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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버둥치다>는 고딩 코다 서유나가 1인칭 화자 주인공인 장편소설이다. 코다(CODA)는 'Children Of Deaf Adult'의 약자로 청각 장애 부모를 둔 비장애인 자녀를 가리킨다.

 
 박하령 장편소설 '발버둥치다'
 박하령 장편소설 "발버둥치다"
ⓒ 자음과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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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버둥치다>는 어릴 적부터 부모의 "전속 통역사가 되어야 했"던 유나가 점차 자기 삶의 주인공이 되어가는 능동적 성장통을 다룬다. "사고의 패턴"을 바꾸는 국면 조력자로 여친 주은과 승미 그리고 남친 희수가 있다.
 
"누구나 자기 자신이 되기 위해서 이 세상에 태어난 거라고 승미가 그랬다. (…중략…) 사랑한다는 이유로 상대를 들었다 놨다 해서는 안 되는 거다. 사랑이든 가족이든 적절한 거리를 두고 상대를 있는 그대로 인정해 주는 게 바람직한 거란 결론이 자연스럽게 내 안에 고였다. (…중략…) 난 희수에게 문자를 넣었다. 진솔하게. 이제라도 정신을 차린 나를 봐 달라며." (87쪽)
 
있는 그대로의 나로 살려는 <발버둥치다>의 핵심은 사고의 패턴 변화다. 삶의 문제적 지점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선순환적 성찰을 꾀하여 가로놓인 벽들, 즉 코다여서 맞닥뜨린 쪽팔림, 차별, 편견 등을 고딩 특유의 발랄한 어투로 고발하고 넘어선다. 그러니까 제목 '발버둥치다'는 자기를 파괴하지 않으려 안간힘으로 "벽을 통과하는" 유나의 형상화다.
 
"난 가족이 똘똘 뭉쳐 살아야 하기 때문에 내가 원하는 대학과 공부를 접고 가족이라는 밥솥을 머리에 이고 있는 세 개의 다리 중 하나로 존재하고 싶지 않다. 찢어지지 못하고 내 갈 길로 못 간 채 영원히 내 머리 위에 가족이라는 솥을 얹고 살고 싶지 않다. 가족이란 살아 있는 유기체 같은 거라 그때그때 구성원에 따라 모양이 변하는 것이지 절대적인 것도 확정적인 것도 아니다." (114쪽)
 
유나의 깨달음들은 내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그 사고 패턴 변화가 합리적이고 심층적이어서 마치 내가 삶을 조망하는 듯한 인식 지평을 경험한다. 팔자타령 대신 장애물 건너뛰기를 씩씩하게 선보임으로써 독자를 고무하는 셈이다. 2018 출간이지만, '2020 서울시 올해의 한 책'으로, 또 '대한출판문화협회 올해의 청소년 교양도서'로 선정될 만하다.

사실 레디-메이드 인생이란 없다. 금수저나 흙수저 논란은 있을망정. 좋은 조건이 무조건 삶의 완승으로 이어지지 않음은 인생살이를 웬만큼 경험한 사람들은 안다. 특히 <발버둥치다>는 삶의 질이 외형적 물리적 갖춤보다 여문 인격에 의해 보강됨을 가리킨다. "애쓰지 않으면 살아온 대로 살게 된다"는 유복한 주은의 아픈 경험을 곁들이면서.

유나는 마다하던 학교 홍보용 수어 동영상을 찍는다. 엄마, 아빠의 장애를 열등이 아닌 차이로 인정하게 되어서다. 그렇게 삶에 생기를 끼얹는 발버둥으로 코다의 정체성을 다져가며 외할머니와 엄마의 극적인 화해, 외할머니네로 이사해 수시 합격, 엄마의 죽음 등 생의 과정들을 맞이한다. 그 우여곡절의 삶이 아름다운 건 주인 정신이라 할 발버둥이 있어서다.

덧붙이는 글 | https://brunch.co.kr/@newcritic21/53


발버둥치다

박하령 (지은이), 자음과모음(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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