까지 진상규명 이행해 주시길 간절히 부탁드린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아래는 편지 전문이다.

잊지 않으셨지요? 대통령님

아이들이 살고 싶다고 울부짖던 그날을 기억하시는지요. 자식을 잃은 사지 육신은 제 것이 아닙니다. 자식의 억울함이며 사무치는 그리움입니다.

6년을 넘게 버티고 기다리며, 그 중 3년의 시간은 믿고 기다렸습니다. 견딜 수 없는 억울한 심정을 피켓으로, 세상풍파 막이도 없이 맨땅 위에 농성을 하고, 진상규명 약속이행 촉구 304배 기도에도 확실한 대답이 없으셔서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은 이대로 물거품인가 두려운 마음입니다.

잘 수도 없는 밤을 수면제에 의존해서라도 자려고 합니다. 꿈에서라도 4.16 그날 못한 말 미안하다고, 더디더라도 억울함 꼭 풀어 주겠다고 이 말을 전하고 싶어서입니다.

원망이 겹겹이 쌓여서인지 꿈에서도 볼 수 없는 엄마의 죄책감은 모르셔도, 아니 무시하셔도 됩니다.

그러나 하루에도 몇 번씩 치고 올라오는 울화는 아이들의 외침입니다. 왜 안 구했냐고, 왜 죽어야 하냐고...

대통령님은 아이들의 외침에 약속하셨습니다. 아이들에게 미안하다고, 잊지 않겠다고, 꼭 진상규명에 힘쓰겠다고 하셨던 말씀과 방명록에 새겨진 약속은 부모들의 가슴에 깊숙이 새겨져 믿음으로, 이제는 살아가는 이유가 되었습니다.

아들을 잃고 2365일 하루하루가 재난 영화 같은 삶을 살아내는 엄마의 마지막 희망을 혹자들은 다른 목적으로 가벼이 버려도 되는 약속을 대통령님이 하셨다고도 합니다. 자식을 잃은 부모들에게 절대 그러시지는 않으셨을 거라 믿습니다.

최선을 다하고 있다, 알고 있다, 순간 위로로 억울함을 덮으려 하지 마시고 얼마 남지 않은 공소시효 안에 7주기까지 진상규명 이행해 주시길 간절히 부탁드립니다.

꿈을 꾸고 꿈을 향해 꽃 피웠던 삶 저희 아이들은 더는 누릴 수 없지만 이제는 사람이 사람답게 살아야 하며 더 이상 사람이 억울하게 죽는 일이 없어야 하며 죽어서도 억울해서는 안됩니다.

세월호 참사 희생자 단원고등학교 2학년 5반 오준영 엄마 임영애

태그:#세월호 유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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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주의자. 개인주의자. 이성애자. 윤회론자. 사색가. 타고난 반골. 충남 예산, 홍성, 당진, 아산, 보령 등을 주로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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