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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만화를 읽었다. 이종철 만화가가 그린 '까대기'는 지난해 아내가 산 책이다. 며칠 전 한진택배 노동자가 사망했다. 유족 등은 과로사로 의심된다고 말했다. 만화는 이처럼 택배 노동자가 처한 참담한 상황을 담담하게 그리고 있다.

저자는 자신이 6년 동안 택배 상하자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만난 사람들 이야기를 만화로 그렸다. 이 책 덕분에 미처 몰랐던 택배 노동을 조금이나마 알게 되었다. 책을 덮고 조금이라도 널리 읽혔으면 하는 마음에 독후감을 적는다.   
 
<까대기> 이종철 만화
▲ 만화 <까대기> 이종철 만화
ⓒ 보리 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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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택배 현장에서 주로 사용한다는 '까대기'란 말을 처음 들었을 때 일본말이 아닐까 생각했다. 상하차 하는 일을 일컫는 말이라기에 뭔가 상자를 '까서' 어딘가에 '대놓는' 일이 아닐까 추측하기도 했다. 그런데 아니었다. 표준국어대사전에 나오는 '가대기'가 변한 말이다.
 
가대기: 창고나 부두에서 인부들이 쌀가마니 같은 무거운 짐을 갈고리로 찍어 당겨서 어깨에 메고 나르는 일. 또는 그 짐.

사람은 누구나 수많은 다른 사람들 노동에 기대어 살아간다. 우리 아이들이 어렸을 때 산타클로스보다 택배 아저씨를 더 좋아했다. 아마 요즘 어린이들은 대부분 선물은 산타가 아니라 택배 아저씨가 현관문 앞에 두고 가신다고 알고 있을 것이다.

아이들만 택배를 반가워하는 것은 아니다. 어른들도 벼르다가 큰맘 먹고 갖고 싶었던 물건을 신청하고 택배가 도착하기를 기다린 날들이 많을 것이다. 기다리던 물건을 반가워하는 사람은 많아도 그 물건을 배달한 택배 기사에게 고마움을 느끼는 사람은 많지 않다.

서울 가는 차비보다 싼 값에 집 앞까지 배달해주는 일이 가능한 것은 누구가 헐값에 노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착취'라는 말이 딱 들어맞는다고 생각한다. 책 속에 나오는 택배 기사, 까대기 알바생, 택배 기사는 모두 착취를 당하고 있었다. 
 
화물차 기사들은 대부분 지입 기사들이다. 차는 개인 소유 차량이지만 명의(영업용 번호판)는 운수 회사의 명의를 빌린 것이다. 택배 회사는 운수 회사에게 택배 운송 하청을 주고 운수 회사는 기사에게 일감을 주고 소개 수수료와 번호판 대여료 등을 받는다. 만약 원청이 택배 회사가 운임료 지급을 미루게 된다면 개인 차주인 화물 기사들은 큰 손해를 보면서 돈이 지급될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다.

가만히 살펴보면 노동자가 노동자로 대우받지 못하기 때문에 생기는 부조리, 부당함이 너무 많다. 화물차 기사도 택배 기사도 회사에 매여 노동한다. 그것도 엄청나게 힘겨운 노동을 제공한다. 하지만 오히려 기름값도 못 받고 시간 외 수당도 없이 일하고 있다. 노동자를 노동자로 부르지 못하고 근로자로 부르는 나라에서 노동자를 위한 법을 기대하기 어렵다.

다른 사람을 착취해서 이익을 챙기는 것을 알고도 외면하면서 입만 열면 자유와 평등을 말하는 자들은 모두 위선자다. 껍데기고 쭉정이에 불과하다. 우리 모두 다 같이 살아야 한다. 코로나 바이러스도 막아야 하지만 노동자를 끝없는 노동 지옥으로 몰아넣고 죽음에 이르게 하는 착취 바이러스도 박멸해야 한다.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 페이스북에서 갈무리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 페이스북에서 갈무리
ⓒ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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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택배 고 김OO님(36세)은 사망하기 4일 전에 동료에게 "저 너무 힘들어요"란 메시지를 보냈다고 한다. 그 내용을 보면서 눈물을 멈출 수가 없었다. 처참한 택배노동자의 현실 앞에 제발... 제발... 누구라도 답을 해주길 바란다. 

까대기 - 택배 상자 하나에 얽힌 수많은 이야기

이종철 (지은이), 보리(2019)


태그:#택배 노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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