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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홍돌고래. 그림책 <웅고와 분홍돌고래>을 보고 분명 상상속의 동물이라고 여겼어요. 유니콘처럼요. 분홍색 돌고래라니 너무 신비롭지 않나요? 그림책에 등장한 분홍돌고래는 그림책 안에서만 존재한다고 생각했어요. 마치 주인공 웅고가 분홍돌고래를 내내 기다렸지만 서로 만나지는 못한 것처럼.

그런데 아니더라고요. 최근 홍콩 앞바다에 분홍돌고래가 돌아왔다는 소식 들어보셨어요? 분홍돌고래는 멸종위기에 처해 만나기가 쉽지 않다고 하네요. 이러니 저 같은 사람은 상상의 동물로 여겼을 정도지요. 중국의 돌고래 보호단체가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분홍돌고래 개체 수는 2003년 188마리에서 2020년 현재 32마리로 무려 80% 이상이 감소했대요.

바다를 매립해 공항 활주로를 만들고, 20분마다 마카오 쾌속선은 출항을 하고요. 바다는 계속해서 오염되고요. 갈수록 시끄럽고요. 바다에 사는 동물들에 대한 생각은 전혀 없었네요. 코로나19가 분홍돌고래를 다시 만나는 꿈같은 선물을 안겨주는 동시에 큰 깨달음도 주네요.

사실 지금 남의 나라 걱정할 때가 아니랍니다. 우리나라에 사는 돌고래들이 처한 현실도 크게 다르지 않아요. 우리나라 바다에도 돌고래들이 살고 있는데요. 바로 제주 대정앞바다에서 만날 수 있는 남방큰돌고래랍니다. 120여 마리 된다고 하는데, 안타깝게도 세계에서 가장 작은 무리라고 하네요.

호주, 인도양, 동아프리카, 일본 그리고 우리나라 제주에 이렇게 연안정착성 돌고래들이 산대요. 배를 타고 먼 바다에 나가지 않아도 육지에서 돌고래의 모습을 볼 수 있다니. 이 얼마나 가슴 뛰는 일인가요! 언젠가 저도 제주의 푸른 바다를 하염없이 바라보다 어느 순간 나타난 돌고래 떼를 보며 호들갑 떠는 기쁨을 누려보고 싶습니다.

만약 웅고처럼 만나지 못하고 그냥 돌아오게 되더라도 저는 충분히 행복할 거예요. 그 생각을 하는 지금, 벌써부터 설레는 걸요!

루이와 고아롱

7월 20일, 여수 아쿠아플라넷에서 벨루가 '루이'가 죽었습니다. 벨루가는 화이트 훼일(White Whale)이라고도 부르는 흰 고래랍니다. 물속에서 카나리아 울음소리를 낸다고 해서 '바다의 카나리아'라는 별명도 가지고 있어요. 북극해와 베링해, 캐나다 북부 해역과 그린란드 주변을 회유하며 일생동안 한 집단 안에서 생활한다고 하네요.

몸길이 5m인 루이는 깊이 7m인 수조에서 갇혀 살다가 12살에 죽고 말았습니다. 벨루가의 평균수명이 30년이라는데, 국내 수족관 중 가장 좁고 얕은 곳에서 지내다가 평균수명의 절반도 채 살지 못하고 죽었어요. 과거에 아이들과 방문했던 곳이기도 하고, 카나리아 울음소리를 벨루가를 통해 처음 들었던 곳이거든요. 그래서 그런지 루이 소식을 듣고 마음이 굉장히 복잡하고 무거웠습니다.

과연 열악한 수족관 환경 탓인지 궁금해진 저는 롯데월드 아쿠아리움을 알아보았어요. 3마리 중 2마리가 2016년과 2019년에 차례대로 폐사했네요. 남은 한 마리, 벨라는 2021년에 방류적응장으로 이송하겠다고 결정했는데, 저는 그 결정이 반가우면서도 왜 이리 조바심이 나는 걸까요? 그때까지 벨라가 잘 견뎌주기만을 바랄뿐입니다. 더 이상 수족관이 무덤이 되지 않기만을 바랄뿐입니다.

믿기지 않지만 이틀 뒤인 7월 22일, 울산 고래생태체험관에서 18살 돌고래 '고아롱'의 폐사 소식을 들었어요. 역시나 평균수명 40년에 절반도 미치지 못하네요.

나무 수 천 그루를 심는 것보다 고래 한 마리를 보호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기사를 읽었습니다. IMF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재정과 개발' 보고서에 따르면 큰 고래 한 마리는 평생 이산화탄소를 33톤가량 흡수한다고 해요. 나무 한 그루가 흡수하는 연간 최대 이산화탄소량은 약 22kg이고요. 흡수된 탄소는 고래가 죽어 바다 밑으로 가라앉아도 수백 년간 그 속에 갇혀있대요.

이러한 고래의 생태를 울산의 고래생태체험관에서 가르치게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하루 종일 바다를 내려다보며 고래를 기다릴 수 있는 장소를 제공한다면 얼마나 아름다울까요? 거기에 <웅고와 분홍돌고래>와 같은 책들의 원화를 전시한다면요? 상상해보세요. 얼마나 멋질까요?

야생의 생태와 단절되어 수조에 갇혀있는 고래들과 사진 몇 장 찍어보는 것으로 고래의 생태를 체험했노라 이야기 할 수 있을까요? 고래의 도시 울산이 진정한 의미에서 고래의 도시로 거듭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저희 아이들과 저는 계속해서 꿈꾸려고 합니다.

핫핑크돌핀스

제주도에서 그물에 걸린 돌고래를 불법으로 사들여 큰 이익을 챙긴 제주 퍼시픽랜드에 대한 재판이 있었어요. 서울대공원에서 돌고래 쇼를 하던 제돌이는 4년여 만에 다시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었습니다. 벌써 7년 전 일이네요.

제가 루이와 고아롱의 죽음에 관심을 가졌던 것은 바로 이 무렵에 제돌이와 춘삼이, 삼팔이가 야생으로 방류되었기 때문이에요. 제돌절로 기념되는 7월 18일과 너무 가깝잖아요.

쇼돌고래 제돌이는 야생의 바다로 방류되는 국내 1호 돌고래였어요. 뿐만 아니라 언론과 정부, 학계, 시민단체와 동물원까지 모두 힘을 합해 동물을 방류한 것은 세계 최초의 일이래요. 이 얼마나 뿌듯하고 자랑스러운가요!

바다에 설치된 가두리에서 야생에 적응하는 모습과 방류 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를 당시에 아이들과 보았습니다. 그 감동을 오래 간직하고 싶어서 '핫핑크돌핀스'라는 이름을 기억해두고 책도 샀어요. <바다로 돌아간 제돌이>에는 바다에서 붙잡혀 쇼돌고래로 지내던 제돌이가 다시 바다로 돌아가는 여정이 자세히 나와 있습니다.

그렇다면 7년이 지난 지금 제돌이는 바다에 잘 적응했을까요?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하지 않으세요? 돌고래 무리와 적응해 잘 어울리는지? 다치지는 않았는지, 아니 살아는 있는 건지?

걱정마세요! 우리 제돌이는 너무나 잘 지내고 있습니다. 무리와 어울려 해안가에 종종 나타나요. 등지느러미에 선명한 숫자 '1'을 보여주며 우리를 안심시켜 준답니다. 동영상과 함께 친절하게 제돌이 사진을 따로 올려주시기도 하는데요. 처음 팔로우를 하고 제돌이를 확인했을 때의 전율이 기억나네요. 지금도 제돌이를 보면 저는 그렇게 기분이 좋거든요. 마치 제가 독립한 것 같은 기분이고 말이죠.
  
 2020년 9월 18일에 촬영된 제돌이 (핫핑크돌핀스)
 2020년 9월 18일에 촬영된 제돌이 (핫핑크돌핀스)
ⓒ 박효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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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있던 자리로 돌아갔을 뿐인데 완전히 야생으로 방류되던 날, 사실 걱정이 되더라고요. 어쩌다가 저는 수족관이 안전하다는 생각을 가졌던 걸까요? 다시 생각해보니 참으로 무서운 생각이 아닐 수가 없네요. 악, 소름끼쳐요!

그나저나 이제 보니 핫핑크돌핀스. 이름도 너무 좋네요. 왜 저는 분홍 돌고래를 환상의 동물로 여기고 현실에는 없다고 생각했을까요. 하루가 멀다 하고 핫핑크돌핀스 덕분에 우리 제돌이 소식을 듣고 있는데.

*8월 28일 제주 마린파크에서 큰돌고래 안덕이가 폐사했습니다. 2019년 18살로 소개된 안덕이는 2020년 40세 이상으로 추정, 사인은 '노령사'로 나왔습니다. 아무래도 이대로는 넘어갈 수가 없어서 이 글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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