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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형 감사원장이 지난 15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감사원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를 받고 있는 모습.
 최재형 감사원장이 지난 15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감사원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를 받고 있는 모습.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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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최재형 감사원장은 기관 내에서 시행한 문책 인사가 국회 국정감사에서 회자되자 "자식 혼내다가 들킨 것 같아 곤혹스럽다"라고 말했다.

여전히 우리 사회를 관통하는 봉건적 가족주의

무심코 흘려들을 수도 있는 한 마디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 한 마디엔 중대하고도 심각한 문제가 존재한다. 국가기관, 그것도 스스로 헌법기관이라 자부하는 곳에서 기관장이 직원을 '자식'으로 비유했다. 이 한 마디에 우리 사회를 여전히 관통하는 '가족주의 문화'를 본다. 가족주의란 말은 비교적 온건한 용어다. 봉건적이고 권위적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보다 타당해 보인다.

직원을 평등한 인간으로 인식하지 않고 기관장과 직원을 부모자식의 관계로 파악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다. 이런 생각을 가진 기관장 아래서 건강한 직장 문화가 형성될 수 있을까.

일반적으로 직원간 상하관계는 나이가 몇 살 많고 적거나, 입사 년도의 차이 때문에 형성된다. 더구나 잠시 '봉직'하다가 그만 두는 직책에서 부모자식 관계로까지 끌어올려 여겨지는 건 직원들 위에 군림하려는 오만함을 스스로 확인하는 행태다.

그렇다면, 과연 이 말을 한 당사자 기관장은 자신이 직원이던 시절에 기관장을 부모처럼 생각했을까. 그러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 기관장과 직원의 인식차이는 직장문화를 왜곡시킨다.

감사원만 문제삼는 게 아니다. 이런 사고방식은 특정 기관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에 만연돼 있다. 이런 문화가 사기업에 존재해도 문제인데, 국가기관에서도 이런 문화가 존재한다면 공공기관이 제대로 설 수 없다.

공과 사를 혼동하는 사회

2017년의 일이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부인인 김미경 서울대 의과대학 교수가 <여성조선>과의 인터뷰에서 "둘이서 그런 이야기를 해요. 설희가 첫 번째 아이고, 두 번째가 안랩, 세 번째가 동그라미재단, 네 번째가 국민의당이라고요. 좋은 순서가 아니고 연대순으로요"라고 말했었다.

비유라곤 하지만, 공당(公黨)을 '아이'로 인식하는 모양새다. 봉건적 가족주의가 투영된다. 군사독재와 3김 시대에나 통할 정당관을 전혀 극복하지 못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개인 회사 운영 차원을 벗어나지 못한 사고방식에서는 정당의 건강한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다.

부모자식 관계란 가족 내에서 존재한다. 결코 공공기관이나 기업 그리고 정당에 존재해서는 안 될 일이다. 공(公)과 사(私)가 분명한 사회, 그리하여 우리 사회에서도 봉건적 가족주의가 아니라 평등한 직장 내 민주주의가 이뤄지는 그러한 날이 하루바삐 오기를 바란다.

태그:#가족주의, #사당화, #부모자식, #직장내 민주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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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관계학 박사, 국회도서관 조사관으로 근무하였고, 그간 <오마이뉴스>와 <프레시안> 등 여러 매체에 글을 기고해왔다. <이상한 영어 사전>, <변이 국회의원의 탄생>, <논어>, <도덕경>, <광주백서>, <사마천 사기 56>등 여러 권의 책을 펴냈다. 시민이 만들어가는 민주주의 그리고 오늘의 심각한 기후위기에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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