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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 전쯤, 벚꽃이 피었다는 뉴스를 접했다. 꽃이 폈는데, 무서움을 느낀 적은 처음이었다.
 
어렸을 때는 20년 뒤의 내 모습을 쉽게 그려낼 수 있었다. 그런데 이제는 20년 뒤의 내 모습을 그리기가 벅차다. 지구의 환경이 너무나도 많이 바뀌어서 예측이란 것을 할 수 없어졌기 때문이다. 지구에 해를 끼치지 않고 시골에서 농사지으며 살까 싶다가도, 이번 장마에 맥을 못 추는 논, 밭이며 지구 곳곳을 보면서 '이제 내가 사는 곳에서 내 손으로 자급자족하는 것도 마음대로 할 수 없겠구나' 생각이 든다.

기후위기를 이야기하고 실천할 수 있는 정치인을 뽑아야 한다고 한다. 기후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강력한 규제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그런데 나는 지금 당장 그걸 할 수 없다. 그럼 포기해야 하나? 절대 아니다. 그리고 이 문제는 포기할 수 없는 문제이기도 하다. 그때부터 '당장 내가 우리집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없나?'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바느질하며 기후위기 수다 떨어요
 
 바느질을 하고 있는 참가자들의 모습
 바느질을 하고 있는 참가자들의 모습
ⓒ 김효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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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부터 4주간 매주 금요일 오전 10시~13시까지 대전충남녹색연합과 다행공방이 함께 '바느질&수다'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장소는 대덕에너지카페(현 그리고브런치카페, 대전 대덕구 법동 202-12, 법동시장 서문 앞)이다. 코로나 블루로 인한 우울함을 해소시키고자 다행공방이 나선 것이다. 이날은 동네 현수막을 보고 놀러 왔다는 참가자가 네 분이었다. 시작과 동시에 우리는 다 함께 그림책 한 권을 읽었다.

"투발루를 두고 떠날 순 없어! 나는 투발루에서 투발루와 함께 살고 싶어요. 제발 도와주세요!" 지구 과열로 인해 바닷물이 늘어나 자신의 섬에서 더 이상 살 수 없게 된 소녀의 외침으로 책은 끝난다. 다들 눈가가 촉촉하다.

"아침에 일어나서 제일 먼저 무엇을 하세요?"라는 송순옥 활동가의 질문에 '양치질이요', '가스 불을 켜요' 등등의 다양한 답변이 나온다. 우리는 편리한 세상에 살고 있다. 손끝으로 간편하게 할 수 있는 것들이 정말 많고, 심지어 손을 움직이지 않아도 되는 '자동화 세상'에 살고 있다. 먹는 것부터 옷 입는 것, 집도 그렇다. 손쉽게 마트에서 플라스틱으로 포장된 생필품을 사고, 옷이 부족하면 철마다 사서 입고 버린다.

주택의 불편함도 고층 아파트로 해결한다. 반대로 우리의 탄소발자국이 지구 곳곳에 남겨진다는 의미다. 현대인이 사용하는 어떤 것이든 탄소를 배출하지 않고서는 만들어낼 수 없기 때문이다. 무엇을 하든 우리의 일상은 탄소배출로 점철되어 있다.

삶의 전환을 이야기하고 배우다
 
 그림책 '투발루에게 수영을 가르칠 걸 그랬어!'를 감상하고 있다.
 그림책 "투발루에게 수영을 가르칠 걸 그랬어!"를 감상하고 있다.
ⓒ 김효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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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기후위기, 에너지 전환을 이야기하기 전에 '삶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송순옥 기후위기 탐험가(활동가)는 말한다. "우리의 생활은 훨씬 더 불편해져야 합니다. 그리고 이것을 기꺼이 감수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가 누리는 것들은 대부분 '지구와 사람을 착취하는 석탄과 자본주의 기반의 산업들'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너무 많은 편리와 편익을 누리고 있고, 그것에 중독되어 있어요."

"에너지전환이 중요하다고 이야기하는데, 사실은 내 삶의 전환이 기반이 되어야 해요. 텀블러 들고 다니고, 하루라도 채식하고, 쉽게 소비하기 전에 한 번이라도 생각하고... 이런 작은 발걸음이 다른 사람들에게 울림을 주고, 움직임을 일으킵니다. '바느질&수다' 프로그램도 그런 취지에서 만들었어요. 손끝으로 할 수 있는 것들을 배우고, 와서 기후위기에 대해 듣고 이야기해보는 경험, 그래서 머리로만 알고 있는 것을 가슴으로 와닿게 만들어 환경 감수성을 높이는 거죠."

이날 송순옥 활동가는 기후위기와 채식, 그리고 우리가 누리고 소비하는 삶이 기후위기와 어떻게 관련되어 있는지 가슴 깊이 와닿게 설명해주었다.

일회용 마스크, 미래에는 다시 우리를 위협할 존재
 
 채식 식사를 하며 비건과 기후위기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모습
 채식 식사를 하며 비건과 기후위기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모습
ⓒ 김효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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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우리는 유기농 면 마스크를 만들었다. 바느질을 13년 만에 해보는데, 홈질이라 전혀 어렵지는 않았다. 그러나 내 솜씨는 느리고, 삐뚤빼뚤했다. 지금 같은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우리를 지키고자 생산하고 소비하는 수억 개의 일회용 마스크는 미래에 우리를 분명 다시 위협할 것라고 한다. 다행공방은 그래서 제일 먼저 유기농 마스크 만들기를 선택했다고 했다. 뿐만 아니라 행사 중 만드는 모든 물건은 지구에 해를 끼치지 않는 재료와 품목으로 구성되었다.

"저는 현수막 보고 참여하게 되었어요. 우리 딸이 알려줬는데, 와보니 서툴지만 무언가 만들 수 있어서 좋네요"라고 한 참가자는 말했다.

'미싱으로 해버리면 1분 만에 끝날 걸 손으로 만드니까 너무 오래 걸리잖아.' 누군가는 이렇게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가 쉽게 소비하는 것들이 알고 보면 얼마나 많은 손길과 에너지가 소모되는지 알 필요도 있다.

다행공방은 그런 공방이었다. '착취'가 바탕이 된 천들은 쓰지 않는다. 누군가가 못쓰게 된 남방, 손수건 따위를 모아서 다시 숨결을 불어 넣는 활동을 하는 것이다. 손끝으로 무언가를 쓸모 있게 만드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지 생각해보게 된다.

한 명의 비건보다 백 명의 채식지향인이 낫다
 
 기후위기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송순옥 활동가의 모습
 기후위기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송순옥 활동가의 모습
ⓒ 김효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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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고기 정말 좋아하는데, 이건 진짜 맛있네요. 아유 맛있어."

점심식사는 신선한 비건 샌드위치가 제공되었다. 고기, 우유, 계란이 전혀 없는 식사였다. 다들 맛있어하며 남김없이 먹었다. 사장님의 솜씨가 좋고, 함께 먹어서 좋은 식사였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채식과 기후위기에 대한 이야기로 흘러갔다. 꿀과 비건에 대한 이야기, 간단하고 맛있는 비건식 이야기 등 다양한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그중에는 고기를 너무 좋아해서 끊는 것이 힘들 것 같다는 참가자도 있었다.

"저도 처음에는 가금류, 소시지 끊는 것부터 시작했어요. 고기 중에 그게 제일 몸에 안 좋다고 하니까요. 그러다가 돼지, 소, 그리고 완전 비건까지 하게 됐죠. 어느 날 확 끊어버리는 건 힘들지만, 차근차근 하다보면 되는 것 같아요"라고 안경선 활동가가 말했다.

기후위기대응은 '존중'하는 것
 
 다함께 유기농면마스크를 만들고 있다.
 다함께 유기농면마스크를 만들고 있다.
ⓒ 김효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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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우리의 행동은 한마디로 '존중'이라고 생각했다. 자연환경 보호 차원을 넘어선 사람과 인권에 대한 존중, 뭇 생명에 대한 존중이 다 포함되는 것이다.

이날 우리는 '좋은 취지에 공감하여 이곳에 온 서로에게 손뼉을 쳐주자'는 의견에 다 함께 박수를 치며 환경 시민으로서의 한 걸음을 내디뎠다.

다행공방은 '바느질&수다' 프로그램 이후에도 매주 금요일마다 진행될 예정이라고 한다. 처음에는 한 명으로 시작해 지속해온 게 지금의 모습이다. 그렇게 또 한 명, 한 명 동참해 가다 보면 언젠가는 모두에게 가닿을 것이라 기대해본다.

'바느질&수다' 행사 참가는 선착순 마감이며, 회차당 최대 6명 신청을 받고 있다. (모든 일정은 마스크를 착용, 체온 검사 후 진행된다.) 다음 회차부터는 양말목 텀블러 주머니, 마수세미, 쁘띠목도리 만들기가 순차적으로 진행된다. 
 
 바느질&수다 프로그램 개요
 바느질&수다 프로그램 개요
ⓒ 김효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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